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 기획-위기의 지하수] ①한림정수장 1만톤 가동중단...2만톤 취수 저지-서광서 대체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과 축산폐수 논란으로 촉발된 ‘물 포비아’가 청정제주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한림정수장 처리시설까지 폐쇄하는 극약처방까지 내려졌다. 상수도 사용은 늘고 지하수 관정 곳곳에서는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수질 논란에 직면한 지하수의 실태를 통해 향후 물 관리 방안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제주도가 1985~1996년에 총사업비 108억원을 투입해 설치한 한림정수장의 급속여과시설. 제주도는 해당 설비를 거친 물에서 질산성질소가 목표치 이상으로 치솟자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도가 1985~1996년에 총사업비 108억원을 투입해 설치한 한림정수장의 급속여과시설. 제주도는 해당 설비를 거친 물에서 질산성질소가 목표치 이상으로 치솟자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한림읍 옹포천 옆에 위치한 한림정수장은 54년간 서부지역 상수도 공급을 책임진 핵심 시설 중 하나다.

제주도상하수도본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정수장 내부로 들어서자, 주택 2동 규모의 거대한 고도정수처리시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원수가 유입돼야 할 관은 막혔고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설치된 자갈·모래 여과시설에도 더 이상 물이 공급되지 않고 있었다. 가동을 멈춘지 벌써 두 달째다.

한림정수장은 1965년부터 간이상수도 형식으로 운영돼 왔다. 염소소독 만으로 식수조건을 갖출 수 있었다. 원수인 옹포천 주변의 용천수가 워낙 깨끗했기 때문이다.

1985~1996년에는 총사업비 108억원을 투입해 원수를 느린 속도로 모래층을 통과하도록 하는 완속여과설비와 여과 시간을 단축한 급속여과시설을 설치했다.

2014~2016년에는 재차 사업비 152억원을 들여 도내 최초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설치했다. 이 설비는 여과된 물을 막(멤브레인 Membrane)으로 재차 거르는 방식이다.

제주도가 1985~1996년에 총사업비 108억원을 투입해 설치한 한림정수장의 급속여과시설. 제주도는 해당 설비를 거친 물에서 질산성질소가 목표치 이상으로 치솟자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도가 1985~1996년에 총사업비 108억원을 투입해 설치한 한림정수장의 급속여과시설. 제주도는 해당 설비를 거친 물에서 질산성질소가 목표치 이상으로 치솟자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한림읍 옹포리 한림정수장에 설치된 전처리 설비. 옹포천 주변 용천수에서 끌어온 원수를 1차로 정수하는 시설이다. 전처리를 거친 정수는 다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거쳐 서부지역 각 가정으로 공급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한림읍 옹포리 한림정수장에 설치된 전처리 설비. 옹포천 주변 용천수에서 끌어온 원수를 1차로 정수하는 시설이다. 전처리 된 정수는 다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거쳐 한림읍 등 서부지역 각 가정으로 공급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한림정수장의 시설용량은 하루 2만톤이다. 20년 넘게 한림읍 전역과 애월읍(곽지, 금성, 납읍, 봉성), 한경면(조수, 저지) 일부 주민 약 3만여명의 급수를 담당해 왔다.

문제는 1만톤 규모의 급속여과시설에서 나왔다. 질산성 질소 농도가 7~8mg/L로 오르면서 수질 논란이 불거졌다. 먹는물 기준 10mg/L보다 낮지만 다른 지역 평균 3~4mg/L를 웃돌았다.

질산성 질소는 유기물 속의 질소 화합물이 산화 분해해 무기화한 최종산물이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에게 산소전달을 방해하는 청색증(Blue-baby)의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제주도는 올해 1월16일자로 취수량 2만톤의 절반을 담당하는 급속여과시설 가동을 중단시켰다. 대신 나머지 1만톤을 저지광역수원지에서 끌어다 사용하고 있다.

제주도의 대안은 오염이 의심되는 기존 한림수원지의 대체수다. 2021년까지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지역에 대체 취수원을 개발해 현재 1만톤 취수량을 대신할 계획이다.

이 경우 한림정수장은 전체 취수량 2만 톤 중 1만톤은 서광리, 나머지 1만톤은 저지광역수원을 통해 공급 받게 된다.

기존 옹포천 주변 한림수원지는 먹는물 사용이 우선 금지되고 향후 가뭄에 따른 예비 수원으로 활용하게 된다. 

한림읍 옹포천 주변 지하수가 관을 통해 한림정수장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 옹포천 용천수는 수질이 워낙 좋아 과거는 염소소독만으로 가정에 공급됐지만 수년 전부터 질산성 질소 농도가 높아져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한림읍 옹포천 주변 지하수가 관을 통해 한림정수장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 옹포천 용천수는 수질이 워낙 좋아 과거는 염소소독만으로 가정에 공급됐지만 수년 전부터 질산성 질소 농도가 높아져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014~2016년 총사업비 152억원을 들여 도내 최초로 설치한 한림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시설. 이 설비는 여과된 물을 사진 속 막(멤브레인 Membrane)으로 재차 거르는 방식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014~2016년 총사업비 152억원을 들여 도내 최초로 설치한 한림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시설. 이 설비는 여과된 물을 사진 속 막(멤브레인 Membrane)으로 재차 거르는 방식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도는 지하수 수위 하락이나 물 수요량 급증시 사용이 가능한 만큼 전면 폐쇄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현재 취수가 중단된 수원지는 금산수원지(건입동)와 서림수원지(대정읍), 호근수원지(호근동), 추자1·2수원지(추자면) 등 4곳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후폭풍이 거세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수원지 주변으로 개발행위가 전면 금지돼 재산권 행사가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때문에 곳곳에 지하수 취수공을 새로 뚫는 대신 정수처리시설을 고도화해 지하수 난개발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지하수 관정 개발은 연간 1건 내외였지만 2015년 12건, 2016년 19건, 2017년은 22건으로 크게 늘었다. 취수허가량만 월기준 146만250톤에 달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대체 취수원 개발을 검토 중이지만 기존 취수원(옹포천)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다만 지역별 견해차로 취수원 추가 개발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강물을 정수해 먹는 다른 지방과 달리 제주는 여전히 원수가 깨끗하다”며 “정수처리시설 고도화가 되면 폐쇄된 다른 수원지도 언젠가는 취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2014~2016년 총사업비 152억원을 들여 도내 최초로 설치한 한림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시설. 이 설비는 여과된 물을 막(멤브레인 Membrane)으로 재차 거르는 방식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014~2016년 총사업비 152억원을 들여 도내 최초로 설치한 한림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시설. 이 설비는 여과된 물을 막(멤브레인 Membrane)으로 재차 거르는 방식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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