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생활의 달인 산업재해 여럿, 우리는 알고 있을까?
TV 생활의 달인 산업재해 여럿, 우리는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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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의 노동세상] 1. 조금 더 민감해져도 괜찮아요

우리 모두는 노동자다. 도서관 ‘죽돌이’로 고생 끝에 합격한 청년 공무원도, 관광지 매표소 직원도, 부지런히 일하는 노인도, 손님을 태우고 제주 곳곳을 누비는 운전사도 모두 노동자다. 그러나 노동자로서의 의무만 다할 뿐 권리는 누리고 있을까? [제주의소리]는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활동하는 김경희 공인노무사로부터 ‘노동’이야기를 들어본다. 노동과 삶은 분리되지 않은 본디 하나라는 점을 알려줄 것이다. [편집자 주]

“여러분, 올해 최저임금은 얼마인가요?”
“1시간에 8350원이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노동인권교육에서 기본으로 묻고 시작하는 질문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생 치고 올해 최저임금쯤은 대부분 교육을 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다. 최저임금은 물론이려니와, 근로계약서 작성방법 및 작성을 하지 않는 경우 본인들에게 끼칠 수 있는 우려 그리고 사장에게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대부분 자세히 알고 있다. 

교육이 끝나고 나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질문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수당을 계산하고 부당한 처우에 대해 상담한다. 사장의 폭언과 성희롱에 대한 경험을 털어놓고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하는지 묻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사건화 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생애 첫 노동의 경험은 그렇게 시작된다.

굳이 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초보 노동자로서 사회에 첫발을 시작하는 지인에게 “세상 살기는 녹록하지 않아”, “다들 힘들지? 그렇게 시작하는 거야”, “그 정도도 못 참으면 일할 데가 없어” 등의 이야기를 예사롭지 않게 건네곤 한다. 노동자로서 처음 겪는 직장 생활은 분명 녹록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힘겹게 시작한 직장 생활은 웬일인지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힘들지만 처음부터 참으며 시작한 직장 생활은 계속 참는 법만 늘어나고 있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제목의 꽤 오래된 TV프로그램이 있다. 

여러 분야의 달인이 출연하는데, 가끔 제조업에서 상당한 경력을 기반으로 해당 업무에 있어서 경지에 이른 노동자들이 출연한다. 같은 업무를 반복적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고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준다. 반복 작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대다수 달인의 손은 굳은살을 넘어 손가락이 휘거나 뼈가 변형이 되어있고 그 모습이 화면에 송출된다. 그렇지만 TV에 출연한 달인도, 방송국도 그리고 시청자도 그것이 산업 재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지는 않는 것 같다. 만약 프로그램이 노동 인권에 좀 더 민감했다면, 시청자들의 항의가 있었다면, 달인의 치료 과정과 달인의 작업 환경 개선 컨설팅으로 꾸며졌을까?

노동자는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터에서 보낸다. 일터에서의 생활이 곧 노동자의 삶이고, 일터에서 지켜지는 노동 인권은 노동자의 인권으로 연결된다. 일터에서 사용자와 노동자가 생산성과 효율성을 고민하는 것만큼, 노동인권의 증진과 보장방안이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최근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에 워라밸이라는 용어가 있다. 일(Work)과 생활(Life)의 균형(Balance)을 잡아 눈부신 인생을 보내자는 좋은 취지의 말인 듯하다. 

지난해 소위 주 52시간제가 도입되었다. 워라밸이 가능해진건가? 계산기도 두드리기 전에 최근 국회에서는 노동자의 노동 시간을 고무줄처럼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사용자에게 주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과 삶의 밸런스를 내가 결정할 수 있을까? 내 삶에서 워라밸은 언제쯤 계획할 수 있을까? 워라밸을 고민하며 “나는 하루에 몇시간 일하고 싶은가?” 라는 생각을 할 시간도 없이 오늘 하루도 지나간다. 

제주 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수가 26만명으로 집계된다. 업종별 사업체 숫자는 숙박과 음식점이 전체의 28.3%로 1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도·소매업이 뒤를 잇는다. 전체 26만명 가운데 숙박, 음식점, 도·소매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0만명에 이른다. 

제주 지역의 사업장을 사업체의 규모면으로 봤을 때는 1~4인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절대 다수인 81.9%에 이른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일부 조항만 적용되기 때문에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근로기준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법 적용을 제한하는 이유는 영세자영업자의 부담 때문이라고 알려진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고, 노동 조건의 최저 기준을 정하는 법이기 때문에 최저임금법과 같이 모든 사업장에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더 영세한 노동자가 덜어주는 방식은 모순이고 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 이는 국가에서 별도의 법령과 정책을 만들어 해결해야 할 일이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같은 노동의 과정에서도 많은 이들을 만나고 많은 일들이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인권 침해는 다양한 방법으로 일어난다. 임금이 몇 달째 체불되었다, 육아휴직을 썼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퇴사처리가 되었다, 민원인을 상대 하다가 폭언을 들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왕따를 당했다, 성과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전체직원 앞에서 상사에게 혼나고 모욕을 당했다, 일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했다, 매일매일 마주치는 직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기간제노동자는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등등. 

최근 서울시에서 조례·규칙에서 사용되는 ‘근로’의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는 조례가 통과되었다. 사용자 중심의 ‘근로’가 아닌 직접 행위 주체인 노동자를 강조하자는 취지이다. 단어 하나 바꾸었다고 노동자의 인권 침해가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노동을 바라봄에 있어서 노동자를 강조한다고 하니 반가운 변화임은 확실하다. 

전국 최저의 임금 수준과 전국 최고의 비정규직 비율을 차지하는 제주 지역의 노동자로서 우리의 노동 인권에 대해 조금 더 민감해져보면 어떨까? 앞으로 칼럼을 통해 만나게 될 글을 통해 도민들과 함께 노동 인권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싶다. 

# 김경희는?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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