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박은옥 전국투어 제주 공연 “평생 간직” 객석 감동 물결...14일 마무리

‘명불허전(名不虛傳)’

가수 정태춘·박은옥의 데뷔 40주년 전국투어의 시작인 제주 공연은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었다.

13일 제주 공연의 첫 날은 제주아트센터의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관객으로 가득 찼다. 첫 곡 <서해에서>부터 마지막 곡 <수진리의 강>까지, 마치 정태춘·박은옥의 무대는 격정적인 파도이자 도도하게 흐르는 강과 같았다.

‘일반적인 공연의 연출이 대부분 재미와 감동을 위한 화려함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한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최대한 절제하는 것을 연출적 목표로 삼았다’는 김세훈·이슬 연출의 구상처럼 무대는 오로지 두 사람의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두 사람의 목소리 위에는 키보드, 드럼, 키보드·아코디언, 기타, 베이스, 첼로, 바이올린, 코러스가 입혀지면서 한층 풍부한 무대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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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오른쪽), 박은옥의 전국 투어 첫 공연이 13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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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공연 모습. ⓒ제주의소리

노래만큼이나 진솔하면서 담백한 정태춘·박은옥의 이야기는 공연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한 곡을 마치면 박수 소리와 함께 기타 줄을 조율한다. 그 사이 박은옥 혹은 정태춘이 곡에 대한 설명을 하거나,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정태춘이 19~20살에 ‘트로트’곡을 작곡한 사연, 노래 가사에 물(水)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를 비롯해 포스트잇으로 질문을 받아 응답하는 쉬어가는 코너는 모두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노래 구성 상 박은옥이 마이크 앞에 서는 경우가 많았다. 박은옥은 “음악인으로서 정태춘은 100점, 1000점이지만 남편은 50점”이라고 재치를 뽐내면서 한 편으로는 음악과 사회에 대한 진지함도 전했다.
 
“같은 세상에서 품은 꿈과 아픔을 노래로 그려냈다. 노래가 여러분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지만, 사실 우리를 위로하며 힘이 돼 준 건 여러분들이다. 지난 40년 정말 감사하다. 감사하다.”

관객과 무대 위 두 사람 모두 고뇌와 아픔, 그리고 희망을 동시대에 경험했다. 설사 세대가 다르더라도 정태춘·박은옥 노랫말은 시간을 초월하는 힘을 가진다.

그렇기에 피날레 음악 속에 흘러나온 낭독은 진정 어린 감사의 인사였다. 객석은 고단한 영혼을 위로해준 ‘시대의 음유시인’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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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 사인회에서 팬과 반갑게 인사하는 정태춘. ⓒ제주의소리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암울한 그 시절, 청춘이라면 정말 기억에 남을 공연입니다.”

술 마시는 일만 생기면 목청 좋은 친구에게 <떠나가는 배>를 시킬 만큼 팬이지만, 두 사람을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오라동 60세 이모씨. 더 없이 환한 그의 미소처럼,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관객들의 가슴 한 구석에는 잊지 못 할 따뜻한 추억 한 조각이 새겨졌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창간 15주년을 맞아 기획한 정태춘·박은옥 제주 공연은 14일(일요일 오후 3시)로 마무리한다.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 티켓 홈페이지( https://goo.gl/6vhNV9 )에서 가능하다. 예약문의=인터파크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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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 전 관객들로 붐비는 제주아트센터 로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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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 사진 촬영 중인 관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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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을 가득 채웠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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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앞서 허진영 '제주의소리'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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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CD도 판매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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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의 붓글 작품도 내걸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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