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 기획-위기의 지하수] ② 부실 시공 지하수 관정은 '오염 고속도로'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과 축산폐수 논란으로 촉발된 ‘물 포비아’가 청정제주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한림정수장 처리시설까지 폐쇄하는 극약처방까지 내려졌다. 상수도 사용은 늘고 지하수 관정 곳곳에서는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수질 논란에 직면한 지하수의 실태를 통해 향후 물 관리 방안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이종우 미래에코시스템연구소 소장의 ‘지하미생물 환경분포 변화 특성연구’ 자료. 제주시 조천과 한림, 서귀포시 남원 등 3곳의 지하수와 제주시 구좌, 애월, 한림, 서귀포시 표선과 남원, 대정 등 8곳의 실험군을 비교해 관정 주변 토양 미생물과 지하수 오염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자료출처-미래에코시스템연구소]
이종우 미래에코시스템연구소 소장의 ‘지하미생물 환경분포 변화 특성연구’ 자료. 제주시 조천과 한림, 서귀포시 남원 등 3곳의 지하수와 제주시 구좌, 애월, 한림, 서귀포시 표선과 남원, 대정 등 8곳의 실험군을 비교해 관정 주변 토양 미생물과 지하수 오염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자료출처-미래에코시스템연구소]

제주도와 환경부의 후원으로 진행된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 2018년도 연구개발사업에서 지하수 오염과 관련해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종우 미래에코시스템연구소 소장은 ‘지하미생물 환경분포 변화 특성연구’에서 농업용수 관정 주변 토양 미생물을 분석해 지하수 오염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연구는 제주시 조천과 한림, 서귀포시 남원 등 3곳의 지하수와 제주시 구좌, 애월, 한림, 서귀포시 표선과 남원, 대정 등 8곳의 실험군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하수와 주변 토양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군 관정 8곳 반경 1km 이내 2곳씩 모두 16곳의 흙을 채취해 미생물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관정 11곳 중 9곳에서 병원성 미생물로 의심되는 성분이 나왔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지하수와 주변 토양의 미생물 유전자를 분석해 동일성을 확인했다.

일부 관정에서는 생활폐수와 동물성 병원균에 의한 지하수 오염이 의심되는 미생물이 나왔다. 서부지역의 관정에서는 축산폐수 유입이 의심되는 암모니아성 질산이 관측되기도 했다.

동부지역의 한 관정은 염소이온 농도가 유독 높았다. 이는 바닷물의 유입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하수열 이용 사업장 근처에서 미생물 오염이 높은 관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연구원이 수행중인 ‘지하수 수질개선 및 오염방지 방안연구’ 자료. 서부지역 고산리와 신도리, 낙천리, 청수리 일대 지하수 관정에서 질산성 질소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빨간색 삼각형이 클수록 오염도가 높다. [자료출처-제주연구원]
제주연구원이 수행중인 ‘지하수 수질개선 및 오염방지 방안연구’ 자료. 서부지역 고산리와 신도리, 낙천리, 청수리 일대 지하수 관정에서 질산성 질소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빨간색 삼각형이 클수록 오염도가 높다. [자료출처-제주연구원]

제주연구원이 수행중인 ‘지하수 수질개선 및 오염방지 방안연구’에서도 지하수오염이 의심되는 정황이 나타났다. 조사대상은 서부지역 고산리와 신도리, 낙천리, 청수리 일대다.

이 지역 농업용 관정 31곳을 분석한 결과 67.7%인 21곳에서 질산성 질소 농도가 5mg/L를 넘어 오염이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4곳은 지하수 환경기준인 10mg/L를 초과했다.

질산성 질소는 유기물 속의 질소 화합물이 산화 분해해 무기화한 최종산물이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에게 산소전달을 방해하는 청색증(Blue-baby)의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불투수층에 의한 누수와 관정 누수 여부를 조사했지만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불투수층은 균질한 점토층이나 암반이 위치해 물이 침투하기 어려운 층을 의미한다.

이에 연구진은 상류지역의 오염 물질이 하류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상류 지역 관정에서도 질산성 질소 오염이 확인됐고 경사지를 따라 오염도가 이어진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같은 흐름과 관계없이 불규칙적으로 질산성 질소 농도가 높은 관정도 눈에 띄었다. 이 곳은 주변에 축산분뇨와 배출시설이 위치해 있어 직접 오염이 의심되는 지역이다.

연구진이 2017년 기준 도내 가축분뇨와 질소비료, 개인하수처리시설을 분석한 결과 도 전체 1일 질소비료 발생 부하량은 4만1065kg으로 가축분뇨 2만1779kg보다 갑절 가까이 많았다.

제주에 설치된 지하수 관정. 2017년말 기준 관정은 4818개다. 이중 농어업용이 3231개로 가장 많다. 생활용은 1432개, 공업용 148개, 먹는샘물 제조용 7개다. [자료출처-제주연구원]
제주에 설치된 지하수 관정. 2017년말 기준 관정은 4818개다. 이중 농어업용이 3231개로 가장 많다. 생활용은 1432개, 공업용 148개, 먹는샘물 제조용 7개다. [자료출처-제주연구원]
지하수 오염 경로.  부실 시공 관정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오염된 지하수가 흐르다 오염되지 않은 주변 지하수까지 오염을 유발시킬 수 있다. [자료출처-제주연구원]
지하수 오염 경로. 부실 시공 관정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오염된 지하수가 흐르다 오염되지 않은 주변 지하수까지 오염을 유발시킬 수 있다. [자료출처-제주연구원]

반면 서부지역은 가축분뇨가 1만3181kg으로 질소비료 1만1191kg보다 오히려 많았다. 양돈단지가 위치한 한림의 경우 가축분뇨가 9674kg으로 질소비료 2393kg의 4배 이상을 차지했다. 

연구진은 부실 시공된 관정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고속도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관정 벽면을 타고 오염물질이 유입되면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될 개연성이 있다.

현재 지하수를 뽑기 위해 제주에 설치된 관정은 2017년말 기준 4818개에 이른다. 이중 농어업용이 3231개로 가장 많다. 생활용은 1432개, 공업용 148개, 먹는샘물 제조용 7개다.

이들 관정의 1일 최대 허가량은 농어업용 90만6000톤, 생활용 64만2000톤, 공업용 2만7000톤, 먹는샘물 제조용 4000톤 등 모두 157만7900톤에 이른다.

지하수 지속이용 가능량은 연간 6억4500톤으로 지하수 함양량의 38.5%이다. 이를 1일 지속이용 가능량으로 계산하면 176만톤이다. 허가량은 이미 지속량의 90%에 육박하고 있다.

인구와 관광객이 늘면서 지하수 사용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 사이 지하로 스며든 비료와 폐수가 수십년간 축적되면서 생명수의 위험신호는 점차 증폭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