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폭행 사건서 다른 피고인 불러 공판....피고인 “저 아닌데요” 동료 변호사들 실소

법정에서 재판부가 엉뚱한 피고인을 출석시켜 재판을 진행하다 뒤늦게 정정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10시 제201호 법정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당시 재판부가 공판 절차 개시와 함께 사건번호와 피고인 이름을 호명하자, 법정 교도관 2명이 남성 1명을 법정 안으로 데려와 피고인석에 앉혔다.

피고인 옆에는 담당 변호사가 동석했다. 맞은편에는 공판검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재판이 속행되자 변호인은 검찰측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서 취지를 설명했다. 해당 변호사는 범행을 대부분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장애인이라는 인식이 없다는 주장을 적극 어필했다.

쟁점 사안에 대해 변호인의 주장과 재판부의 질의는 5분 넘게 이어졌다. 법정에 출석한 피고인은 다소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재판 과정을 유심히 지켜봤다.

변호인의 의견 진술이 끝나자,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변호인측 진술이 맞느냐, 동의하느냐며 질문을 건넸다.

이에 피고인석에 있던 남성은 “저요? 저의 공소사실이 아닌데요”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제서야 옆에 있던 변호인은 “피고인이 아닌 것 같다”며 피고인석과 재판부를 번갈아 응시했다. 맞은편에 있던 공판검사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법정 교도관이 엉뚱한 피고인을 법정에 출석시켰고, 재판부가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피고인의 신원 확인을 하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공교롭게도 애초 피고인의 변호를 맡았던 담당 변호사는 3일자로 사임했다. 이후 새로운 변호사가 선임되면서 피고인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점도 작용했다.

사태를 파악한 재판부는 “교도관들 뭐하시는 겁니까”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교도관들은 서둘러 피고인석에 있던 남성을 법정 밖으로 데려나갔다.

방청객석에서 이를 지켜본 동료 변호사들조차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실수를 저지른 법정 교도관들은 난감한 듯 재판부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84조(인정신문)에서 재판장은 피고인의 성명, 연령, 등록기준지, 주거와 직업을 물어서 피고인임에 틀림없음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주지법의 경우 형사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따라 신원 확인 절차 방식이나 공판절차에 대한 법정 고지 방식이 제각각이다.

지방변호사회 소속의 한 중진 변호사는 “형사사건 공판에서 피고인의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라며 “이번 사건은 상식에 어긋나는 황당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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