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생존수형인 피해자들 14명, 71주년 추념식 참석

3일 엄수된 71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한 4.3생존수형인 피해자들. ⓒ제주의소리
3일 엄수된 71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한 4.3생존수형인 피해자들. 변연옥 할머니가 '벽을 넘어서' 퍼포먼스를 보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평생 가족에게조차 터놓고 말하지 못했던 통한. 71년만에 멍에를 벗어던진 4.3생존수형인 피해자들이 뒤늦게 제주의 봄을 맞았다.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엄수된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는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인해 억울한 옥고를 치렀던 4.3생존수형인 피해자들이 정부의 공식 초대를 받아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지난 1월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아낸 이들, 또 2차 재심을 준비하는 이들까지 총 14명의 4.3수형인들이 참석해 이낙연 국무총리의 우측에 배석했다.

추념식은 4.3 생존수형인의 고통과 4.3영령의 억압을 형상화 한 퍼포먼스 '벽을 넘어서'로 시작됐다. 

3일 엄수된 71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한 4.3생존수형인 김정추 할머니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3일 엄수된 71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한 4.3생존수형인 김정추 할머니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온 몸을 회색빛으로 분장한 무용수들은 몸부림치며 무대에 설치된 흰 벽을 넘어서길 갈망했다. 벽을 부수고 올라타려고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모든 힘을 소진해 쓰러지려던 찰나, 허물어지며 활짝 열린 벽 뒤에는 4.3수형인들이 서 있었다. 벽 넘어에서 나온 수형인들은 무용수들을 하나하나 일으키며 하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줬다. 무용수들을 껴안아주는 수형인들도, 묵묵히 무대를 지켜보던 4.3유족들도 몰래 눈물을 훔친 순간이었다.

추념식 직후 수형인들은 이낙연 총리와의 오찬간담회에 함께 참석했다.

3일 엄수된 71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 진행된 '벽을 넘어서' 퍼포먼스.  ⓒ제주의소리
3일 엄수된 71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 진행된 '벽을 넘어서' 퍼포먼스. ⓒ제주의소리

10여년 만에 제주에 왔다는 김정추 할머니(89.부산)는 "죽기 전에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냥 눈물이 난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며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송순희 할머니(93.인천)도 감회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좋다. 너무 좋다"고 옅은 미소를 보였다.

김묘생 할머니(94)의 딸 정순애씨는 "마음이 많이 편해 하신다. 재심 추가 신청을 했는데, 적극적으로 진행이 되서 잘 해결되는 것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4.3희생자추념식 직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오찬에 참석한 4.3생존수형인 피해자들. ⓒ제주의소리
4.3희생자추념식 직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오찬에 참석한 4.3생존수형인 피해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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