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돌문화공원 김호석 작가의 전시를 다녀와서
[기고] 돌문화공원 김호석 작가의 전시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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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가끔 느끼는 거지만 안경을 잃어버렸을 때 가장 답답하다. 

뭔가 보여야 하지...하는 조바심이 그것이다. 이 말의 뜻은 우리는 어떤 대상을 보게 되면 더 정확하게 보려고 안경을 찾게 되고 그것을 보고난 뒤에는 난독증을 해결한 사람마냥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어차피 호기심의 동물이다.

法性偈(법성게)의 '一微塵中 含十方'(일미진중 함시방)으로 본다면 세상의 가장 작은 것의 티끌이지만, 그것도 알고 보면 우주 대자연의 상생의 출발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티끌이고 우주의 별빛이고 알고 보면 에너지끼리 뭉쳐진 하나의 아름다운 조화를 일군다는 걸 의미한다. 

작가 김호석의 탄탄한 그림 실력은 이미 1980년 제3회 중앙미술대전 특선으로 정점을 이뤘다. 1998년 가을인가, 지금부터 21년 전 서울 인사동 동산방화랑의 전시에서 성철스님의 열반장례식의 화려하고도 멋진 행렬을 2000백호 대작으로 보여주는 계기를 포착하고 그때 이런 일군의 작가가 있구나! 해서 감동을 했던 때가 있었다. 전라도에는 개도 붓을 잡으면 그림을 그린다는 예술이 춤추는 곳인데 그곳에서 빅 스리라고 일컫는 송수남 이철량 김호석 등등이 수묵화의 전통과 도약과 혁신을 마련하는 전시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뭐 그렇다치고 김호석은 붓을 꼿꼿이 세우기도 눕혀 보기도 하고 또 장지에 엷은 갈지(之)자의 선을 긋기도 하는 멋으로 전라도 화쟁이 답게, 은근한 휴머니티와 자연과 상생의 진보적인 필의도 보이고 있다.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붓질로 무심하게 자기길을 가는 그의 화필은 반세기가 넘었다.

김호석 작가의 작품. 제공=돌문화공원. ⓒ제주의소리
김호석 작가의 작품. 제공=돌문화공원. ⓒ제주의소리
김호석 작가의 작품. 제공=돌문화공원. ⓒ제주의소리
김호석 작가의 작품. 제공=돌문화공원. ⓒ제주의소리

작가정신이라고 하는 요즘 유행어처럼 붓으로 말을 못할 때는 아우라로 표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가 처음에 먹을 잡고 흔들어 대던 홍익대 학부시절의 먹 맛으로는 線(선) 위주의 도시 빨래줄에 불과했다면, 그가 동국대 미술사로 박사를 취득할 즈음에는 담채가 뭔지를 보여주고 또 빨래줄에서 올곧은 선비의 枯淡(고담)한 옷자락이 뭔지를 보여준 획기적인 필선의 氣韻生動(기운생동)의 흔적과 스님들의 장삼자락의 뒷 태도까지 따라잡은 왕성한 필력을 과시하며 사람들의 안목을 휘어잡은 것을 알게 한다. 

ⓒ제주의소리
정은광 ⓒ제주의소리

미술사를 공부하던 동국대 시절 스님들의 냄새를 맛보고서 法身淸靜 本無碍(법신청정 본무애 : 걸림 없는 수행의 본연청정)의 그림자를 제법 잘 그리는 일품화가의 붓질을 시작한듯하다. 禪美(선미)의 진수는 비대칭과 단순함 그리고 靜寂(정적)이다. 한마디로 반야나 금강 또는 화엄이 뭔가하는 의식적으로 붓 냄새를 풍긴 김호석으로 발전한 것이다. 국수가닥이 아무리 좋아도 면발을 입으로 씹어봐야 맛의 진지함이 느껴지듯, 제주에서의 그의 붓 그림 담채 선긋기 전시는 감동의 여백으로 뒤통수를 치겠다는 虎氣(호기)가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농익어 홍시처럼 떨어지는 감미로운 맛으로 까치들의 입방아를 한 쾌에 눌러버리겠다는 야심도 숨어 있는 듯 하다.

이런 전시를 기획하고 연출 지휘를 한 돌문화공원 백운철 단장과 전시에 애를 쓴 학예사들에게도 감동의 박수를 드린다. 2019년 봄바람 나부끼는 계절에... / 미술평론가-미학박사 정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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