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제주도, ‘지적공부 정리사업’ 11→6단계 간소화에도 한계 역력…“선제적 대응 필요”

제주도가 보상비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미불용지 해결을 위해 수년째 ‘사실 현황도로 지적공부 정리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갈등․분쟁 해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제주지역 땅값이 미친 듯이 뛰면서 소송도 급증, 대부분 제주도가 패소하면서 뒤치다꺼리하는 수준에 머물면서 행정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과거 새마을사업 등으로 개설되거나 확·포장된 농로, 마을안길 등 사실상의 현황도로와 지금까지 지적공부상 정리가 되지 않은 공공활용부지 등 이른바 미불(미지급)용지에 대한 지적공부 정리사업을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

미불용지란 이미 시행된 공공사업의 부지나,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토지를 말한다. 제주지역 미불용지는 대부분 도로 공사에 편입된 토지들이다.

제주도가 지난 2016년 수립한 미불용지 관리계획에 따르면 도내 미불용지는 총 9만1411필지 1151만7000㎡에 이른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294만6808㎡)의 4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상비만 당시 공시지가 기준 1조24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 2014년 778개 노선 5634필지에 대한 조사를 우선 실시했으며, 2018년 말까지 393노선 3639필지의 토지분할과 1444필지에 대한 도로 지목변경 정리를 완료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실적은 미불용지 해결에 ‘티’도 안난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는 지적공부 정리사업 실무부서를 제주도 건축지적과에서 행정시 종합민원실로 변경하는 한편 추진체계도 당초 11단계에서 6단계로 간소화하는 등 지적공부 정리사업에 속도를 더 낸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지적공부 정리가 더뎌지면서 행정이 부담해야 할 보상비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기준 1조2000억원대로 추정되던 보상비는 2조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공시지사 인상률만 적용해도 한해 2000억원 정도 불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 거래가를 적용하면 보상금 규모는 2~3배 더 뛸 수도 있다.

과거 새마을사업 등으로 도로를 개설할 때 좋은 취지로 기부한 것이지만, 당시 행정에서 공부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때문에 이후 소유권이 바뀌면서 분쟁의 소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토지주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사실상 행정이 ‘백전백패’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송에서 승소하면 토지주들은 통상 소송 전 5년까지 사용료를 일시금으로 받고 향후 도로가 폐쇄되거나 매각할 때까지 매달 사용료를 받는다. 소송비용도 행정이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점은 지난 370회 임시회 추경예산안 심사에서도 지적됐다.

고위 공직자 출신인 임상필 의원(중문․대천․예래동)은 “지가상승이나 소유자 변경 등으로 인해 주민간 갈등․분쟁이 굉장히 늘고 있다. 심지어 도로를 막아버리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행정이 미불용지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그렇다고 행정이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수년째 ‘사실 현황도로 지적공부 정리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티도 안나고, 갈수록 보상금(임대료, 소송비용) 규모는 커지면서 일반회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고 있다.

담당 국장이 바뀔 때마다 “예산을 최대한 확보해 연차적으로 해결해나가겠다”는 틀에 박힌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행정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만 그나마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