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공사 출자 상정보류 논란..."열악한 업계 희망까지 싹둑" vs "제주도 논리 부족"

제주도의회가 2000억원 규모의 제주 4차산업혁명 전략펀드 조성에 제동을 걸자 IT와 스타트업 등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펀드 조성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제주도가 참여하지 않게되면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과 IT 업계는 “가뜩이나 업계 사정이 열악한데 도의회가 희망의 싹까지 없애버렸다”며 발끈했으나, 도의회는 제주도의 논리 부족을 지적했다.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지난 15일 제주도가 추진하는 4차혁명 펀드와 관련해 제주도개발공사의 10억원 출자 안건을 상정 보류했다. 이번 회기에는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는 제주도가 전액 출자한 지방공기업이다. 
 
도의회의 상정 보류는 공공기관의 펀드 참여 자체가 옳은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4차혁명 펀드는 도내 기업과 제주 이전기업들에 혜택을 줘 경쟁력 있는 산업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KDB산업은행 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펀드' 약 100억원과 기업 130억원, 개발공사 10억원, 제주테크노파크 5억원, 제주은행 5억원을 각각 출자해 사모펀드 형태로 조성될 예정이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다.
 
문재인 정부는 2000년대 초반 국내 벤처 붐에 이은 ‘제2의 벤처붐’ 조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중이다. 그 중 하나로 사모펀드 등 펀드 규제 완화가 꼽힌다. 
 
이전처럼 행정에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등에 특정항목에만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펀드를 통해 기업에 예산을 지원, 항목에 관계없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등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벤처기업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그동안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은 공공기관 등을 통해 예산을 지원 받아도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돼 효율이 떨어진다고 주장해 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청년일자리 1만개 창출을 위한 도민펀드 조성과 2000억원 규모의 제주 4차산업혁명 펀드 조성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정례회 때 ‘2019년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에서는 “4차 산업혁명 펀드를 조성해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를 유도하겠다”며 새로운 산업생태계 조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의회가 개발공사의 10억원 출자에 제동을 걸자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스타트업협회는 지난 18일 민주당 제주도당에 항의성 공문을 보내 "문재인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을 국정운영 최우선 과제로 삼아 펀드 조성 등을 장려하고 있지만, 도의회가 개발공사 10억원 출자를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미래동력 에너지를 잃은 셈"이라며 도의회 환도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에게 공개질의를 했다. 
 
민주당에 공문을 보낸 것은 박원철 위원장을 비롯해 상정 보류 당시 유독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공개 질의 내용은 △민주당 제주도당은 문재인 정부의 모태펀드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제주형 스타트업과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경제통상진흥원과 테크노파크, 신용보증재단 등에서 운영하는 기업대출과 보조금 정책이 제주의 미래경제에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하는지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해 스타트업을 위한 어떤 정책을 마련중인지 등이다.  협회는 19일까지 답변을 요구한 뒤 후속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 A씨는 “기업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은 크게 대출과 펀드 등 2개로 나뉜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재무제표나 그동안의 매출 등을 자료로 제출해야 하는데, 제주 IT 등 산업 여건 상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업계에서 펀드 조성을 요구해왔고, 추진이 시작됐다. 도의회가 대의기관으로서 4차혁명 펀드에 대해 다양한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다. 다만, 보완책을 세워 펀드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도와야지 펀드 조성 자체를 막으면 어떡하나”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산업은행의 출자는 사실상 국비를 확보한다는 얘기가 아닌가. 개발공사 10억원 출자로 국비 100억원 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도의회가 날려버렸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개발공사가 10억원을 출자하지 않더라도 펀드 조성 자체가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공공기관이 펀드에 참여한다고 하기에 많은 기업들이 이를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리자 투자를 결정한 몇몇 기업에서 불만을 토로했다”며 "기업들은 특정 분야에만 사용할 수 있는 자금 지원보다는 본인들이 필요한 곳에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받길 원한다. 펀드 조성도 이를 위한 지원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철 환도위원장은 제주도의 펀드 참여 논리 부족과 책임 문제를 거론했다. 
 
박 위원장은 19일 기자와 만나 “4차혁명 펀드는 공모가 아니라 사모펀드다. 투자자를 모아 기업에 투자, 이익을 남긴다는 얘기다. 공기업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가. 집행부의 펀드 출자 논리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제주에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은 경제통상진흥원, 신용보증재단,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4군데 있다. 이들 기관에서 기업을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지를 우선 훑어봐야 한다. 또 사모펀드 운용사가 제주에 있는 유망기업을 찾아 제대로 지원할지 확신도 없다”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공공기관의 펀드 참여로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는 있다. 만약 펀드가 실패했을 때 투자한 기업들이 실패 원인을 공공기관에 돌리면 어떻게 할 것이냐. 반드시 펀드가 필요하다면 지원금액을 대폭 늘릴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집행부의 논리가 논리가 빈약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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