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79) 무의 효능

요즘 교외를 걷다보면 너무나 안타까운 모습을 보게 된다. 어렵게 키운 무를 수확하지 못한 채 트랙터로 뒤짚어버린 밭들이다. 과잉재배로 가격이 폭락해 캐어봤자 인건비도 못 건진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들이 몇 해에 한 번씩 일어나는 것일까? 판매가능한 면적만 재배하도록 농민들을 지도할 수 없는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우리나라에서 무는 배추와 함께 대표적인 월동채소다. 필자가 어렸을 적만 해도 김장철에는 배추와 함께 무를 김칫독에 같이 담아서 반찬이 별로 없는 추운 겨울에 월동용 반찬으로 먹었다. 추운 겨울에 항아리에서 꺼낸 무 김치 씹는 맛이 별미였는데, 요즘에는 배추와 함께 무를 담그는 가정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무는 배추와는 다른 향기와 씹히는 맛이 있어 밥상에 올리는 것도 좋을 법한데, 왜 이렇게 배추 일변도 변해버린 것일까! 마트 야채코너에는 이른바 ‘서양야채’인 레터스, 셀로리, 칼리플라워, 아스파라가스, 브로콜리등과 함께 무도 진열되어 있지만, 무는 많이 팔리는 것 같지 않다. 식생활이 변화했고, 또한 다양화해졌기 때문에 무의 소비가 감소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무는 원산지가 확실하지 않는데, 지중해나 중동 지방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무의 품종은 매우 다양해서 빨간색, 자주색, 검은색, 노란색, 흰색을 띄는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흰색 무를 먹는다. 품종에 따라 향기, 크기, 길이도 각각 다르다.
 
영양성분으로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미네랄)등이 있지만, 비타민C 이외에는 매우 적은 양이 함유돼 있다. 그리고 ‘디아스타제(diastase)’란 소화효소가 있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일본 그리고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부식재료로 이용되고 있고, 중동에서는 무즙을 마시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외국문헌에는 무가 과거에 황달, 담석, 간장질환, 직장질환, 위장복통에 치료약으로 쓰였다고 돼 있다. 근래 독일에서는 무의 활성성분(glucosinolate)을 이용한 실험에서 폐암세포와 유방암세포가 괴사했다는 보고가 있다. 그리고 1980년대 말 이후 현재까지 여러 나라에서 무 성분과 당뇨병 치료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들이 보인다.
 
이들 연구는 무의 성분을 물로 추출(수용성추출물, phenol성 물질)해 실험한 결과,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insulin, 체내에서 당분해)과 같은 작용을 하므로 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시사하고 있다.

알뜰한 주부는 무 잎을 던져버리지 않고 말려서 시레기국을 끓인다. 이 무 잎에는 뿌리보다 영양가가 풍부하다. 우선 비타민을 들면 비타민A(베타캐로틴)는 시금치만큼 들어있고, 비타민C는 시금치보다 많다, 그리고 칼슘은 시금치의 약 5배정도 들어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베타(β)캐로틴이다. 베타캐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바뀐다. 비타민A는 체내의 신진대사를 돕고, 피부를 곱게 한다. 또 눈의 신경전단물질이 되기 때문에 부족하면 어두운 곳에서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무 잎에는 베타캐로틴이 100g에 3900μg 들어있는데 시금치(4200μg)와 비슷한 양이다. 앞으로 무의 소비확대를 위해서라도 무의 이용법과 요리방법을 개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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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훈 명예교수는 누구?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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