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작가, 제3회 4.3평화상 수상...4.3연구소, 제주작가회의 등 후배들에게 영광 돌려

제3회 4.3평화상을 수상한 현기영 작가가 1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제3회 4.3평화상을 수상한 현기영 작가가 1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제3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현기영 작가는 “앞으로의 4.3예술은 더 치열하고 더 부드럽게 대중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후배 문화예술인들에게 당부했다.

현기영 작가는 1일 제주KAL호텔에서 열린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4.3평화상이야 말로 (그동안의) 내 정체성을 통틀어 수상 받은 느낌이어서 가장 반갑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결코 내가 잘나서 상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함께 활동했던 후배님들의 격려와 그들과 함께 활동했던 순간이 이 상을 줬다고 생각한다. 제주4.3연구소, 제주작가회의, 놀이패 한라산, 탐라미술인협회, 4.3취재반, 서울에서 활동했던 제주사회문제협의회를 비롯해 4.3기억투쟁에 힘써온 후배님들에게 이 상을 공유하고 싶다”면서 “4.3기억투쟁, 기억운동은 계속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기영 작가는 1941년생으로 1978년 소설 ‘순이삼촌’을 발표하면서 4.3을 세상에 알리는데 앞장선 인물이다. ‘순이삼촌’으로 인해 군 정보기관에 연행 구금돼 심한 고문을 당한 일화는 익히 알려져있다.

이후 4.3연구소 초대 소장·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제11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4.3 60·70주년 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으며 4.3진상규명에 힘썼다. ‘순이삼촌’ 이후에도 꾸준히 소설 작품을 발표하며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제5회 신동엽창작기금 수상(1986), 제5회 만해문학상(1990), 제2회 오영수문학상(1994), 제32회 한국일보 문학상(1999) 등을 수상했다. 

현기영 작가는 올해 4.3평화문학상 소설 부분 수상자가 없는 등 4.3소설이 약세를 보인다는 질문에 대해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소설 문학이 사랑받았던 시기는 분명 있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를 비롯한 시대의 변화로 인해 대중 경향은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런 상태가 쭉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또 “세월이 대략 30년 가까이 흐르면서 다시 큰 서사에 관심을 가지는 예술 경향이 보였다. 영화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문학적으로는 아직 기를 못펴고 있다. 이번 4.3평화문학상을 봐도 4.3소설 작품은 테마는 있는데 기존 자료를 나열하면서 서사의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평가”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현기영 작가는 이어 “한국 소설이 아직까지 일상 이야기에 매몰된 현상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4.3 같은 제노사이드 역사를 제주도민과 대중에게 여론화시키기 위해서는 예술의 몫이 굉장히 중요하다. 장르 가릴 것 없이 예술적으로 완성돼야 대중을 설득하고 대중이 4.3을 알게 된다”라며, 보다 치열한 후배 문화예술인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제3회 4.3평화상을 수상한 현기영 작가가 1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1일 열린 제3회 4.3평화상 기자회견장 모습. ⓒ제주의소리

지난해 열린 ‘4.3항쟁 70주년 전국문학인 제주대회’에서 현기영 작가는 “문학의 기억운동이 소비향락주의 사회에서 설득력을 가지려면 정교한 창작 전략이 있어야 하겠다. 시장의 용어로 말해서, 유통되고 소비되려면, 매력적인 디자인의 상품이 돼야 한다”며 “요컨대, 이제는 정통 리얼리즘만 고집할 게 아니라, 환상, 코미디도 아우를 수 있고, 모더니즘의 방법론도 차용하는 새로운 리얼리즘도 찾아내야 하겠다”고 4.3예술의 진화를 촉구한 바 있다.

현기영 작가는 “4.3의 현실은 상상할 수 없는 것 이상으로 상상할 수 없다. 그 거대한 슬픔의 크기를 나는 경험했다. ‘순이삼촌’을 처음 발표할 당시, (4.3체험자들은) 책을 읽다가 던져버렸다. 책을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 기억 때문에 미칠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면에서 나의 예술적인 접근은 실패했다”면서 “앞으로는 웃음도 넣고 부드러움도 넣으면서 대중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슬픔을 공유하는 4.3예술을 해야 한다. 나도 그런 소설을 쓸 생각”이라고 거듭 조언했다.

더불어 “다만 4.3예술을 만드는 제작자들의 기운이 점차 떨어지는 것 같다. 예전만큼 치열한 모습을 볼 수 없다. 이쯤 되면 예술적으로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외면하는 독자와 관객을 끌어들여야 한다. 다시 그들을 감동시켜야 한다”고 후배 문화예술가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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