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명 바꿀만큼 소중한 문수동자 혜안의 산물 
동네명 바꿀만큼 소중한 문수동자 혜안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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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의 산물] 110. 명월리 문수물

옛 명월리는 상명리(느지리), 옹포리(독개), 동명리(동명월), 금악리(금물악) 등을 포함하는 대촌이었다. 상명리는 웃명월, 동염리는 동명월, 명월리를 서명월이라 했던 탐라 명월현의 본거지였다. 

명월리는 옛 명월진의 중심지로 탐라순력도의 명월조점(明月操點)에서 수류내(月溪川)를 그리고 천(泉, 샘)을 적어 놨다. 증보 ‘탐라지’에서는 “성안에 샘이 하나 있는데 마른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물맛이 매우 달다”며 “내와 같이 분출하는 샘, 천만군사가 길어다 쓸 수 있는 무궁무진한 물”이라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볼 때 명월진성 일대는 물이 풍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명월리처럼 중산간 지역은 대부분 빗물을 받아 활용했던 ‘못’ 중심의 봉천수를 식수로 삼은, 물이 귀한 생활문화다. 그러나 명월리는 동명리와 경계하는 문수천에 산물이 나고 인근 동명리에도 많은 옹포천의 물이 있어 식수 걱정 없는 풍요로운 마을이다. 명월리에서는 쌍계수(雙溪水, 건남천)가 흘러 명월천이 되고 하류에 이르러 옹포천이라 하였다.

지금 명월리의 유일한 산물로 문수물이 있다. 문수물은 명월리의 근원이 되는 밝은오름(明岳) 동쪽에서 흐르는 지방2급 하천인 문수천(문수물내) 동측 변에 있다. 두 그루의 팽나무 노목의 기를 받으며 솟아난다. 

이 산물 입구에 동명리 문수동이란 표지석이 서있는데, 동명리 문수동(汶水洞)은 원래 효동으로 이 산물로 인해 동네이름을 문수동이라 바꾸었으나 실제 문수물의 지번은 명월리이다. 이처럼 마을의 명칭을 바꿀 정도로 마을에서 소중하게 여기고 가꾸어온 문수물은 명월리만 아니라 동명리 문수동에서도 귀하게 썼던 산물이다.

문수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문수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문수물 내부.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예전에 문수물 근처에는 문수암(文殊庵)이라는 절이 있었고 지금은 서측 100m 거리에 천수원이 있어 조선시대 임금인 세조의 목욕을 시켜 준 문수동자의 인연을 상상하게 해 준다. 마을에서는 산물언덕에 '汶水泉(문수천)'이라 새겨진 비명도 원래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을 의미하는 '문수천(文殊泉)이었는데 불교를 배척하던 시대에 불교와의 관련을 없애기 위해 '文殊'를 '汶水'로 바꿨다.

그래서 문수물은 석가모니불의 왼쪽에 자리한 문수동자의 혜안처럼 물통을 만들고 한 방울의 물도 버림이 없이 귀하게 썼던 마을사람들이 지혜로움이 담겨 있는 산물이다.

문수천 입구 비석에 ‘소화9년(1934년) 4월 준공’이라 쓴 것으로 볼 때, 이때 이 산물을 정비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시멘트벽에 1999년 9월30일이란 날짜가 적어진 것으로 볼 때 시멘트를 사용하여 돌담을 다시 재정비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옛 모습을 잘 간직한 몇 안 되는 산물로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의 식수통과 생활용 통을 벽으로 완전히 차단하여 분리시켜 놓아 식수를 귀하게 여겨 사용한 물이다. 지금은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지만 바로 곁에 지하수 관정이 개발된 후 수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산물 터의 고목과 돌담에 낀 이끼만이 긴 세월을 이겨내 물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대변해 준다.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문수물 식수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문수물 빨래터.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고병련(高柄鍊)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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