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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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世通, 제주 읽기] (127) 페드로 도밍고스, 《마스터 알고리즘-머신러닝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강형진 역, 비즈니스북스, 2016.
페드로 도밍고스, 《마스터 알고리즘-머신러닝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강형진 역, 비즈니스북스, 2016. 출처=알라딘.
페드로 도밍고스, 《마스터 알고리즘-머신러닝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강형진 역, 비즈니스북스, 2016. 출처=알라딘.

# 인공지능이 면접을 본다면?

사람의 성격을 단순히 둘로 나눌 수는 없겠지만, 주변 사람을 둘러보면 내성적인 유형의 사람과 외향적인 유형의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늘 모임을 조직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함께 활동하는 일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나 같은 사람은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로 여겨진다. 낯선 사람들로만 구성된 새 모임에라도 참석하고 나면 온 몸이 파김치가 되어 지친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사회생활에 곤란을 겪기 마련이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만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최소한의 인간관계만을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회적 자본을 쌓는 데 불리하다. 단적으로 내가 가르치는 수업에서도 발표하기를 꺼려하는 내성적인 성향의 학생들은 좋은 학점을 받기 어렵다. 훌륭한 성찰을 담은 글을 써낸 학생이 단지 수업시간에 조용히 있었다는 이유로 나쁜 학점을 받는다면 공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불합리한 요구라고 생각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자신의 성격을 극복하라고 억지를 부리게 된다. 

효용성의 가치에 지배당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소통능력, 리더십, 적극성 등의 태도를 미덕으로 삼기 때문에 외향적인 성격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과학기술들이 직접적인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수단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인류는 개인의 타고난 성향을 고치지 않고도 사회적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우회수단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간단한 예로는 무인판매기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ATM이라든가, 식당의 무인 식권판매기, 무인 호텔, 패스트푸드점의 무인 주문대 등도 다른 사람과 직접 대면하는 과정을 생략하게 하는 기술들이다. 공항이나 극장에서도 발권을 위해 직원과 대면할 필요가 없이 무인 발권기계를 이용하면 된다. 이런 기술들이 확산되는 것은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을 부담으로 느끼는 내성적인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꼭 직접 대면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관계마저 불필요하게 만드는 기술이 등장한다면 어떨까? 예컨대 배우자를 정하기 위해 선을 본다거나,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면접을 본다거나, 아니면 수업시간에 자신의 글을 평가받기 위해 발표나 토론에 참여하는 일 따위 말이다. 내성적인 사람에게 그런 기술은 마치 구원을 위한 복음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술이 점차 실현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은 맞선 장소에 나가지 않고도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자를 찾게 될 것이며, 면접관에게 면전에서 굴욕을 당하지 않고도 자신이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글쓰기 수업에서 상처를 입지 않고도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글쓰기마저도 대신해주는 기술이 등장할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이런 칼럼을 쓰는 일부터 중단되겠지만.

#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

AI가 스포츠 칼럼을 쓰거나 주식거래를 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는 뉴스를 진행하는 AI 앵커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은 ‘머신 러닝’이라는 기술의 발전 때문에 가능했다. 머신 러닝은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일컫는다.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의 등장은 그동안 인간이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일들을 기계가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막연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소위 제4차 산업혁명은 대량실직을 예고한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 가릴 것 없이 거의 대부분의 직업이 기계로 대체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인류에게 재앙인가, 축복인가?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던 것처럼 일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은 이제 컴퓨터를 때려 부셔야 할까? 

《마스터 알고리즘》의 저자인 페드로 도밍고스는 이 물음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다. 그는 오히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머신러닝의 다양한 알고리즘을 통합한 ‘최종 마스터 알고리즘’을 만들어 내야하며, 최종 마스터 알고리즘의 탄생은 지금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인류의 희망적인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학자인 저자의 그런 예측은 물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는 주장은 아니고 단지 희망일 뿐이다. 이 책은 그런 예측을 위한 것이 아니라 머신러닝의 다양한 알고리즘들을 소개하고 그것을 통합할 것을 제안하는 머신러닝 입문서이다. 그렇지만 인류 사회의 미래에 대한 공학자의 낙관적인 희망은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머신러닝의 알고리즘들은 각기 나름의 마스터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마스터 알고리즘이란 모든 영역의 데이터에서 지식을 발견해 내는 ‘범용 학습 알고리즘’을 뜻한다. 이 범용 학습 알고리즘을 어떤 이론을 토대로 만들어냈는가에 따라 머신러닝의 알고리즘이 구분된다. 지금까지 개발된 마스터 알고리즘들은 기호주의자의 역연역법(inverse deduction), 연결주의자의 역전파(back propagation), 진화주의자의 유전자 프로그래밍, 베이즈주의자의 베이즈 추정, 그리고 유추주의자의 서포트 벡터 머신 등이다. 이 마스터 알고리즘들은 각각 특정 작업에서는 훌륭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다. 저자가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최종 마스터 알고리즘은 모든 분야에서 훌륭하게 작동할 통합 알고리즘이다. 그는 그런 알고리즘의 발명이 과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진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지금까지의 인공지능이 기껏해야 넷플릭스에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하거나 아마존에서 개인 맞춤 서적을 추천하는 정도였다면, 미래의 알고리즘은 암을 치료하기 위한 개인맞춤 치료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최종 마스터 알고리즘이 바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상상을 서술하고 있다. 앞서 말한 면접 이야기는 여기서 나온 한 가지 사례이다. 통합 마스터 알고리즘이 만들어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춘 컴퓨터에게 ‘나’를 학습시킨다. 내가 어떤 집안의 사람이며, 어떤 성격을 가지고 태어났고, 취미나 기호가 어떤지, 지식이나 기술의 습득 정도는 어떠한지 등등 말하자면 ‘나’의 정체성을 만들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컴퓨터에게 학습시키는 것이다. 컴퓨터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나에 관한 ‘디지털 모형’을 만든다. 그것은 마치 디지털 공간에 존재하는 나의 분신과도 같다. 이런 모형이 만들어지면 나는 굳이 육체적인 자아를 이동시키지 않고도 수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나의 모형’은 ‘회사의 모형’과 면접을 볼 수 있다. 이 면접은 단 몇 초 만에 끝날 것이고, 짧은 시간동안 ‘나’는 수많은 회사의 모형과 면접을 봄으로써 내게 적합한 회사를 찾을 수 있다. 배우자를 찾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자아’는 다른 ‘디지털 자아’와 선을 봄으로써 내게 적합한 배우자를 찾아줄 것이다. 바야흐로 내성적인 인간의 천국이다.

여기에 저자는 몇 가지 획기적인 미래상을 덧붙인다. 그중에 한 가지는 우리가 우려해 마지않는 실업률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실업률이 50퍼센트를 넘어서거나 그 전이라도 재분배에 관한 태도는 급진적으로 바뀔 것이다. 이제 새롭게 다수가 된 실업자들은 평생에 걸친 관대한 실업급여와 이를 감당할 높은 세금 인상에 표를 줄 것이다. 실업자들이 은행을 부수고 쳐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기계가 필요한 생산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실업률 대신 고용률을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고융률의 감소를 발전의 지표로 여길 것이다.(미국은 뒤쳐지고 있다, 고용률이 23퍼센트나 된다)”
- 《마스터 알고리즘-머신러닝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445쪽

저자는 통합 마스터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계는 스카이넷의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선물 경제가 대세가 되어 사람들이 자아실현 및 영성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세계가 될 것이며 노동을 통해 생계비를 버는 것은 아득한 추억이자 인류의 야만적 과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446쪽) 물론 저자의 낙관적인 전망이 실현되려면 실업률 50%를 견디고 인류가 살아남아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기본 소득제를 시행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비록 저자의 미래 전망이 지나친 낙관주의에 기초하고 있고 다소 아마추어적이긴 하지만, 기술 혁신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흘려들을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고리즘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어려워 이해를 포기한(좋지 않은 번역도 한 몫 거든다) 우리 같은 문외한들은 일단 이 급변하는 세상을 버티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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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선 교수
현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고려대학교 철학과 및 동대학원 졸, 철학박사
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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