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의 산물] (106) 수원리 조물케 산물

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수원리는 자연 포구가 바닷물에 의해 잠겼다는 뜻이다. 조물캐(케)로도 불렀던 마을인데, 잠녀(해녀)가 많아서 잠수포(潛水捕)라고도 했다. 조선 말기 고종 때가 돼서야 수원리로 개칭했다.

조물캐란 마을명은 산물과 관련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다. 마을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던 산물(큰물, 생이물, 돈지물, 개물, 솔패기물, 엉물, 쇠물, 중이물, 모시물 그리고 용운동의 엉물, 통물 등 11개소)이 만조 시에는 전부 바닷물 속에 잠기는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다. 조물은 ‘바다 속에 잠긴 물’이란 뜻이다.

수원리의 대표적인 물은 한림해안로의 대수포구 입구에 있는 큰물이다. 큰물은 ‘물이 크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때 축조된 사각 우물 형태의 식수통과 여기서 흐르는 물을 받아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원형의 보호시설로 되어 있었다.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개수 전 큰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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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 후 큰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큰물은 해안도로가 개설되고 난 후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여 2011년 개수하면서 우물통 위에 테크를 시설하여 옛 정취가 사라져 버렸다. 지금은 물이 잘 솟지 않아 예전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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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통 위 데크를 시설한 모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대수포구 동측에도 돈물이란 산물이 솟는다. 이 산물은 포구 안에 설치한 데크를 따라 가면 언덕 밑에 빌레(너럭바위의 제주어)가 벽인 반원 모양 돌담 안에 있다.

돈물은 ‘돈(단물·민물)+물’의 합성어로 ‘담수’을 뜻한다. 돈물이 있는 이곳을 돈물빌레라고 부르는데, 암반의 길이가 100m 정도로 길고 넓어서 빨래터로 사용했다.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돈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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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물 입구.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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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물 내부 모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큰물이 있는 대수포구에서 동측 250m 되는 지점에 평수포구가 있다. 그 주변에는 돈짓물과 고망물, 엉물이 솟아난다.

돈짓물이 있는 곳은 돈지코지라 부르며 바다 쪽으로 돌출된(코지+곶) 암반이 있는 지역이다. 이 산물은 마을가꾸기 사업에 의해 옛 모습을 잃어버린 채 현대화 작업으로 예전 멋과 정취는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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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 전 돈짓물과 고망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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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한 돈짓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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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짓물 내부.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다행히도 바로 옆에 있는 고망물은 자연 그대로의 식수통을 한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다. 지금 돈짓물과 고망물의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듬성듬성 하게 제주식 허튼쌓기를 한 고망물 보다 엉성한 돌담에도 불구하고 현대식으로 집을 짓고 치장한 돈짓물이 더 어색하다. 그래서 새롭게 한다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반성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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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망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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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망물 식수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돈짓물과 마주보고 있는 건너편 동쪽 양어장 앞에 옛 모습을 간직한 엉물(억물)도 있다. 이 산물은 일자형 물통을 갖고 있으며 벼랑 끝 지층 경계에서 솟는다 해서 엉물이다. 오래 전부터 수원상동의 식수였다.

옛 그대로로 산물은 솟는 양이 그리 크지 않지만 소박한 모습으로 향수를 달래주기 충분하여 산물로 찾는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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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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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물 내부 모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외에도 수원리 용흥동에 엉덕물이 있다. 엉덕물은 귀덕리와 경계를 이루는 언덕배기의 동굴 같은 궤에서 솟아나는 산물로 용흥동의 식수였다. 이 산물은 여자 전용이었지만 지금은 남자들이 목욕하는 장소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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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전용 엉덕물 입구.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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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전용 엉덕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지금 여자 전용은 엉덕물에서 포구 방향 30m 거리에 있는 산물로, 붉은 지붕을 한 건물에 가두어 빨래터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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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전용 엉덕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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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전용 엉덕물 내부.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고병련(高柄鍊)

고병련.
고병련 교수.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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