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연, 역사 만화책 《목호의 난-1374 제주》 발간

출처=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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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연 작가의 새 만화책 《목호의 난-1374 제주》(딸기책방)는 고려 시대 최영 장군을 필두로 제주섬에서 벌어졌던 전투를 다룬다. 책 제목처럼 ‘목호의 난’으로 잘 알려진 역사지만, 단순히 ‘반란’으로 치부하기에는 얽히고설킨 역사가 깊다.  

고려 시기, 몽골은 제주에 탐라총관부를 설치해 직영지로 다스렸고 관리(다루가치)를 파견해 말 목장을 대규모로 경영했다. 그렇게 1500명이 넘는 군인이 100년 동안 섬에 머물면서 제주사람과 몽골인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

한편, 원나라가 쇠퇴하고 명나라가 부상하는 시기에 공민왕은 옛 고려 땅을 회복하려 한다. 아직 몽골 세력이 남아있는 제주는 공민왕에게 큰 부담이다. 덩달아 명나라는 고려에게 제주말 2000마리를 바치라고 명령한다. 끝내 공민왕은 최영 장군을 앞세워 제주도 내 몽골 세력을 처단한다.

이 책은 목호의 난이 벌어지기 전, ‘고려-몽골-탐라’의 관계까지 거슬러 올라가 역사 배경을 친절히 설명한다. 특히 한 맺힌 몽골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고려 입장, 그저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살아간 죄 밖에 없는 목호 입장을 대비시키면서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군상들을 담았다.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고려인 여인 버들아기, 몽골인 장수 백호장 부부의 이야기를 한 축으로 삼아 읽을거리를 더했다.

출처=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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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군이 노인, 여성, 장애인, 아이 등 제주섬 평민들까지 무참하게 학살하는 장면에서는 자연스레 4.3이 겹쳐 보인다. 책 도입부에는 짧지만 강렬하게 4.3 내용이 실린다.

작가는 “제주엔 350개의 기생화산인 오름이 있는데 오름에서 바람을 맞을 때 비로소 제주에 와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644년 전 새별오름에선 고려군과 목호의 전투가 있었고 다랑쉬오름엔 4.3의 아픈 상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오름 곳곳의 방공호들은 일제가 제주 사람들을 동원해 파놓은 것으로 지난했던 제주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고 강조했다.

<목호의 난-1374 제주>는 당시 섬 인구의 절반 가까이 숨진 중요한 사건임에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만화’라는 방법으로 어렵지 않게 소개하는 역사서다. 당시 생활사도 어색하지 않게 구현하면서 술술 읽히는데, 컷과 대사마다 꼼꼼히 읽어도 좋을 만큼 정보가 상당하다.

무엇보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피바람 부는 역사가 몰아쳐도 기어코 살아남아 생을 이어가는 풀뿌리 같은 우리네 민중 그리고 평화일 것이다.

279쪽, 딸기책방,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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