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공론조사 무시, 제2공항 '드라이브'에 문대림 이사장 만남 자체 '비공개'

각종 현안에 대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일방통행'식 행보에 도민사회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민선 7기 도지사 취임식에서 강조한 '통합'과 '소통'에 역주행한다는 지적이다.

원희룡 지사는 민선7기 도지사 취임식에서 "이념과 정당을 뛰어넘어 도민만 바라보고 도민의 위대한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방향을 따르겠다"며 "의견이 달라도 제주를 위한 공통의 목적 아래 최대한 협력의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또 "각계각층의 도민 실상과 의견을 충분히 주고받을 수 있도록 형식을 가리지 않고 실질적 소통에 노력을 다하겠다"며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할 때도 소통과정을 충분히 거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취임 이후 행보는 통합과 소통과는 멀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먼저 지난해 12월5일 국내 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조건부 개원 허가를 내주면서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었다.

당시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양해해 달라"며 도민사회에 사과했다.

제주 최대 갈등현안인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해서도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하고, 사전타당성 용역 검토위원회를 일방적으로 해산해도 민의를 중시하는 도지사로서  '맞짱' 뜨는 모습은 언강생심이었다.

심지어 국토부가 당정협의를 통해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 2개월 연장을 수용했음에도 원 지사는 오히려 제2공항 주변지역 발전계획 용역은 물론 6억원이 투입되는 '도민이익 및 상생발전계획' 용역을 발주했다.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제2공항 건설을 위해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일에는 제주도청을 찾아 원 지사와 면담을 가진 성산읍발전협의회가 건의한 내용은 보도자료까지 내줄 정도로, 배려했다. 성산읍발전협의회는 사실상 제2공항 찬성 단체다.

정작 자신에 대해 불리하다 싶으면 언로를 차단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4일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개원 허가 취소를 위한 청문 절차를 밟고 있으면서도 언론사 취재에는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6.13지방선거에서 맞대결했던 문대림 JDC 이사장이 8일 오전 원 지사를 예방했지만, 취재기자들에게 도지사실 문턱은 아주 높았다.

문 이사장은 오전 11시께 제주도청을 방문, 원 지사와 비공개로 8분여간 대화를 나눴다.

비공개 회동이라고 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언론에는 악수하는 장면과 모두발언 정도는 공개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도청 공보관실과 비서실은 아예 도지사실 출입문을 닫고, 사진과 영상 촬영을 막았다. 

제주도는 JDC와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사실 무근이었다. JDC 관계자는 "(원희룡 지사-문대림 이사장의) 상견례를 비공개로 한다고 합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의 항의에 비서실은 "공보관실에서 알아서 한 것"이라고 했고, 공보관실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도민과의 소통강화를 위해 도지사 직속으로 신설된 소통혁신정책관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원희룡 지사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고소.고발 등 난타전을 벌인 문대림 이사장에게 앙금이 남아 있어서 비공개를 고집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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