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섬 숨, 쉼]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기

반짝반짝 봄이 성큼 다가왔다. 다행이다. 겨울 가면 봄이 오고, 어제 지나 오늘이고, 오늘 지나 내일 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한가한 일요일 오후 집을 나와 자주 가는 찻집 이층 창가에 자리 잡았다. 주중에 바쁘게 일할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편안한 일상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낯익은 간판이 가득한 높은 건물들, 건물 아래 점점이 박힌 오래된 나무들, 그 나무 아래를 걸어가는 이런 저런 사람들, 사람들 옆을 쌩쌩 지나가는 큰 차, 작은 차들. 그리고 그 풍경들을 무심히 쳐다보는 나의 눈에 순간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 한 줌. 풍성하고 환한 봄날의 햇볕이었다. 봄이 오고 있었다.

사방에서 어렵다고 난리들이다. 나 역시도 올 겨울 유난히 힘들었다. 한 해가 가면 한 살 나이를 더 먹는 것처럼 일의 성과도 커졌으면 좋겠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쉽지 않은 것은 진즉에 알았지만 확연히 결과로 드러나면 참 당혹스럽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여기서 추스르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수밖에. 이렇게 결심을 하지만 온갖 잡념, 걱정들이 출렁출렁 거릴 때 마음을 다독여주는 햇볕이 참 고마웠다.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지금 집중하는 오늘도 지나면 내일이 온다는 걸 말해주는 한 줌 햇볕이 참 고마웠다.

새봄 첫날인 3월1일 낮 안덕초등학교 교실 앞 화단에 활짝 핀 예쁜 꽃(검색하니 마거리트라고 알려줌). 겨울 지나면 어김없이 봄이 온다. 제공=홍경희. ⓒ제주의소리
새봄 첫날인 3월1일 낮 안덕초등학교 교실 앞 화단에 활짝 핀 예쁜 꽃(검색하니 마거리트라고 알려줌). 겨울 지나면 어김없이 봄이 온다. 제공=홍경희. ⓒ제주의소리

요가 동작 중에 ‘사바아사나’가 있다. 요가 수련을 마무리하는 동작으로 전신에 힘을 빼고 오로지 자신의 호흡을 바라보며 죽은 듯 편안하게 누워있는 자세, 일명 ‘시체 자세’다. 나는 ‘사바아사나’를 참 좋아한다. 한 시간여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 끝으로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자세니 사실 누구나 좋아할 자세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면 나는 ‘사바아사나’를 하면서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나’를 보는 것이 좋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며 나를 객관화 하게 되고, 그러면 나의 아집을 보게 되면서 갇혀 있던 나를 자유롭게 놓아 줄 수 있다. 물론 늘 이렇다는 것이 아니라 떨어져서 나를 보는 노력을 계속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 지나 내일 오듯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게 얼마나 좋은가.

홍경희.
홍경희.

요즘 뉴스를 보면 안타깝거나 답답할 때가 많다. 주변 사람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근심 걱정들이 많아 보인다. 공부가 힘든 학생들, 일자리 구하기 힘든 젊은이들, 자식들 키우며 부모 모시는 낀 세대 중장년들, 준비되지 않은 노년이 힘든 사람들 등등. 여기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냥 편안하게 오늘은 반드시 지나가고 내일은 꼭 오기에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으로 살면 어떨까 .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제주할머니들의 명언이 있다.

‘살당보민 살아진다.’ 

봄이라고 해서 날마다 따뜻한 햇볕만 있는 건 아니다. 비도 내리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그래도 하루가 가면 또 새 하루가 시작되고. 그러면 또 하루를 살아가고. 그러다보면 살당보민 살아지지 않을까. 지금 여기저기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난 손 꼭 잡고 이 말을 하고 싶다.

“살당보민 살아진댄 헙디다. 그래도 오늘 지나 내일 오니 다행이우다. 새로 시작 할 수 있어서.” / 홍경희 제주교재사 대표(http://jejuboo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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