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인사 첫 수상, 4.3진상규명운동의 표상…베트남 인권운동가 여성 2명 특별상

제3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순이삼촌]의 저자 소설가 현기영 선생. 오른쪽은 특별상 수상자인 응우옌 티탄(62, 사진 위)과 응우옌 티탄(59). ⓒ제주의소리
제3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순이삼촌]의 저자 소설가 현기영 선생. 오른쪽은 특별상 수상자인 응우옌 티탄(62, 사진 위)과 응우옌 티탄(59). ⓒ제주의소리

제3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망각과 침묵을 강요당하던 1970년대 후반 4.3당시 북촌리 대학살을 다룬 소설 <순이삼촌>을 발표, 4.3을 시대의 한복판으로 끌어올린 소설가 현기영(78) 선생이 선정됐다.

제주4.3평화상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는 제3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소설가 현기영(78) 선생을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와함께 특별상에 베트남 인권운동가 응우옌 티탄(하미마을, 62), 응우옌 티탄(퐁니-퐁넛마을, 59) 동명이인이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

4.3평화상 수상자인 현기영은 제주출신으로, 민중의 삶을 억누르는 야만의 역사를 글로 드러내어 그 상처를 보듬는 작가이자, 평화로운 공동체 회복을 위해 실천한 지식인이다.

4.3에 대해 30여년간 망각과 침묵을 강요당하던 시절, 문학적 양심으로 북촌리 대학살을 다룬 작품 <순이삼촌>을 1978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하면서 4.3을 시대의 한복판으로 끌어올렸다. 이 작품은 국가폭력의 실상을 폭로하고, 진상규명의 필요성, 치유와 추모의 당위성을 널리 확산시키는 디딤돌이 됐다.

이를 계기로 대학가와 지식인들에게 4.3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문화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작가는 4.3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1979년 군(軍)정보기관에 연행돼 심한 고초를 겪어야 했다. 소설<순이삼촌>도 14년간 봐서도 읽어서도 안되는 ‘금서’가 됐다.

이외에도 그는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창작해 한국문학계의 거목으로 칭송을 받았지만, 또 하나의 4.3소재의 장편소설인 자전적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1999)를 내놓았지만, 이번에도 국방부의 불온도서로 선정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현기영은 권위주의시대 인간의 억압과 통제를 극복하고, 자유와 자율 그리고 평화의 시대를 선도하는 평화운동가로도 활약했다. 특히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앞장섰는데, ‘제주4.3연구소’ 초대소장, ‘제주사회문제협의회’ 회장 등은 그의 삶의 궤적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이외에도 그는 4.3의 각 시기별로 추진됐던 50주년, 60주년,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대표를 맡아 4.3진상규명운동의 연장선에서 끊임없는 활동상을 보여줬다.

현기영은 온 생애를 바쳐 끊임없이 4.3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인권과 평화를 가로막는 온갖 불의하고 부당한 움직임에 저항하는 실천적 지식인의 표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인사로서는 첫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그의 4.3평화상 수상은 모든 제주도민들이 흔쾌히 드리는 아름다운 헌사이기도 하다.

4.3평화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응우옌 티탄(하미마을)과 응우옌 티탄(퐁니-퐁넛마을)은 1968년 베트남 민간인학살 당시 각각 11살과 8살의 몸으로 학살의 현장에서 가족들을 잃고, 자신들은 온 몸에 총상을 입고 살아남은 여성 후유장애 생존자들이다.

같은 이름의 두 응우옌 티탄은 2018년 4월22일 한국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 원고로 참석해 하미마을과 퐁니-퐁넛학살을 증언했고, 최초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학살피해자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한국 사람들 앞에 증언자로 나섰던 이들은 승소 이후 단순한 피해자에서 벗어나 평화인권 운동가로 나서 국제사회에 큰 영감과 울림을 주고 있다.

응우옌 티탄(하미마을)은 1968년 1월24일,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135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조사된 꽝남성 디엔반시 하미학살 생존자다. 당시 어머니, 남동생, 숙모, 사촌동생 둘을 잃고, 11살이었던 탄은 수류탄에 왼쪽 귀의 청력을 상실, 왼쪽 다리와 허리에 수류탄 파편이 박히는 부상을 입었다.

또 다른 응우옌 티탄(퐁니-퐁넛마을)은 1968년 2월12일 74명이 희생됐던 꽝남성 디엔반시 퐁니·퐁넛학살 생존자로, 당시 어머니, 언니, 남동생, 이모, 이종사촌동생 등 모두 다섯 명의 가족을 잃었다. 8살이었던 탄은 왼쪽 옆구리에 총상을 입었다.

이들은 오랜 시간 자신들이 겪은 고통과 상처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민평화법정 승소 판결 이후 제주를 방문, 4.3 여성 생존자들과 함께 증언의 자리에 서서 4.3과 연대, 서로 위로하기도 했으며, 4.3평화공원에서는 참혹했던 전쟁의 고통과 진실에 공감하기도 했다.

베트남 두 여성의 특별상 수상의 의미는 전쟁의 가장 큰 약자였고 피해자였던 베트남 여성들이 용감하게 진실의 법정에 섰다는 것이며, 이후 피해자에서 평화운동가로의 변신은 과거 잘못된 역사에 대해서는 바로 잡아야한다는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역사 인식과 상통한다는 데 있다. 또한 한국의 시민들이 베트남의 아픔을 아래로부터 인정하고 사과함으로서 베트남 전쟁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세계사적 의미로 남게 될 것이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4월1일 오후 6시 제주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3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이에 앞서 오후 4시에는 제주칼호텔 동백룸에서 수상자들의 합동기자회견이 마련된다.

4.3평화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만달러,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만달러가 수여된다.

양조훈 이사장은 “제3회 제주4.3평화상을 맞으며 더욱 권위와 영예에 빛나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평화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4.3평화상은 2015년 4월 제정됐으면 격년제로 시상하고 있다.

제1회 4.3평화상은 일본에서 4.3대하소설 <화산도> 등을 발표하며 재일제주인 소설가 김석범이 수상했고, 제2회 4.3평화상은 미국에서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조명해온 시카고대 석좌교수 브루스 커밍스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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