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10) 구덕, 갈체

# 제주의 생업을 위한 필수 아이템 

혼인이라는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를 통해 부부는 비로소 한 가정을 이뤘다. 안거리(안채)와 밖거리(바깥채)로 이루어진 가옥구조를 통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면서도, 부엌일은 함께 하지 않음으로써, 철저하게 독립적인 집안 분위기를 보장해 주는 것이 제주 어머니들의 지혜였다. 

시부모는 자연스레 밭농사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생산 활동을 영위하는 대신, 젊은 며느리는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함으로써 풍요로운 삶을 위해 모두가 열심을 다한다. 며느리가 출산하면 자연스레 육아에 대한 역할도 시어머니가 도움을 주게 되면서 부모에의 의존도가 높아진다. 가족이라는 공동 생활체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생활에 있어서의 독립성을 키워주워야 하는 필요성을 더욱 느꼈을 것이다. (지난 기고의 글에서 살펴 본 것처럼, 해녀의 물질에 꼭 필요한 도구는 테왁과 고망, 빗창이었다.) 

제주의 부부가 결혼한 이후 세간살이를 위해서 꼭 필요한 도구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먼저 떠오른 것은 구덕이었다. 

구덕이란 대나무를 얇게 쪼개어 정방형으로 만든 바구니를 일컫는다. 우선 제주의 어머니들은 가족들이 마실 식수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물구덕을 짊어지고 우물과 집을 몇 번이고 오갔다. 물허벅을 구덕 위에 올려서 밧줄이나 끈으로 단단히 묶어서 어께에 맸다. 갓난아이가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애기구덕은 요람으로서 그 역할을 다했고, 어머니가 밭과 바다로 일을 나가야 하는 낮에는 아이를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됐다. 그렇게 밤낮으로 열심을 다해 양식을 구하면 통풍이 잘되는 구덕에 쌀이나 보리를 보관하기도 하였고, 이때는 온 식구의 배를 불리는 뒤주로서의 역할도 했다.

농사와 물질을 하면서 그 다음으로 필요한 도구로 갈체를 꼽겠다. 갈체는 삼태기와 흡사한데, 검질(잡초)을 매거나 고구마나 감자 등을 수확할 때 이것들을 모아서 운반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갈체 부지럼은 하늘도 못 막나(삼태기의 부지런함은 하늘도 막지 못한다)’는 제주 속담을 통해 제주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얼마나 부지런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차이점이 있다. 먼저 물건을 보관하고 튼튼하게 보호하는 목적의 구덕과는 달리, 물건을 잠시 담았다가 비워내야 하는 갈체는 모양부터 재질까지 큰 차이가 있다. 정방형의 테두리로 감싸져 있는 것이 구덕이라면, 갈체는 한쪽 테두리가 터져있어 물건을 들고 있다가 기울이면 바로 쏟아버릴 수 있는 형태다. 단단하고 표면이 매끄러운 대나무로 만든 구덕과는 달리, 갈체는 질기면서도 탄력이 있는 부드러운 재질의 댕댕이덩굴로 만든다. 구덕은 통풍이 쉽고 물이 쏟아져도 잘 흘러내리도록 만들어 엉성하게 만들어지지만, 갈체는 촘촘하게 엮어서 만들지 않으면 돌에 걸려서 찢어지거나 망가지기 쉽다. 

갓난아이가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애기구덕은 요람으로서 그 역할을 다했고, 어머니가 밭과 바다로 일을 나가야 하는 낮에는 아이를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됐다. 출처=(사)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갓난아이가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애기구덕은 요람으로서 그 역할을 다했고, 어머니가 밭과 바다로 일을 나가야 하는 낮에는 아이를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됐다. 출처=(사)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 신혼부부의 자금관리 방법 : 소득, 지출을 분리해 관리

결혼 초기의 신혼부부나 사업 초기의 자영업자 분들을 대상으로 재무 상담을 하다 보면, 주로 들리는 하소연이 있다. “두 사람의 소득(월급)을, 또는 여러 가지 사업소득을 합해서 관리하고 최대한 절약하면 될 줄 알았는데, 몇 년 해보니 정작 돈은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디에서 꼬여 있는 것일까?

앞서 살펴 본 것처럼, 오랜 기간 보관할 물건인지, 잠시 담아 두었다가 쏟아 내어 버릴 물건인지에 따라 구덕과 갈체의 쓰임새가 다르다. 마찬가지로 장기간에 걸쳐 저축할 자금인지, 잠시 소유하였다가 필요한 곳에 소비할 자금인지에 따라 이를 구분해야 하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소득이 들어오는 계좌와 비용이 지출되는 계좌를 분리하자. 월급이 비교적 일정한 직장인이라면 하나의 계좌에서 수입과 지출이 모두 일어나도 잔액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부부의 소득이 섞여서 관리되거나, 다양한 소득(예: 급여 소득과 임대 소득이 동시 발생)이 통합되는 경우라면, 수입과 지출을 한 눈에 파악하기 쉽지 않다. 소득관리 계좌와 지출관리 계좌를 분리함으로써 직관적으로 자금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이다. 

특히 매출액에 따라 소득이 유동적인 자영업자일수록 그 효과는 즉시 나타난다. 카드매출이 들어오는 가맹점 계좌의 유입액과 부가세 환급액, 기타 소득금액 등을 ‘소득관리 계좌’로 모아서 집계한다. 같은 맥락으로 인건비와 재료구매비, 각종 공과금 등이 지출되는 계좌를 별도로 만들고, 매월 지출될 금액을 계산한 후 소득관리 계좌에서 출금하여 ‘지출관리 계좌’로 이체한다. 그리고 지출관리 계좌에 각종 자동이체를 등록하거나 사업자 신용카드 등을 이 계좌에 연결하여 지출액을 통합 관리한다. 잔액 부족 시에도 신용도 관리를 하고 싶다면 지출관리 계좌를 마이너스 통장으로 준비한다면 금상첨화이다. 

더 세밀한 관리를 원한다면, 매월 고정적으로 지출되어야 하는 비목을 위한 고정지출용 계좌를 별도로 준비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아파트 관리비, 전기·수도 등 공과금, 핸드폰·케이블TV·인터넷 등 통신비, 재산세·주민세 등 세금, 자동차 할부대금, 실비보험·자동차보험 납입금, 개인형IRP·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적립식펀드 납입금 등이 해당될 것이다. 자영업자의 경우, 직원들에게 지급할 인건비와 4대 보험료 및 퇴직연금 사용자 부담금 등은 매월 지출액이 예상되는 항목들이다. 

또한 가급적 각종 대금의 지급일도 두세 개 정도로 모아서 관리하면 좋다. 신용카드 결제일을 매월 13일로 등록하면 전월 1일~말일까지의 사용금액이 합산하여 결제되므로 월별 사용금액을 관리하는데 수월하다. 자영업자의 경우, 물품 구매비와 임대료는 매월 10일, 급여성 항목은 매월 20일, 부가세 등 각종 세금은 매월 30일 정도로 일정을 맞춰 놓으면, 자금을 미리 준비할 수도 있고 혹시나 생기는 누락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다. 

제주의 전통적인 세간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구덕과 갈체였다. 그 용도에 따라 모양과 소재, 재질과 관리방법이 달랐던 것과 같이 신혼부부의 자금관리를 위해서도 자금의 속성에 따라 관리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특히 부부가 각기 관리하던 것을 합해 관리하게 되면 서로 놓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소득과 지출을 한 눈에 파악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자금관리 습관이 바탕이 돼야만 향후 목돈 마련과 재테크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손권석은?

현재 KEB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 내 제주인터내셔널PB센터를 이끌고 있는 프라이빗뱅커이다. 미 일리노이대학 경영대학원 MBA 출신으로 세계적인 IT서비스기업인 아이비엠에서 기술영업대표와 컨설턴트를 지냈다. KEB하나은행 입행 후 거액자산가들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과 자문업무를 수행했고, 부자들의 투자방법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기 위해 부자보고서를 발간했다. 금융업의 집사라고 불리우는 프라이빗뱅커(Private Banker) 업무는 금융자산 관리 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기업재무관리까지를 포함한다. 가업승계와 증여를 통해 절세전략을 세우는 등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부터 세계배낭여행과 국제교류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해 본 여행가이며, 2001년 가을 이후 제주의 매력에 빠져 사진기 하나를 달랑 메고 계절마다 제주를 찾았던 제주 애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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