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 제2공항검토위 17일 재개, '항공수요 평가' 핵심 쟁점 부각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이하 검토위)'가 가까스로 타협점을 찾으면서 재가동되지만 시작부터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활동 재개 이틀을 앞 두고도 제2공항 반대 단체들(이하 반대위)과 국토교통부 간 첨예한 신경전을 주고받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오전 10시 제주에서 제2공항 재조사 검토위원회 회의를 갖는다. 지난해 12월 조기 중단됐던 검토위는 2월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간 당정협의회를 기점으로 불씨를 되살렸고, 여당의 중재로 검토위의 두 축인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과 국토교통부 간 협의가 이뤄지면서 재개가 이뤄졌다.

다만 회의 이틀을 앞두고도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등 난기류가 꾸준히 감지되고 있다. '김빼기' 논란 속에 당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중간보고회'는 결국 일주일 뒤인 오는 23일로 미뤄지게 됐다.

재개된 검토위에서는 제주의 항공 수요 측정에 대한 논의, 제2공항 외에 또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방안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당초 양 측은 △제2공항 사업 추진과 관련해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성 확보를 위해, 또 갈등 해소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국토부는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검토위원회를 2개월 동안 추가 운영하고, 검토위원회 활동에 필요한 자료는 충분히 제공해 제기된 쟁점을 해소하고, 검토위에서 논의된 사항을 검토 후 기본계획 내용에 반영한다 △기본계획 수립과정에 반대대책위 등 지역주민 자문위원회 참여를 보장한다 △제주도의회가 주최한 공개토론회에 국토교통부 참여한다 △국토부는 향후 제주 제2공항 추진에 있어 제주도가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해 도민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한다는 내용의 5개 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반대위는 국토부가 반대위와의 사전 논의 없이 검토위 당일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는 점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반대위는 국토부가 검토위 회의가 끝난 직후 같은날 오후 3시 성산에서 '제2공항 기본계획 중간보고회'를 갖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검토위 재개를 무력화하는 시도"라며 항의했다. 검토위 검증 기간 중 어떤 문제점이 추가로 제기될 지 모르는 시점에서 중간보고회를 여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대위는 중간보고회를 취소해야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토부에 보냈다.

반면, 국토부는 협의 당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합의내용을 반대위 측이 일방적으로 어겼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애초에 검토위 활동 연장 제안을 받아들였을 당시부터 기본계획은 일정대로 추진키로 합의를 끝마쳤다는 것이다.

갈등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기본계획 중간보고회는 오는 23일로 미뤄졌지만, 검토위가 재개되는 과정에서도 관련 논란은 끊임없이 터져나올 것으로 우려된다.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겠다'는 합의사항에 대해서도 입장 차가 확연하다. 반대위는 지난 11일 국토부가 보내온 자료들이 기존의 것들을 재편집한 수준의 소위 '맹탕 자료'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점쳐졌던 입지선정 용역과정에서 이뤄진 프랑스 파리공항 공단 엔지니어링인 ADPi(ADP Ingenierie)보고서가 누락된 점을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ADPi 보고서에는 사전타당성 용역진이 해상매립 등 공사규모가 커 비용과 환경훼손이 큰 동서 방향 활주로에서 1310m 이격해 새로운 활주로를 만드는 방안 이외에도 기존 제주공항 동서 방향 활주로에서 약 200~400m 간격을 두고 추가로 활주로를 세우는 방안, 지금 보조 활주로로 사용되고 있는 남북 방향 활주로를 바다 쪽으로 연장하는 안 등이 제시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위가 항공 수요의 새로운 대안으로 '기존공항 확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ADPi 보고서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위는 이번 검토위 활동을 통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제주공항 항공 수요 예측의 오류, 공항 확의 규모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이전 활동에서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의 공정성·객관성 등만 부각하다보니 원초적인 수요의 적정성 등이 덮여버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특히 현 제주공항 활주로 연장 방안에 대해 더 깊이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여 '미래 항공 수요'를 둘러싼 해석의 차이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반대위는 검토위를 하루 앞둔 16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토위에 임하는 배경과 입장, 검토위에서 다룰 쟁점, 제2공항 기본계획과 관련된 입장 등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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