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31. 뚜껑별꽃 (Anagallis arvensis var. caerulea [L.] Gouan) -앵초과-

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이번에 소개할 야생화는 앙증맞고 귀여운 뚜껑별꽃입니다. 청자색의 꽃을 피우는 이 뚜껑별꽃은 고운 자태로 보라별꽃, 별봄맞이꽃 등의 이명으로 불리는 작은 식물입니다. 종소명인 ‘Anagallis arvensis’는 '해가 뜨면 다시 핀다'는 뜻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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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별꽃이라는 이름은 열매에서 유래했습니다. 열매가 익으면 종자를 퍼뜨리기 위해 꽃받침 가운데 부분이 갈라지고 뚜껑처럼 열리는 모습에서 유래합니다. 뚜껑덩굴이라는 식물도 마찬가지로 종자가 터질 때의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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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별꽃 종자. ⓒ제주의소리

개별꽃, 쇠별꽃, 별꽃 등 흔히 별꽃이라 부르는 꽃들은 석죽과 식물입니다. 그러나 뚜껑별꽃은 별꽃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이들과 전혀 족보가 다른 앵초과의 한해살이 풀꽃입니다. 앵초과의 식물이지만 꽃 모양과 잎이 별꽃 종류들을 닮아 이름 지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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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명으로 ‘Poor-Man-Weatherglass’라고 한 것을 보면 서양에서는 뚜껑별꽃이 피는 것을 보고 날씨를 짐작했던 모양입니다. 그만큼 날씨에 민감한 야생화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흐린 날이나 날이 저물어 가면 꽃잎을 닫고, 해가 있어야만 꽃잎을 여는 식물입니다.

뚜껑별꽃속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24종이 온대와 열대에 걸쳐 분포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와 추자도 그리고 전라남도의 일부 섬에 뚜껑별꽃 1종만이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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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별꽃을 노래한 시 한 편 올려 드립니다.

해변의 여인 뚜껑별꽃
유유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돌멩이

부유함과 존귀함의 상징
형형색색 아름다움의 결정체라는
수백 가지 보석들

까짓거 있으면 뭐해
생명체가 없으면 진정한 보석 아니지

바닷바람에 만들어진
해변의 여인 같은 뚜껑별꽃이
배시시 웃고 있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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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중앙을 보면 암술·수술 둘레에 흰색·자주색의 띠가 둘러져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노란색의 꽃밥과 함께 고운 모습입니다. 바람이 불어오면 이 작은 뚜껑별꽃을 카메라 앵글에 담기가 어려워 '뚜껑이 열린다'는 농담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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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되면서 뚜껑별꽃이 만발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이 뚜껑별꽃을 만날 수 있지만, 갈수록 개체수가 감소하는 현실입니다. 주로 제주의 해안가 근처나 낮은 저지대의 오름의 들판에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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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별꽃의 꽃말은 ‘추상(追想)’이라고 합니다. 개별의 사물이나 표상의 공통된 속성이나 관계 따위를 뽑아낸다는 의미죠.

이제 봄이 되면서 숲속의 곶자왈이나 해안가의 식물들도 하나 둘 꽃이 피어나고, 경칩이 지나면서 작은 식물들도 봄을 깨웁니다. ‘제주의소리’ 독자분들도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펴고 자연을 벗 삼는 3월이 되길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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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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