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32. 중의무릇 (Gagea lutea [L.]KerGawl.) -백합과-

오늘은 봄소식을 전해 온 중의무릇을 만나 보겠습니다. 서양에서는 중의무릇을 ‘베들레헴의 노란별’(Yellow star of Bethlehem)로 부릅니다. 복음서에 세 명의 사제가 빛나는 별을 따라 이스라엘의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 와서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했다는 동방박사 이야기에서 유래됐다고 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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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의무릇의 학명인 'Gagea lutea'의 'lutea'는 황색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의무릇이 노란 꽃을 가진 식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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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무릇의 이름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의무릇’의 무릇은 물웃의 옛말입니다. ‘물’은 물(水)이고 ‘웃’은 위 또는 가장자리라는 뜻입니다. 즉, 무릇은 물기가 많은 곳이나 가장자리에 피는 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스님들이 사는 깊은 곳에 피어나는 무릇이라는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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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유래는 사찰에서는 향이 강하고 양기를 돋게 하는 야채를 먹지 않기 때문에, 마늘 대신 이 중의무릇을 사용하면서 이름을 얻었다는 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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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는 오름이나 한라산 저지대 숲 속의 나무 아래로 가면 중의무릇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의무릇은 빛에 민감해 아침, 저녁이나 날씨가 흐린 날에는 꽃잎을 열지 않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좋아야 활짝 핀 중의무릇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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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무릇을 노래한 유유님의 시 한 편 들려 드립니다.

숲 속의 노란 별 중의무릇
유유

산비탈에 서 있는 모습
너무나 불안스러워
지지대라도 받혀주고 싶다

빛이 보여야
숨을 쉴 수 있는
숲 속의 노란 별이라 하니
나무 그늘 없애려
전정이라도 해 줘야 할까 보다

저렇게 연약한 몸이
어떻게 언 땅 뚫고 나왔을까

봄꽃임에도
화려하지 못한
산 중 스님의 모습이라
오로지 수행으로만
강인함을 터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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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꽃잎이 햇살을 받아 피어나면 꽃잎 뒷면으로는 파스텔톤의 녹색이 분칠하듯 그려져 있습니다. 비늘줄기를 본초명으로 ‘정빙화’라고 하며 한방에서 강심제의 약재로 사용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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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냘픈 줄기에 바람에 흔들려도 굽히지 않고 피어나는 생명력 때문일까요? 이 중의무릇의 꽃말이 ‘일편단심’이라고 합니다. 한 조각 붉은 마음, 오직 한 가지에 변함없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려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야생화입니다.

몸을 낮추어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작은 야생화들이 봄소식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그 봄소식을 <제주의소리> 독자분들께 나눠 드리면서 다음 편 이야기는 고사리 이야기로 만나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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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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