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패소한 경우 우선 보상” vs 임상필 의원 “행정이 도민에 소송 제기하라는 꼴”

도로 편입 미불용지(미지급용지) 보상비가 땅값 상승과 맞물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제주도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송이 제기될 경우 사실상 행정이 ‘백전백패’하면서 마지못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수동적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임상필 의원(중문․대천․예래동,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제주도가 제출한 2019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미불용지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미불용지란 이미 시행된 공공사업의 부지나,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토지를 말한다. 제주지역 미불용지는 대부분 도로 공사에 편입된 토지들이다.

제주도가 지난 2016년 수립한 미불용지 관리계획에 따르면 도내 미불용지는 총 9만1411필지로 보상비만 1조249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 동안 102억원이 투입돼 319필지(12만8000㎡) 보상은 완료됐다. 문제는 토지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사실상 행정이 ‘백전백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송에서 지면 바로 보상해줘야 한다.

문제는 최근 공시지가 상승하면서 2016년 기준 1조2000억원대로 추정되던 보상비는 2조원을 훌쩍 돌파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불용지 해소에 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상필 의원은 “이번 추경에 미불용지 보상비 예산이 올라와 있는데 어떻게 관리되고 있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이양문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은 “일단은 다수가 다니는 법정도로 위주로 관리하면서 비법정도로에 대해서는 타 시·도 사례를 공유하면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임 의원은 “그렇게 한가하게 답변할 때가 아니”라며 “지가상승이나 소유자 변경 등으로 인해 지역주민간 갈등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도로를 막아버리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미불용지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이양문 국장은 “그런 사정은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예전에는 주민들이 서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외지인들의 토지 매입이 많아지면서 재산권을 주장하거나, 법원 판결도 사유재산권을 우선 인정하다보니 저희들로서도 어렵다. 현재로서는 소송을 유도해 (패소할 경우) 보상하는 방법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국장은 또 “법률상 직권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나름대로 보상지침을 만들어 주로 버스노선이나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법정도로 위주로 해소해 나가고 있다. 비법정도로에 대해서는 연차적으로 해소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해를 당부했다.

이에 임 의원은 “이해는 하지만 소송을 제기해 (행정이) 패소하는 경우에만 보상한다고 하면 도민들에게 소송을 부추기는 꼴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 의원은 “시간이 갈수록 보상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고, 이 국장은 “특수시책으로 토지주 동의를 받아 지목을 분할해 도로로 변경하고 있기도 한데 그 부분에도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도 전체적인 해소방안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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