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영국 소년들에게서 느끼는 익숙한 신자유주의
낯선 영국 소년들에게서 느끼는 익숙한 신자유주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스페이스·씨, 3월 29일부터 4월 11일까지 미카일 카리키스 개인전

아트스페이스·씨(대표 안혜경)는 3월 29일부터 4월 11일까지 그리스 작가 ‘미카일 카리키스’의 개인전 ‘두렵지 않아(Ain't Got No Fear)’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작가가 영국 동남부 지역 '아일 오브 그레인(Isle of Grain)'에서 10대 청소년들과 함께 만든 영상물, 사진을 선보인다.

10분 가량의 짧은 영상에는 아일 오브 그레인 청소년들이 내뱉는 랩과 뛰노는 모습, 그리고 황량한 풍경이 담겨있다.

아일 오브 그레인은 쇠락한 제조업 도시다. 거대한 공장은 한때 노동자들이 사용하던 설비들을 철거하고, 방치된 군사 시설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 활기를 잃어버린 마을 속에서 청소년들은 자신이 60세가 되면 어떤 모습일지를 랩(Rap)으로 풀어낸다.

랩의 비트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발전소의 둔탁 소리를 닮았고, 가사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막막함이 담겨 있다. 가면을 쓰고 숲과 폐 군사 시설을 뛰노는 모습은 흡사 어린 숲의 정령을 떠올리게 한다. 영상 전반에 흐르는 삭막한 분위기는 영국 사회 문제, 나아가 신자유주의 문제를 꼬집는다.

Mikhail Karikis의 'Ain't Got No Fear', 2016, video still. 제공=아트스페이스씨. ⓒ제주의소리
Mikhail Karikis의 'Ain't Got No Fear', 2016, video still. 제공=아트스페이스씨. ⓒ제주의소리
Mikhail Karikis의 'Ain't Got No Fear', 2016, video still. 제공=아트스페이스씨. ⓒ제주의소리
Mikhail Karikis의 'Ain't Got No Fear', 2016, video still. 제공=아트스페이스씨. ⓒ제주의소리

전시를 준비한 안혜경 대표는 작품에 대해 “불공정하게 분열된 영국 현대 정치, 경제사를 암시한다”고 소개한다.

안 대표는 ‘CHAVS’의 저자 오언 존스의 말을 빌려 “1979년 영국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가 총리가 되면서 영국의 제조업이 완전히 붕괴됐고, 1983년 영국 해안가 제조업은 거의 1/3이 사라져 노동 계급 공동체는 폐허 속에 방치되고 말았다. 이렇게 산산 조각난 노동 계급 사회는 가장 심각하게 조롱당했다”면서 “영상에 흐르는 소리는 아버지 세대에서 시작된 실업의 물결과 그 소년들의 세대로 이어지는 빈곤의 물결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국가 권력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
'인간을 도구로 취급하는 극단적인 이윤 추구.'

20세기 말에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비단, 영국 아일 오브 그레인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40대 이상은 IMF 사태를 통해, 20~30대는 비정규직과 무한 스펙 경쟁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폐단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개선, 복지 강화, 부동산 규제 정책 같은 정책은 수십 년 간 이어온 신자유주의로 인해 등장했다.

아트스페이스·씨의 새로운 전시 ‘두렵지 않아(Ain't Got No Fear)’는 낯선 영국이 배경이다. 다만, 농업·공업 등으로 어려움 겪는 국내 사례가 겹치면서 익숙함도 존재한다. 신자유주의로 고통받는 서민들은 영국, 한국 모두 다를 바 없기에.

미카일 카리키스는 ‘소리’에 주목한다. 영국 폐광 지역에서 나이든 광부 노동자를 만나고, 제주를 찾아 해녀에 주목하면서 모두 소리(합창, 숨비소리)로서 그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줬다. 청소년들의 랩 역시 같은 맥락이다.

Mikhail Karikis의 'Little Demons(Alfie)', 2016. 제공=아트스페이스씨. ⓒ제주의소리
Mikhail Karikis의 'Little Demons(Alfie)', 2016. 제공=아트스페이스씨. ⓒ제주의소리
Mikhail Karikis의 'Little Demons(Mitch & Eddie)', 2016. 제공=아트스페이스씨. ⓒ제주의소리
Mikhail Karikis의 'Little Demons(Mitch & Eddie)', 2016. 제공=아트스페이스씨. ⓒ제주의소리

아트스페이스·씨는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부대 행사를 마련했다.

29일 오후 7시에는 서영표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를 초청해 ‘신자유주의 시대 영국 사회의 양극화와 사회화 불만’ 강의를 진행한다. 

영국 사회 문제를 영화로 고발한 켄 로치 감독의 작품도 함께 상영한다. ▲Kes(3월 30일, 16시) ▲엔젤스 웨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3월 31일, 18시 30분) ▲달콤한 열여섯(4월 6일, 16시) ▲하층민(4월 6일, 18시 30분) ▲네비게이터(4월 7일, 18시 30분) 순이다.

래터 박하재홍을 초청해 작품 속 영국 소년들처럼 자신을 랩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배워본다. 3월 30일(13시~16시), 31일(15시 30분~18시 30분)에 진행하는데 선착순 10명이다.

작품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