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기준도 불분명한 기준...제주도 “지역 대표하는 실력과 홍보 실용성 고려”

실력 있는 지역 청년 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 일명 ‘청년문화사절단’이 올해부터 시작하는 가운데, 제주도가 특정 장르에 편중해 선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즉시 전력감'인 실력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는 입장이지만, 사업 기준도 허술해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제주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은 11일 ‘2019 제주 대표 청년문화사절단’ 사업 최종 선정자를 발표했다. 제주 대표 청년문화사절단은 ‘제주의 문화예술과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청년 예술인들을 통해 알리는 목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만 19세부터 만 39세까지만 참여할 수 있다.

대상은 공연 예술인 무용(발레·현대무용·전통무용), 음악(기악·성악), 연극, 전통(국악성악·기악), 다원예술(대중음악·인디밴드·비보이밴드·융복합)로 규정했다.

행정 심사, 전문가 서면심사, 실연(實演) 심사, 최종 심사라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신청한 13곳 가운데 스카밴드 사우스카니발(리더 강경환), 인디 뮤지션 젠 얼론(본명 임현종)을 낙점했다. 

사우스카니발은 국내 정상급 록 음악 축제인 ‘인천 펜타포크 록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를 누비며 활동하는 제주 대표급 밴드로 손꼽힌다. 젠 얼론은 2013년 1집 <Old Diary>를 시작으로 자기 색이 분명한 음악을 고집하는 뮤지션이다.

사우스카니발과 젠 얼론에게는 5월부터 12월까지 매월 70만원의 공연활동 지원비를 지급한다. 전문기획사를 통한 도내·외 공연 섭외, 관리도 지원한다. 사업 기간 동안 다섯 번 공연을 필수로 열어야 하고, 월간 보고서도 작성하는 등 의무사항도 존재한다.

두 곳 모두 자기 분야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청년 예술가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추구하는 음악성은 다르더라도 모두 대중음악이란 범주에 속하면서 결과적으로 사업이 특정 장르에 편중한 모양새가 됐다. 공모에 참여한 13곳은 실내악, 재즈, 대중음악, 융복합 퍼포먼스, 뮤지컬, 창작극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여기에 사업 신청 기준도 다소 불분명하게 정하면서 논란의 소지를 키웠다.

제주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은 다원 예술 안에 세부 기준으로 대중음악, 인디밴드, 비보이댄스, 융·복합을 포함시켰다. 통상 장르를 넘나드는 복합예술을 의미하는 다원 예술과 대중음악, 인디밴드, 비보이밴드는 거리가 멀다.

이와 관련해 사업에 신청한 J극단은 자신의 SNS에 “5분 시연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예술성을 보여 줄 수 있느냐. 음향, 조명, 효과, 세트, 리허설도 못하는 소극장 무대에서 예술성을 어필할 수 있는 공연 단체가 어디냐”면서 실연 심사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제주도 문화예술과는 사업의 목적 자체가 ‘육성’이 아닌 ‘검증’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다원 예술에 대한 기준은 보다 섬세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김미영 문화예술과 문화예술팀장은 “제주 대표 청년문화사절단은 실력적으로 대표성을 가질 만 한 청년 문화 예술인을 지원해서 제주를 알리는, 말 그대로 ‘사절단’과 같은 역할이다. 제주를 홍보하는 역할을 고려할 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점도 기준이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년 예술인을 기초부터 키우는 목적으로는 ▲청년 예술 처음 발표지원 사업 ▲청년 유망 예술가 육성 지원 사업 ▲청년 예술 창작 공간 임대료 지원 ▲청년 문화 기획 프로젝트 사업 같은 별도의 사업이 존재한다”면서 “올해 처음 시도하는 시범적인 성격이 있는 만큼 보완할 점을 찾아 내년에는 사업 참여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모 음악인은 "사업 취지가 지역을 대표할 실력있는 청년 예술가를 선발하는 만큼, 예술가도 그에 걸맞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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