기생화산 같은 경주 황남동 고분군

 
▲ 신라고분 자태가 제주오름 같더라
ⓒ 김강임
 
지난 4일,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 3박 4일의 일정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그 첫 번째 목적지는 경주였다. 경주는 여러 번 다녀온 곳이었지만 450여명과 함께한 수학여행 여정은 흥분보다 걱정이 앞섰다.

 
▲ 고분의 주변에는 봄이 무르익었다.
ⓒ 김강임
 
김해공항에서 경주로 이어지는 길은 꽃 바람이 불고 있었다. 길 끝에 봄이 내려앉았다. 길을 따라 만개한 노란 개나리와 벚꽃의 향연은 무릉도원을 연상케 했다. 신라의 숨결이 살아 있는 경주의 거리는 꽃 잔치에 멀미를 느낄 정도였다.

 
▲ 제주 들녁에 있는 오름처럼 친숙해 보였다.
ⓒ 김강임
 
제155호 고분군에 속하는 천마총 답사에 나서는 길에서 황남동 고분군을 만났다.

경주시 황남동에 있는 사적 제40호 고분. 신라의 고분에서 제주 오름의 꿈틀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크고 작은 조상들의 무덤'의 자태는 마치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재해 있는 기생화산 군을 연상케 했다.

제주의 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 오름'은 큰 오름 곁에 딸린 알같이 생긴 오름이다. 경주 황남동 고분군에 산재해 있는 고분의 자태 역시 알 오름 같았다. 덩치가 큰 고분 옆에 딸린 아기자기하게 어깨를 겨룬 둥그런 무덤, 신라 고분의 자태는 알 오름의 자태로 흡사했다.

 
▲ 분화구 모양을 한 고분도 보인다
ⓒ 김강임
 
 
▲ 오름과 오름이 연계해 있듯이 고분과 고분도 어께를 나란히 하고 있다.
ⓒ 김강임
 
고분의 정상에 움푹 들어간 원형 모양은 제주 오름 분화구를 연상케 했다. 마치 원형구장 같기도 하고, 축구경기장 같기도 한 형태, '지하의 마그마가 용암이나 화산가스로 지표에 분출하는 출구'가 고분의 머리끝에서 맴돌고 있는 듯했다.

기생화산은 제주인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듯이, 고분군 주변에도 한 세대를 살다간 사람들의 흔적이 묻혀 있다. 기생화산 위에 피어나는 야생화가 있듯이, 고분군 주변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만개해 있었다.

 
▲ 백가지 약초가 서식한다는 백약이 오름같은 모양의 고분
ⓒ 김강임
 
 
▲ 다랑쉬 오름 같은 고분
ⓒ 김강임
 
 
▲ 용눈이 오름처럼 능선이 아름다운 고분
ⓒ 김강임
 
 
▲ 천마총
ⓒ 김강임
 
신라고분 중에는 백가지 약초가 서식하고 있는 백약이 오름같은 형태의 고분도 보였으며, 4·3의 아픈 흔적이 담겨 있었던 다랑쉬 오름같은 자태와 흡사한 고분도 있었다. 또 용눈이 오름처럼 능선이 아름다운 고분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제주 오름 기행을 하면서 느꼈던 오름의 위엄성과 여성의 허리처럼 아름다운 능선의 유혹을 황남동 신라고분을 돌아보며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