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순정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문화유적관리과 팀장

겨울의 끝자락과 싱그러운 초봄이 겹치는 요즘, 제주목 관아 경내에는 툭툭 터지는 홍매화 꽃망울이 내방객들의 눈길을 붙잡고 발걸음을 머물게 합니다. 경칩을 지나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음을 느낍니다. 벌 나비들의 날개짓을 부르는 홍매의 향기에 취할 듯 풍경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끊이지 않는 뭇새들의 지저귐도 사랑 노래처럼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관아 건물들과 어우러지는 자연의 모습과 고색창연한 제주 전통문화가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제주목 관아는 1991년부터 1998년까지 이어진 발굴조사를 통해 외대문, 중대문, 홍화각, 애매헌, 호적고, 우련당, 예리장방, 연못, 우물 유구와 담장지 등 18세기 관아 건물의 배치 전모가 드러나면서 복원된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이곳을 지하주차장으로 조성하려다가 다수의 유물이 출토되어 발굴 조사에 들어가고, 이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복원에 이르렀다는 역사적 사실을 세세하게 알고 있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 더구나 제주목의 정치·행정·경제·문화의 중심지로서 원형이 훼철된 것은 일제 강점기 때였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픈 역사입니다. 

복원 전 이 자리에는 일제에 의하여 모든 관아 시설이 헐리고 제주도청과 제주도경찰서,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검찰청 등 서양식 건축물들을 세우는 바람에 관덕정 외에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1960년대 말까지 이어진 풍경이었습니다. 그래서 관덕정을 포함한 제주목 관아 일대는 일제의 잔재를 걷어낸 극일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해를 맞아 100년 전 관덕정 광장에도 휘날렸을 태극기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71년전 제28주년 3.1절 기념일에 군중을 향한 경찰의 발포가 도화선이 된 4.3의 비극도 떠올립니다.

제주목 관아는 이러한 역사로 점철된 현장입니다. 이 공간에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전통문화 재현은 물론 야간 개장에 따른 특별공연 등이 연중 이뤄지게 됩니다. 봄 향기 가득한 제주목 관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고순정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문화유적관리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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