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 기획-위기의 지하수] ③ 농업용 관정 '수질 대표성' 한계...수질측정망 개선 목소리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과 축산폐수 논란으로 촉발된 ‘물 포비아’가 청정제주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한림정수장 처리시설까지 폐쇄하는 극약처방까지 내려졌다. 상수도 사용은 늘고 지하수 관정 곳곳에서는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수질 논란에 직면한 지하수의 실태를 통해 향후 물 관리 방안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가축분뇨 무단 배출로 제주 지하수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가축분뇨를 철저하게 관리해 배출하는 모범 사업장.
가축분뇨 무단 배출로 제주 지하수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가축분뇨를 철저하게 관리해 배출하는 모범 사업장.

제주는 제조업의 산업기여율이 4% 안팎에 불과하다. 대규모 공장도 없어 산업폐수로 인한 수질오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대로 맑은 물은 제주의 자랑이자 생명수였다. 

한반도의 보물섬인 청정 제주가 이제는 지하수 오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수 오염의 주범으로 농업용 질소질 비료 과다 사용과 가축분뇨 무단배출, 중산간 일대 무분별한 액비살포, 지하침투식 개인하수처리 시설 증가 등을 지목한다.

실제 도내 화학비료 사용량은 농지면적 1ha당 890kg으로 전국 평균 268kg과 비교해 3배 이상 많다. 토지 1ha당 양돈사육도 3.06마리에 달해 전국 평균 1.03마리보다 3배나 많다. 

여러 기관에서 지하수 오염 실태를 확인하고 있지만 현재 설치된 지하수 수질측정망은 규격화된 계획이나 기준에 따라 설치되지 않아, 지역 실정을 반영하기에는 제한적이다.

수질측정망은 지하수법 제18조(수질오염의 측정)에 근거한다. 수질 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지하수 보전 정책의 기초 자료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해당 법령에는 지하수의 수질보전을 위해 환경부장관이 수질측정망을 설치해 전국의 지하수에 대한 수질오염실태를 측정하도록 명문화 하고 있다.

제주의 경우 환경부의 위탁을 받은 한국환경공단이 화북공업단지 등 오염우려지역 21곳을 측정하고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주거단지 등 일반지역 측정망 20곳을 관리한다.

제주도내 지하수 오염 우려 지역.
제주도내 지하수 오염 우려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은 별도 관정 128곳의 수질을 확인한다. 사유지 관정 출입과 골프장 민원 등을 이유로 현재는 공공관정만 조사하고 있다. 이마저 직접 물을 채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관리 기관에 따라 검사 방식과 위치는 제각각이다. 측정 지점과 시기가 자주 바뀌면서 막대한 자료의 연속성과 활용성도 떨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관리종합계획(2018~2022)’에 지역 특성에 적합한 다목적 지하수 수질측정망 운영을 포함시켰다.

종합계획에는 제주연구원이 2018년 수행한 ‘지하수 수질관측망 개선방안 연구’ 사업 내용이 대부분 담겨 있다.

연구진은 보다 정확하고 체계적인 오염 실태를 확인해야 맞춤형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46개소, 78개 지점의 지하수 수질측정망 설치를 제안했다.

주요 지점은 해발 200m 이하 오염원 하류 지역이다. 도 전역에 32곳을 정하고 지하 심층부와 상층부에 2개씩 총 64곳에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머지 14곳은 300m 이상이다.

이 경우 가축분뇨와 액비살포, 개인하수 등 오염원 밀집지역에서의 오염사고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용천수와 염지하수 관측망과 연결할 경우 통합적인 관리도 가능해진다. 

강봉래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수질측정망은 대부분 농업용 관정에 설치돼 지하 여러층에서 섞인 물이 나온다”며 “과학적인 수질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수질측정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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