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선 작가, 신작 제주4.3 에세이집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발간

허영선 작가는 최근 신작 에세이집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마음의숲)을 발간했다.

출판사는 “4.3 71주년을 바라보는 지금, 이 시대가 풀어야 할 과제들과 4.3이 남긴 상흔, 4.3과 여성들, 4.3 한복판에서 목숨 걸고 검은 바다를 건넌 재일동포와 그들이 꽃피운 예술, 황홀과 비애를 동시에 간직한 제주의 역사와 자연 등 4.3으로부터 시작된 그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고 새 책을 소개했다.

이 책은 ▲서러움에 사무치는 봄길을 걸어봅니다(1장) ▲살다보니 살아지더군요(2장) ▲전쟁이 남긴 노래(3장) ▲슬픈 그들이 보고 있습니다(4장) ▲당신에게 위로할 봄이라도 드리고 싶지만(5장)까지 다섯 가지 장으로 구성돼 있다.

4.3 며느리 유족, 제주해녀, 재일 해녀, 4.3과 닮은 동아시아 참극, 재일 동포들의 예술 이야기, 제주의 문화 자원 등 4.3을 중심으로 제주를 다각적으로 이해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제주국제공항은 누군가에겐 그렇게 아픈 공간이다. 4.3 70년 동백꽃 배지 하나씩 가슴에 달고 비행기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어여쁘지만 하얀 눈 위에 뚝뚝 지던 동백꽃 목숨들처럼 아리다. 비행기는 여전히 굉음을 내며 오르락내리락 분주하고, 햇살은 찬란하다. 하지만 한 귀퉁이에선 아픈 비명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여기뿐이겠는가. 국가 공권력에 희생된 인권의 무덤이 이 땅의 곳곳에 있다. 강요당한 망각의 역사, 인권을 일으켜세워야 하는 시간이 오고 있다.
- 1장 ‘활주로의 무덤들’ 중에서

70년 전 정방폭포에서 부모가 학살되는 장면을 보았던 80대 김복순 할머니는 폭포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갓난아이였던 자신을 맡겨두고 어머니만 희생된 곳이 성산포 터진목임을 뒤늦게 알았다는 칠순 딸 강숙자에게 이곳은 아픈 공간이다. 아흔의 해녀 오순아. 학생복 입은 채 표선 백사장에서 집단 희생된 남편은 당시 열여덟 살. 그 모래밭에서 모래 범벅 남편의 주검을 찾고 통곡을 삼키던 그해, 그는 열아홉 새색시였다. 이 늙은 해녀에게 이곳은 슬픈 기억의 공간이다.
하여, 제주의 길은 누군가에겐 저미는 길이다. 언젠가 4.3을 모르고 제주를 말하던 한 음악가가 4.3을 알고 난 후 이렇게 말했다.
“그 이전, 내가 수없이 제주를 다니며 다 안다고 당신에게 말했던 그 풍경을 이제 지워달라."

- 1장 ‘애도의 길을 따라서’ 중에서

허영선 작가.
허영선 작가.

저자인 허영선 작가는 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제주4.3평화재단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제주4.3연구소 소장, 5.18기념재단 이사, 제주대 강사,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를 맡고 있다. 시집, 문화 칼럼집, 역사서, 구술집, 그림책 등 다수의 저서를 발표하며 4.3과 제주를 알리는데 매진하고 있다.

320쪽, 1만4000원, 마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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