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시는 위탁업체, 위탁업체는 재위탁업체에 책임 돌려 "지도관리 미흡"

왼쪽부터 윤선홍 제주시 청정환경국장, 한불에너지관리(주) 김동석 제주사업소장.
왼쪽부터 윤선홍 제주시 청정환경국장, 한불에너지관리(주) 김동석 제주사업소장.

제주시가 압축폐기물이 해외로 반출된 사실을 2017년 5월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언론에서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부랴부랴 기자회견까지 자처했지만 쓰레기 처리를 위탁받은 업체를 제대로 지도·관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사과했다.

제주시는 필리핀에서 반송된 우리나라 쓰레기의 출처가 제주라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하자 14일 오전 10시 브리핑을 열어 “재발방지를 위해 철저한 관리와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장에는 윤선홍 제주시 청정환경국장과 민간업체인 한불에너지관리(주) 김동석 제주사업소장 등이 자리했다.
 
제주시는 생활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파쇄→풍력선별→분쇄→압축→포장’ 과정을 거치는 고형연료 생산시설을 2015년 도입했다.
 
고형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발열량과 중금속 함량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수분함량은 25% 미만이어야 한다.
 
북부광역(봉개) 소각장의 경우 제주시 각 읍·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소각쓰레기와 함께 처리하고 있다. 자연스레 수분함량이 높아 고형연료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애초 제주시가 각 읍·면 음식물쓰레기 처리 방법만 찾았다면 압축폐기물이 아니라 고형 연료를 꾸준히 생산할 수도 있었다.
 
북부소각장은 하루 평균 143톤을 처리할 수 있지만, 제주시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는 하루 약 213톤에 이른다.
 
매일 70여톤의 잉여 쓰레기가 쌓여왔다. 처리 방법을 찾지 못해 봉개 쓰레기매립장에 야적된 압축폐기물만 현재 4만톤이 넘는다.
 
제주시는 압축 폐기물 처리를 위해 한불에너지와 위탁계약을 맺었다. 한불에너지는 2016년 폐기물종합처리업체인 (주)네오그린바이오와 재위탁계약(약 2억9200만원)을 체결했다.
 
한불에너지과 네오그린의 첫 계약서에는 ‘해외 반출’이 명시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한불에너지는 이듬해 2017년 계약에서 ‘국내 처리에만 한한다’는 내용으로 네오그린과 다시 계약(약 11억3900만원)을 맺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압축폐기물 약 2712톤은 2017년 1월 제주항을 통해 필리핀으로 운송됐지만, 3월15일 평택항으로 돌아왔다.
 
평택세관의 입항 거부로 압축쓰레기는 2개월간 공해상에 대기하다 5월19일 평택항에 하역됐다.
 
제주시는 압축폐기물이 필리핀에서 반송돼 평택항에 들어왔을 때 해외 반출 여부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한불과 네오그린 측 최초 계약에 해외 반출이 명시돼 있어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윤 국장은 “서류상으로 관련 내용을 주고받았고, 위탁업체에서 잘 해줄 것으로 믿었다”고 답변했다.
 
평택항 측에서 2018년 1월부터 압축폐기물 처리를 요청했고, 네오그린 측은 압축폐기물 2712톤 중 930여톤을 육지부 소각처리시설에서 위탁 처리했다.
 
이어 남은 1782톤과 다른 지역 폐기물을 섞어 총 5100톤을 다시 필리핀으로 수출했다는 것이 제주시와 한불에너지 측의 설명이다.
 
또 해외로 수출하지 못하고 군산항 인근 창고에 밀봉된 압축폐기물만 9262톤에 달한다.
 
결국 제주시가 2년 전부터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위탁 업체에만 맡겨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2018년 발생한 압축폐기물의 경우 시멘트제조업체가 시멘트 소성로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제주시는 책임소재를 위탁 업체로 떠넘겼다.
 
윤 국장은 “위탁업체를 철저히 지도·관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 쓰레기를 도외 반출할 때 운송부터 처리까지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시의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어 “대부분이 알다시피 인구가 급증하면서 쓰레기와 차량 등도 급증했다. 2015년부터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해 그에 따른 인프라를 제대로 조성하지 못했다”며 “현재로서는 도외반출 밖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 국장은 “적치된 압축폐기물의 경우 업체에 처리를 요구하겠다. 처리가 지지부진하면 법적 대응도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불에너지 김동석 제주소장은 “2016~2017년 회사(한불에너지) 매립장 상황이 열악했다. 매립지 조성 공사를 해야 하는데 쌓인 압축쓰레기로 공사조차 할 수 없었다. 네오그린과 계약 이후 제대로 지도·관리하지 못했다. 책임을 인정한다. 네오그린 측을 고소·고발하는 것도 고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서는 제주시 동복리에 조성되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를 언급했다.
 
윤 국장은 “동복리 자원순환센터가 정상 가동되면 모든 쓰레기를 말끔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원순환센터 가동 까지는 위탁 업체에 대한 지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