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아동학대' 정황 고소, 교사측 '명예훼손' 맞고소

[기사수정 : 11일 15시00분] 제주의 한적한 시골마을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와 학부모 간 고소가 오가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학부모들은 갓 돌을 지낸 아이가 교사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며 해당 교사의 사직을 요구한 반면, 교사측은 '학부모들이 도를 넘은 인사권 행사와 갑질을 하고 있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제주지역 모 어린이집 복수의 학부모들은 최근 이 어린이집 A교사가 아이들에게 학대를 가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에 고소했다고 [제주의소리]에 제보해 왔다.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A교사로부터 아이들이 학대를 당한 정황을 자필 문서로 남겼다. 이 내용을 토대로 지난 8일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문서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촉발된 시기는 지난해 7월이다.

당시 A교사는 생후 15개월 지난 아이의 옷 안에 각얼음 덩어리를 넣은 사실이 알려져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얼음세례(?)가 있던 당일 밤 아이의 열이 40도를 넘나들고, 경기까지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갔다는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학부모 B씨는 이 문서를 통해 "TV에서만 보던 일이 우리 아이에게 생기니 저도 그 교사 얼굴에 얼음을 들이붓고 싶었다. 첫 아이를 너무나 잘 키우고 싶었는데, 그 자리에 내가 없어 못 지켜줬구나 하는 마음에 매일 같이 울었다"고 밝혔다.

B씨는 "이 마을로 이사왔으니 그냥 참으려고 했는데, 몇달 후 학부모 상담기간에 만난 A교사가 '얼음 넣은 것은 장난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너무 황당했다. 나만 참으면 된다는 식으로 시간이 흘렀는데, '내가 너무 무지했구나', '아이들을 위해 그 때 나섰어야 했구나' 후회가 됐다"고도 했다.

또 다른 학부모의 아동학대 피해 주장도 나왔다. 학부모 C씨는 "어린이집에 다닌지 두 달 정도 지났을 때 우리 아이가 집에서 인형놀이를 하는데 인형을 앉혀놓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쿡쿡 찌르면서 혼내는 놀이를 하고 있더라. 말문이 트이면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자기 손으로 이마를 때리며 '선생님이 자기를 이렇게 때린다'고 수 없이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또다른 학부모는 "이 마을에서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데, 우리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겠나. 최초에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임하기로 약속했던 A교사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자리를 보존하는 것에 급급해 어쩔 수 없이 고소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피해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을 떠나고, 마을에 소문까지 나자 30명이 넘던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충원되지 않아 올해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A교사가 맡고 있는 아이의 수가 2명밖에 안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학부모들은 등원 중 코피를 흘리는 아이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례, 아이를 복도에 방치한 사례 등을 들며 A교사와 이를 방관했다는 이유로 같은반 D교사의 사직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A교사는 학부모들의 아동학대 주장에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충분한 소명과 사과의 뜻을 전하며 문제가 해결됐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부 학부모들에 의해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교사는 [제주의소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여름이 되면 아이들과 얼음을 갖고 놀이를 한다. 얼음이 차가워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는 하는데, 아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길래 등에 잠깐 넣었다가 뺀 것 뿐"이라며 "학부모 B씨도 최근에는 역으로 '자신의 말이 너무 심했다. 오해했다'고 사과까지 했다. 이 사건을 아동학대로 몰고가려면 그 당시에 신고가 됐어야지 왜 이제와서 문제를 제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A교사는 일부 학부모들의 아동학대 주장은 자신들의 입맛대로 어린이집 인사권까지 침해하는 '갑질' 행위라고 반박했다. 사전 원아모집이 이뤄지는 지난 1월, 새로 들어오는 원아가 많지 않아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원하는 교사를 앉히기 위해 자신과 동료인 D교사를 음해했다는 것이 A교사 주장이다.

A교사는 또 "아이가 인형에 머리를 찔렀다고 어떻게 그것을 자신의 아동학대 행위로 엮을 수가 있나. 아이를 복도에 방치했다고 하는데, 어린이집에는 하루 종일 CCTV가 가동되고 학부모들도 이 자료를 언제든 볼 수 있다. 정말 아동학대가 있었다면 적어도 CCTV 자료 정도는 제시해야 맞는 것 아니겠나"라고 항변했다.

D교사의 경우에도 학부모들이 메신저 단체 채팅방으로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유포했다며 특정 학부모를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 채팅방에는 앞서 제기됐던 의혹들이 쭉 나열되고 'A교사와 D교사의 퇴사에 동의하는가'라는 투표글이 올라와 있었다.

결과적으로 교사와 학부모 간 고소전이 벌어지며 작은 시골마을 어린이집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교법인인 해당 어린이집의 원장과 또 다른 교사들도 사건이 발발한 지난해 말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재는 떠나있는 상태다.

최초 문제를 제기했던 학부모 20여명 중 대다수는 현재 아이가 졸업을 하거나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기도 했지만,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진 만큼 끝까지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부모 B씨는 A교사로부터 사과를 받기는 했지만, 이른바 '얼음 사건' 등 특정 사안에 대해서만 잘못을 인정하는 교사의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며 학부모들이 작성한 탄원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어린이집 관계자는 "학부모들과 교사 간 의견이 달라 뭐라 판단내리기가 어렵다. 우리로서도 상당히 당혹스런 상황"이라며 "최대한 탈 없이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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