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도민명령 앞세운 원희룡 지사, 그리고 너무나 달콤한 유혹들’ 그 후 

창간 15주년을 맞은 [제주의소리]가 제 '소리'를 내는데 한발 더 다가섭니다. 이름하여 '소리 시선(視線)' 입니다. '소리 시선'에는 일종의 사시(社是)가 담기게 됩니다. 금기의 영역은 없습니다. 다른 언론이 다루길 꺼려하거나 민감한 현안에도 어김없이 '소리 시선'이 향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도민만 바라보겠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전후해 가장 애용한 말 중의 하나다. 출마를 선언할 때도, 선거사무소를 열 때도 이 말을 썼다. 원군이 없는 무소속으로서 납작 엎드렸을 때였다.

취임사에서도 이 말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재선 성공으로 한껏 주가가 높아진 뒤 자유한국당의 러브콜을 받을 때도 이 말로 제안을 물리쳤다. 그리고 올 1월 시무식 때도 도민들은 같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더니 언젠부턴가 이 말은 뜸해졌다. 도민 앞에 서야 할 이렇다할 계기가 없어서라면 수긍이 간다.  

새삼 이 말을 소환한 것은 최근 원 지사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그의 시선이 도민에게만 있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수와 중도를 표방한 ‘플랫폼 자유와 공화’ 창립총회에서 원 지사가 한 작심 발언은 신랄했다. 문재인 정부가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다’는 독선을 부린다고 했다. ‘통제국가’ ‘명령경제’ ‘진리독점’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촛불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물론 야당과 보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고는 했다. 

4월1일의 일이었다. 국가행사인 4.3추념식을 이틀 앞둔 4.3추념기간이었다. 이날 국회에선 4.3유족들의 염원이 담긴 4.3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행안위 법안심사소위가 열렸다. 도민과 유족들의 끈질긴 요구에 어렵사리 마련된 자리였다. 

적절치 못했다는 도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원 지사는 “두 가지 일을 다 보러 갔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두 가지’는 4.3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국회 협조를 구한 일과 창립총회 참석을 가리킨다. 둘 다 장소는 국회였다. 원 지사로서는 뽕도 따고 임도 본 셈이다.   

‘정치인 원희룡’의 정치적인 발언은 문제될 게 없다. 정부 여당을 향해 얼마든지 비판도 할 수 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이 어제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4월 1일 ‘플랫폼 자유와 공화’ 창립총회에 참석한 원희룡 지사. 출처=원더풀tv. ⓒ제주의소리
4월 1일 ‘플랫폼 자유와 공화’ 창립총회에 참석한 원희룡 지사. 출처=원더풀tv. ⓒ제주의소리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때가 좋지 않았다. 

“중앙에만 가면 정치하겠다고 하니...그건 좋다. 현직 지사로서 해결해야 할 부분은 해결하고 했어야지.”

이상봉 의원의 일갈에 원 지사도 한발 물러서는 듯 했다. 

원 지사의 다음과 같은 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한참 나라걱정을 늘어놓은 원 지사는 ‘희망’을 노래한 뒤 화제를 제주로 돌리더니 지역의 ‘골치아픈 일’을 언급했다. 제2공항, 국제병원(영리병원)을 예로 들었다.  

정확한 워딩은 “사실 저도 거기(대한민국 희망 만들기)에 집중하고 싶은데 제주도도 골치 아픈 일이 많다”이다. 진의는 모르겠으나, ‘현안’이라고 했으면 좋았겠다 싶다. 

또 한번 “도민만 바라보겠다”는 말을 떠올려본다. 표현도 그렇거니와, 도지사로서 우선 집중할 대상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원 지사의 이러한 발언이 담긴 영상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원더풀 TV'에 올라갔다. 
 
사실 원 지사가 최근 제2공항을 대하는 태도는 예전같지 않아 보인다.  

공론조사를 거부하면서 굳이 하려면 국토교통부가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제2공항을 안할 거면 문재인 정부가 직접 입장을 밝혀달라고 직설했다. 

절차와 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이유를 달았다. 예의 국책사업임을 강조했으나,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너무 가볍게 보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기가 아니라 치기(稚氣) 정도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다. 

눈길이 쏠리는 행보는 또 있다. 바로 유튜브 정치다. 말그대로 요즘 원 지사는 유튜브에 푹 꽂혀있다. 도정질문 중간에도 짬을 내 라이브로 유튜브 방송을 할 정도다. 

여야 정치인 가릴 거 없이 유튜브에 매달리는 판국이니 원 지사라고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다만, 6.13선거 과정에서 한 때 중앙정치를 향해 곁눈질도 했었음을 고백하고는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장면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6.13선거 딱 일주일 후에 쓴 데스크칼럼이 떠오른다. 칼럼 제목은 ‘도민 명령 앞세운 원희룡 지사, 그리고 너무나 달콤한 유혹들’. ‘도정 전념’ 맹세를 위협하는 요소를 경계하라는 취지의 글이었다.   

이 칼럼에 여측이심(如廁二心)이라는 속담을 인용했다. 뒷간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는 뜻이다. 역시 문제는 초심이다. / 논설주간·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