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3) 사업자 이익에  방점...주민복지 위해 제주특별법 바꿔야

2019년 기해년을 맞아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새로운 칼럼 <이영웅의 지금 제주는>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제주의 지속가능한 생태적 삶과 지역자치 실현을 위한 환경운동 파수꾼으로 상징되는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지금 제주’를 진단하는 코너입니다. 건강한 제주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앞으로 격주 수요일에 도민·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이처럼 도내 유원지 개발사업은 법률에서 정한 유원지의 목적과 전혀 무관하게 추진되고 있다. 주민복지는 온데간데없고 사업자의 이익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진은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 조감도. ⓒ제주의소리
도내 유원지 개발사업은 대부분 법률에서 정한 유원지의 목적과 전혀 무관하게 추진되고 있다. 주민복지는 온데간데 없고 사업자의 이익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진은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 조감도. ⓒ제주의소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서귀포시 예래동에 추진하던 유원지 조성사업인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개발사업에 대한 사업승인 무효 확인 소송에서 최근 대법원이 인허가 무효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공사가 중단된 이 사업의 향후 방향에 대한 관심은 물론 법원 판단의 핵심인 법률상 유원지 시설의 개념과 목적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5년 토지강제수용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이 예래유원지 개발사업은 법률이 정한 유원지 목적에 어긋난 개발사업으로서 이 사업에 대한 승인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 무효라고 한 판결을 재확인한 것이다. 법률상 유원지는 도시계획시설로서 ‘주민의 복지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설치하는 오락과 휴양시설’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재판부는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개발사업은 유원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숙박시설 분양 등 사업자의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유원지의 개념과 목적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

투자자 수익사업으로 전락한 유원지 개발

당시 대법원의 확정판결 이후 해당사업은 물론이고, 제주도내에서 추진 중인 다른 유원지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 기준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운영 중이거나 공사 또는 승인절차를 밟고 있는 유원지 개발사업들이 법률에서 정한 유원지의 목적인 주민복지 향상이라는 공공성을 유지하며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는지 평가가 이어졌다. 그 결과 거의 대부분의 유원지 개발사업들이 유원지 목적과 전혀 다른 사업계획을 갖고 추진해 오고 있었다. 콘도 분양 목적의 유원지 사업을 이미 완료했거나 이를 목적으로 공사 중인 사업들도 있고, 분양사업은 아니더라도 숙박시설 운영을 위주로 사업계획을 진행하는 유원지들이 많았다. 

도내 지역별 유원지 지정현황을 보더라도 애초부터 주민의 복지향상을 염두에 둔 지정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도내 유원지는 모두 26곳이고, 면적은 1986만6000㎡로 마라도 면적의 66배에 달한다. 이 중에 서귀포시 동지역은 12곳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되고, 제주시 동지역은 5곳이 유원지로 지정되어 있다. 나머지 읍면지역은 대부분 1곳 정도씩 지정되어 있고, 유원지가 아예 없는 읍면도 있다. 결국 당국의 유원지 지정은 주민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한 지역안배는 없이 처음부터 투자가 용이한 지역을 중심으로 관광지 개발을 목적으로 지정되고 추진되어 왔다. 

특별법 개악으로 유원지 공공성 후퇴시킨 제주도

2015년 예래유원지 사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유원지 개발사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확인되면서 도민들은 주민복지가 빠진 제주도의 유원지 개발정책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오래 가지 못했다. 제주도는 사업승인 취소 상황에 처한 예래유원지 개발사업을 기존대로 유지하고, 다른 유원지 개발사업들 역시 추진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제주특별법 개정에 나섰다. 주민복지를 중심으로 한 유원지 개발정책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특별법 개정으로 유원지 목적에 관광시설을 포함함으로써 오히려 유원지의 공공성을 더욱 후퇴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제주환경과 경관 훼손으로 나타나고, 주민복지 향상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한 송악산유원지 개발사업이 그 신호탄이다. 중국자본인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송악산유원지는 송악산과 동알오름, 셋알오름을 배후로 산방산과 형제섬이 한눈에 보이는 제주도의 대표 경관지이다. 제주도 최고의 경관지 중앙에 호텔이 자리하고 그 주변으로 상업시설과 숙박시설이 이곳 경관을 통째로 사유화하는 계획이 추진 중이다. 개악된 제주특별법이 숙박사업으로 전락한 송악산유원지 개발사업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지난 1월 도시계획 심의를 통과한 이호유원지 개발사업 또한 주민복지는 외면한 채 숙박시설과 카지노 사업으로 전락했다. 공유수면 매립 논란이 일었던 매립지는 모두 호텔부지로 이용되어 사업부지 내 객실수는 총 1235실로 제주칼호텔의 4배가 넘는다. 현재 카지노 계획에 대해서는 확답을 미루고 있지만 지난 2013년 제주시에 제출한 사업변경계획서에는 1층부터 3층까지 3만8895㎡ 규모의 초대형 카지노 계획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는 현재 도내 최대로 알려진 제주신화역사공원 카지노의 4배 가까이 되는 규모이다. 

주민복지 기여하는 유원지 만들어야

이처럼 도내 유원지 개발사업은 법률에서 정한 유원지의 목적과 전혀 무관하게 추진되고 있다. 주민복지는 온데간데 없고 사업자의 이익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유원지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도시계획시설이기 때문에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받아야 개발이 가능한 관광지 개발사업과 달리 준주거지역은 물론 일반상업지역, 자연녹지, 계획관리지역까지 개발이 가능하다. 개발사업자들은 행정당국의 묵인과 비호 아래 이러한 토지이용이 유리한 유원지의 특성을 악용하여 관광지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영웅 사무처장.
이영웅 사무처장.

따라서 주민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한 유원지를 관광지 개발사업으로 동일시하는 제주도의 유원지 관리정책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주민의 복지향상보다 사업자의 이익과 관광시설 확대가 우선일 수는 없다. 자연의 가치를 존중하고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를 도정목표로 내세운다면 개악된 제주특별법을 다시 바꿔 주민을 위한 유원지 사업이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개발입지로 부적합한 곳은 유원지 개발보다는 보전 중심의 활용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도민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고 이용하면서 만족해하는 유원지가 하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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