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전염병 큐열 발생에 200여 마리 전량 도태...초토화 된 정상부근 자연 복구 시작

환경훼손 논란을 빚은 제주 비양도 흑염소가 완전히 사라졌다. 농가소득을 이유로 섬 속에 섬에 터를 잡은지 40여년만이다.

제주시는 최근 비양도에서 사육중인 흑염소 203마리(폐사 90마리 포함)를 포획하고 렌더링(고열고압처리) 작업을 통해 전량 폐기 처분했다.
 
한림읍 북서쪽에 위치한 비양도는 동서 1.02km, 남북 1.13km의 유인도이다. 분화구 주변에는 비양나무군락이 형성돼 1995년8월 제주도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됐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비양도에 염소가 들어온 것은 40여년 전이다. 당시 한림읍에서 농가소득 사업의 일환으로 세대당 2~3마리의 염소를 지원하면서 사육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염소들이 죽고 일부는 야생화 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늘었다. 번식력도 좋아 주민들조차 정확한 개체수를 파악할 지경이었다.

200여 마리로 불어난 염소들이 비양봉 곳곳을 파헤치면서 정상 부분 화산송이 훼손이 가속화 됐다. 제주시가 토사침식 방지를 위해 식생 복구 작업까지 벌였지만 효과는 없었다.

민원이 이어지자 제주시는 유일한 염소 사육농가 1곳과 협의를 벌여 2018년 12월 염소 포획작업을 벌였다. 공무원과 해병대 등 100여명을 투입해 200여 마리를 울타리에 가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염소들이 죽은 새끼를 낳기 시작했다. 방역당국은 서둘러 역학조사에 나섰다. 그 사이 90여 마리가 감염병과 추위 등으로 폐사했다. 

조사 결과 큐열균 감염 사실이 드러났다. 큐열은 소나 양, 염소 등에서 주로 나타나는 제4군 법정감염병이다. 사람이 감염될 경우 고열과 두통 등 증상을 보인다. 

결국 제주시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전량 도태 결정을 내렸다. 사육농가에 대해서는 감정평가를 거쳐 보상에 나서기로 했다.

염소로 훼손된 비양봉 정상 부근에는 풀이 자랄 수 있도록 씨를 뿌리기로 했다.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무리한 식재 등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질병 문제로 염소에 대한 판매나 식용이 불가능해 전량 도태를 결정했다”며 “비양봉 등대 주변 초지에 자연적으로 식물이 자라도록 복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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