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4.3수형 생존피해자 간담회-만찬 주재

제주도의회가 2일 4.3생존수형인 희생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가 2일 4.3생존수형인 희생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4.3 당시 불법 군사회의로 인해 억울한 옥고를 치러야 했던 4.3생존수형인 희생자들이 제주를 찾았다. 쫓겨나듯 떠난 고향땅이 이들을 반긴 것은 꼬박 7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였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제주4.3 71주년 추념식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3시30분 도의회 의장실에서 '4.3수형 생존피해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70년 전 군사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2차 재심 청구를 준비중인 변연옥(93), 송순희(93), 김정추(89), 김묘생(94) 할머니와 가족들이 참석했다.

참석한 할머니들은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 사이에 이뤄진 불법적인 군사재판에 의해 전주형무소에 수형됐던 이들이다. 모두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우수한 생활로 인해 2개월씩 감형을 받아 10개월간 복역을 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기도 했다.

변연옥 할머니와 송순희 할머니는 당시 같은 감옥에서 고초를 겪었던 것을 금세 떠올렸고, 70년만의 해후를 풀었다. 나이 순으로 서열을 매기는 등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미소를 띄기도 했다.

2일 4.3생존수형인 희생자를 초청한 제주도의회. 김태석 의장이 변연옥 할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있다. ⓒ제주의소리
2일 4.3생존수형인 희생자를 초청한 제주도의회. 김태석 의장이 변연옥 할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있다. ⓒ제주의소리

할머니들과 마주한 김태석 의장은 "그동안 저희가 빚이 많았다. 이를 갚기 위해 이번에 초청을 하게 됐는데 너무 늦은 것 같아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변연옥 할머니는 "기분이 좋아 눈물만 흐른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화답했다. 

김정추 할머니도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할 따름"이라며 "가족들에게조차 수형 사실을 숨기고 70년을 살아왔는데 이제 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는 일만 남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화는 길게 이뤄지진 않았다. 도의회는 고령의 할머니들이 빽빽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10여분만에 간담회를 일찍 끝마치고 숙소로 모셨다. 늦은 오후에는 김 의장 주재로 만찬이 진행됐다.

할머니들은 하룻밤을 묵고 3일 오전에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4.3희생자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4.3 이후 외지로 떠나 살았던 터라 추념식 참석이 처음인 이들이 대다수다. 평생동안 추념식에 한 번도 초대받지 못했던 이들은 70년이 지나서야 오랜 한을 풀게 됐다.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는 "4.3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이들에게 제주도나 유족회도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다. 이제야 2차 재심에 임하게 됐지만, 아직도 그늘진 곳에서 손이 미치지 않은 4.3희생자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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