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 차원 학교살리기 움직임 꿈틀…교육청 “주민·학부모 뜻 모이면 적극 검토”

옛 조천초등학교 신흥분교장 교사 전경. 지금은 다문화교육센터로 활용되고 있다.ⓒ제주의소리
옛 조천초등학교 신흥분교장 교사 전경. 지금은 다문화교육센터로 활용되고 있다.ⓒ제주의소리

제주도교육청의 작은학교 육성정책으로 폐교 위기에 내몰렸던 시골 학교에 새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9년 전 폐교된 조천초등학교 신흥분교장을 되살리려는 마을 차원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1965년 신흥국민학교로 개교한 뒤 학생수 감소 등으로 1983년 분교가 된 신흥분교는 당시 양성언 교육행정 당국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에 따라 2010년 3월1일자로 폐교됐다. 지금은 제주다문화교육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신흥초등학교(분교장 포함) 졸업생들에게 모교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늘 마음 속 아픈 구석으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학교가 어떻게 설립됐는지 역사를 꿰고 있는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학교가 사라진 데 대한 마음의 짐이 무겁다.

신흥초등학교는 어린 학생들의 등하굣길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마을주민이 나서서 설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신흥리 출신 재일동포들의 힘이 더해지면서 학교 설립이 가능했다.

1964년 재일동포 손인규씨를 단장으로 학교설립 기성회가 구성돼 39명의 동포들이 많게는 170만원에서 5000원씩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보태 720만원이라는 거금이 모아졌다.

이 같은 노력으로 1964년 6월9일 신흥국민학교 설립인가가 나고, 이듬해 3월 역사적인 개교를 맞이하게 된다.

그렇지만 취학 아동수가 계속해서 줄면서 1983년 3월 조천초등학교 신흥분교장으로 개편됐고, 결국 2010년 2월 제45회 졸업생 6명을 배출한 것을 끝으로 폐교됐다.

45년간 배출한 졸업생은 666명. 이들 동문들과 주민들 가슴 속에는 모교인 ‘신흥초등학교’가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남아 있다.

더구나 비슷한 시기(2010∼2012년) 통폐합이 논의되던 풍천초, 수산초, 가파초는 지역 주민과 교육당국 등의 노력으로 폐교 위기를 넘긴 건 이들에게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학생수가 10여명 밖에 안돼 폐교 직전까지 갔던 인근 함덕초등학교 선흘분교장도 최근 건강·자연생태 특화교육이 인기를 끌면서 지금은 본교 승격을 추진할 정도로 사정이 바뀌었다.

이러한 작은 학교들이 활력을 찾는 모습에 마을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9년 전 폐교된 학교(신흥분교장)를 살려보자는 말이 주민들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올해는 공론을 모아보자는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현재 신흥리에 살면서 인근 조천초등학교나 함덕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2명. 현재로서는 이들 학부모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게 됐다.

신흥초 졸업생이기도 한 손유철 신흥리장은 “마을 어르신들 사이에서 학교를 살리자는 얘기가 많다. 중요한 건 현재 초등학생 자녀들을 둔 학부모들 입장이라고 본다”며 “조만간 학부모들까지 전부 참석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흥분교장 부활 문제는 지난 10대 의회 때 이석문 교육감을 상대로 한 교육행정질문에서 처음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조천읍이 지역구인 손유원 의원은 “마을이 사라지는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한 방법은 학교를 살리는 것이다. 사회가 학교를 세우고 육성․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듯 학교도 사회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 극복시켜줄 책임이 있다”며 신흥분교 부활에 교육감의 견해를 물었다.

이에 이석문 교육감은 “수산초, 풍천초 등은 주민들이 학교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사실을 전한 뒤 “(신흥리) 주민과 학부모들의 뜻이 모이고 요구가 있다면 열어놓고 적극적으로 고민하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부공남 교육의원(제주시 동부지역)은 “어르신들은 마을에서 아이들의 웃음 소리, 울음 소리가 사라져 이러다간 마을 자체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 폐교가 된 데 대한 아쉬움이 많다”면서 “마을 차원에서 의견이 모아진다면 학교를 살리는 데 교육당국과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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