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목격자 없는 미세섬유 간접증거 쟁점...피고인측 공소사실 부인 ‘또 다른 용의자 언급’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재판이 시작됐다. 피고인측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또 다른 용의자까지 언급하면서 향후 치열한 법리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10년 전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세)씨를 살해한 혐의(강간살인)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51)씨를 상대로 14일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이례적으로 수사와 공판검사 3명을 투입했다. 특히 수사를 지휘하다 올해 초 서울동부지검으로 이동한 류승진 검사까지 참석시키는 등 공소사실 유지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피고인은 서울의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했다. 재판에는 형사사건 전문 대표변호사와 생명과학을 전공한 변호사를 투입해 검찰측 공소사실을 요목조목 반박했다.

박씨는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으로 재판에 임했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수사검사가 수시로 피고인석을 주시했지만 박씨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피고인측은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일부 증거에도 부동의 의견을 냈다. 경찰이 수사 초기 확보한 피고인의 청바지에 대해서도 압수물 조서가 없어 위법한 증거수집에 해당한다며 맞섰다. 

박씨가 2009년 2월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피해자를 자신의 택시에 태웠다는 검찰측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이를 입증할 증거도 부족하다며 증인 신문도 예고했다.

피고인측은 범행 직전 피해자가 남자친구와 다툰 점, 다른 택시기사가 피해여성을 과거에 탑승시킨 적이 있는 점 등을 내세우며 다른 범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수사 초기 용의선상에 오른 또 다른 인물 3명에 대한 증인신문 의사도 내비쳤다.

첫 공판이 끝나는 시점에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박씨는 변호인과 뜻을 같이 한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박씨는 2009년 2월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신이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한 이씨를 성폭행 하려다 살해하고 애월읍 고내리의 배수로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10년 전 박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풀어줬다. 박씨는 이듬해인 2010년 2월 제주를 떠나 여러 지역을 떠돌며 생활해 왔다.

발전된 과학수사를 토대로 다수의 증거를 내세운 경찰은 범행 발생 9년만인 2018년 5월16일 경북 영주시에서 박씨를 체포했다. 구속영장까지 곧바로 신청하며 수사에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재판부는 경찰이 제시한 섬유 조각이 유사성에 그쳐,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한 박씨는 체포 64시간만인 그해 5월19일 풀려났다.

절치부심한 경찰은 증거를 보강해 2018년 12월18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사흘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수사를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며 올해 1월15일 박씨를 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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