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 생존자 2명, 제주4.3평화상 특별상 공동 수상...한국 정부에 학살 청원서 제출

제주4.3평화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응우옌티탄(60) 씨가 1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응우옌티탄(63, 왼쪽), 응우옌티난(60) 씨. 손에 들고 있는 문서는 한국 정부에 전달할 베트남전쟁 피해자 103명의 탄원서다. ⓒ제주의소리

“베트남 정부는 지난 과거를 닫고 미래로 가자는 입장입니다. 설사 과거를 닫는다 해도, 학살을 경험한 나와 같은 생존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는 결코 닫을 수 없습니다.”

제3회 제주4.3평화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응우옌티탄(63·Nguyen Thi Thanh), 응우옌티탄(60·Nguyen Thi Thanh)은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피력했다.

두 사람은 1일 제주KAL호텔에서 열린 수상자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같은 이름의 두 수상자는 출신 마을만 다를뿐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자신과 가족, 그리고 마을주민들이 큰 피해를 당한 생존 피해자로서 이름뿐만 아니라 고통의 세월조차 빼닮았다.

베트남 퐁니-퐁넛마을 출신의 응우옌티탄(60)은 “너무 감격스러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시민평화법정에 참석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나와 같은 고통을 겪었던 4.3피해 할머니들을 만난 순간이다. 이후 4.3평화공원을 찾아 전시를 보니 학살에 동원된 무기조차 똑같았다. 베트남전쟁 학살과 제주4.3 학살은 너무 닮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주4.3평화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응우옌티탄(60) 씨가 1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응우옌티탄(60) 씨가 1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하미마을 출신의 응우옌티탄(63)도 “베트남에도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영방송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같은 학살을 경험한 하미마을 피해자들에게도 연락이 많이 왔다. 이 상이 내게 주는 가장 큰 의미는 명예회복”이라며 “내 개인에게 주는 상이라기 보다는 험난했던 오랜 (진상규명의) 길에 동행한 한국 친구들과 수많은 베트남전쟁 피해자들이 함께 받는 상이라고 여기겠다. 앞으로도 진실을 찾아가는 행보를 이어가겠다. 지금껏 함께해준 한국 친구들도 그 길에 계속 동행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응우옌티탄(60)은 1968년 2월 12일 한국군에 의해 어머니, 언니, 남동생, 이모, 이종사촌동생까지 모두 다섯 명의 가족을 잃었다. 자신도 왼쪽 옆구리에 총상을 입었다. 마을 전체로는 74명이 숨졌다.

응우옌티탄(63)은 1968년 1월 24일 어머니, 남동생, 숙모, 사촌동생을 잃었다. 자신도 수류탄에 의해 왼쪽 귀의 청력을 상실하고 왼쪽 다리와 허리에 파편상을 입었다. 마을 전체로는 무려 135명이 한국군의 총칼에 쓸려갔다.

제주4.3평화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응우옌티탄(60) 씨가 1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응우옌티탄(63) 씨가 1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두 사람은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협정’에 참석해 증언하는 등 평화인권 활동가로 나서고 있다.

4.3평화재단은 “전쟁의 가장 큰 약자였고 피해자였던 베트남 여성들이 용감하게 진실의 법정에 섰다. 이후 피해자에서 평화운동가로서의 변신은 과거 잘못된 역사에 대해 바로 잡아야 한다는 4.3운동이 지향하는 역사 인식과 상통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두 사람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4일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한다. 베트남전쟁 피해자 103명이 참여한 탄원에는,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공식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내용과 피해보상·회복 조치 촉구가 담겨있다.

응우옌티탄(60)은 “베트남 정부의 최근 기조는 과거를 닫고 미래로 가자는 입장이다. 설사 과거를 닫는다 해도, 학살을 경험한 나와 같은 생존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는 결코 닫을 수 없다. 베트남과 한국, 양 국의 미래 세대들이 과거를 극복하고 보다 좋은 세상에 살기 위해서도, 우리는 청원서를 한국 정부에 전달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기다릴 것”이라고 피력했다.

응우옌티탄(63) 역시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쟁 피해자들의 요구에 진심으로 응답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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