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4.3특위-전남의회 여순특위 “4.3특별법 개정-여순특별법 제정 함께 가자”

제주4.3사건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제14연대 소속 일부 군인들. 이후 무력 충돌 및 진압․토벌 과정에서 무수한 민간인이 희생당한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전라남도의회가 앞서 4.3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낸 제주도의회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

전라남도의회 여수․순천 10.19사건 특별위원회(위원장 강정희) 위원들이 28일 오전 제주도의회를 방문, 4.3특별위원회(위원장 정민구)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남도의회에서는 그 동안 여순특위를 따로 구성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여순사건 70주년을 맞아 9월18일 임시기구로 출범했다. 여순사건 당시 희생자가 많았던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지난 27일 제주를 찾은 여순특위 위원들은 4.3평화공원을 방문해 71년 전 발생한 4.3사건의 발발 배경과 진행, 이후 4.3특별법 제정 과정 등을 청취했다.

전라남도의회 여수․순천 10.19사건 특별위원회(위원장 강정희) 위원들이 28일 오전 제주도의회를 방문, 4.3특별위원회(위원장 정민구)와 간담회를 개최했다.ⓒ제주의소리
전라남도의회 여수․순천 10.19사건 특별위원회(위원장 강정희) 위원들이 28일 오전 제주도의회를 방문, 4.3특별위원회(위원장 정민구)와 간담회를 개최했다.ⓒ제주의소리

이날 제주도의회 4.3특위와의 간담회는 과거사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지방의회의 역할, 향후 과거사 문제 공동해결 방안 등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를 찾은 여순특위 위원들은 지난 1999년 4.3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낸 제주도․도민들의 활동상을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한 감정도 드러냈다.

간담회에서 전남도의회 이현창 의원은 “4.3이 없었다면 여순사건도 없었을 것인데도 두 사안이 별개로 가고 있다. 지금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이 어려운 상황인데 (당시) 함께 갔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정희 특위위원장도 “제주4.3과 여․순은 ‘쌍둥이’ 사건인데, 같이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제주도의회가 자체 진상조사를 하고, 특별법 제정운동을 이끌어냈을 때 우리 전남도․도의회가 그렇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성찰했다.

신민호 의원은 “여.순은 그동안 반공이데올로기로 ‘반란’으로 명명되면서 제대로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며 “4.3 진행과정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3특별법이 발의됐을 때 ‘함께 가자’고 손을 먼저 내밀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여순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마지막 바위가 굴러가는 힘에 동참해서 과거 (여수․순천에 진) 빚을 갚아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길용 의원은 “여순사건특별법은 16대 국회 때부터 제출됐지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전한 뒤 “여․순사건의 경우 민간인, 군․경 피해가 많은데 서로 가해자, 피해자로 갈려 반목하고 갈등하고 있다”며 제주4.3이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노하우가 뭔 지를 묻기도 했다.

이에 정민구 4.3특위 위원장은 “저희도 지금 특별법 전부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를 최대한 많이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며 여․야 정치권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설득을 주문했다.

쟁점 현안으로 여․순특별법안에는 제외했다는 배․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행정안전부가 과거가 관련 배․보상 비용을 추계했는데, 총 5조원이다. 이 중 4.3관련이 1조8000만원으로 알고 있다”며 “(여순사건 배보상도) 전체적인 과거사 문제해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전했다.

제주도의회 4.3특위와 전남도의회 여수순천 10.19사건 특위는 28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과거사 문제 공동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 4.3특위와 전남도의회 여수순천 10.19사건 특위는 28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과거사 문제 공동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제주의소리

4.3특위는 이와 함께 △진상규명에는 오랜시간과 인내가 요구된다는 점 △광주5.18 등 다른 지자체의 과거사 해결 핵심 주체들과 연대 △명분과 논리를 갖추기 위한 객관적 조사 △다수의 침묵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등을 제안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두 특위는 4.3추념일에 맞춰 협력을 다짐하는 공동 결의문을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과거사 관련 지방의회의 네트워크를 추진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의기 투합했다. 

과거사 해결을 위한 지방의회 차원의 상호 협력 및 연대활동이 ‘과거사 청산’을 국정과제로 채택한 문재인 정부에서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여순사건은 여수 제14연대 소속 군인 2000여명이 1948년 10월 육군본부의 ‘제주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한 게 발단이 된 사건이다. 이들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인근 지역 민간인들이 대거 희생됐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1948년 10월말부터 1950년 2월까지 순천 일대에서 국군 5개 연대와 순천서 경찰관들은 주민을 불법적으로 집단 사살했으며, 희생된 민간인은 439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전체 희생자는 2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동안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여순사건 특별법이 3차례 발의됐지만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국회에서 심의조차 제대로 못하고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주승용 국회 부의장이 대표발의한 ‘치유와 상생의 여순사건 특별법’은 사실상 제주4.3특별법을 벤치마킹했다. ‘화해와 상생’ 정신이 녹아든 4.3특별법은 지난 2000년에 제정, 공포됐다.

특별법은 여순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와 그 유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치유·상생을 위한 여순사건특별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하고, 위원회의 의결사항을 실행하기 위하여 전라남도 지사 소속으로 실무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또 위령사업과 계속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를 위한 의료지원금과 생활자금도 지원하도록 했고, 특히 위령사업, 여순사건 사료관의 운영·관리, 평화공원 조성․관리, 추가진상조사 및 문화·학술활동 지원, 유가족 복지증진 사업을 위한 재단설립에 정부가 자금을 출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은 다른 과거사법과 달리 국방위원회에 상정돼 심사 자체에 난항을 겪다가 최근 행정안전위원회로 소관이 바뀌면서 법안 처리에 대한 전망이 예전에 비해 한층 밝아졌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