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의 산물] 116. 금등리 한개의 산물

길을 따라서 물결이 햇살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바다와 ‘백년초’ 손바닥 선인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큰 너럭바위가 포구에 있어 ‘한개(대포), 한독잇개(대독포)’라고 했던 금등리다. 

예전 한림면에 속해 있던 이 곳은 도덕적인 나라였던 옛 중국의 등나라 등(騰)자를 따서 ‘금등리’다. 형세가 마치 지네 등과 같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가옥은 지네의 발과 같이 비교적 저지대에 산재해 있어서 ‘지네골’이라고 한다.

이 마을 바닷가에도 손도물(손드물, 손두물, 손딧물)과 비래수(비릿물)라 부르는 산물이 솟고 있어 귀한 식수로 이용됐다.

손도물(巽道水)은 손도물원에서 솟아난다. 손도물은 손방(巽方)인 ‘동쪽에서 온 물’이라고 해서 동남방을 뜻하는 '손'을 써서 동쪽에 근원을 가진 물이라는 뜻이다. 산물 주변은 마을에서 신성하게 여기던 곳으로, 금등리 본향인 ‘손도물축일할망당’이 있어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던 곳이었다. 일주도로 길 한 곁에 있는 축일당은 용왕신을 모시는 당이다. 손도물은 당의 정화수로 치성을 드렸다.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손도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담을 높게 쌓아 올린 여자 전용으로 식수통과 빨래터 두 개 구조다. 산물 입구에는 병풍 담을 쌓아 바람막이의 역할과 함께 사생활 침해를 막는다. 식수통과 빨래터를 통을 만들어 구획하지 않고 같은 물통 안에 담으로 구획한 것이 특징이었다.

한동안 손도물은 식수통과 빨래터를 나눈 돌담 일부가 파손·방치되었다. 최근에야 돌담을 보수하고 바닥에 제주 돌을 깔고 보호시설 안에 작은 무대 같이 꾸미고 쉴 수 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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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 전 손도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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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 후 손도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개수 후 산물은 예전보다 물통이 많이 축소된 느낌이다. 식수통과 빨래터로 나눴던 돌담은 사라지고 물팡만 남아서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다행히 예전 형태를 최대한 살리려고 애를 썼다. 예전에는 이 근처 절간에서 예를 올렸다는 낮은 돌담의 남자전용의 산물인 예개물(예계수)이 있었는데, 지금은 매립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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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 전 손도물 입구(병품 담).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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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 후 손도물 입구(병품 담).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비래수는 손도물에서 서쪽으로 300m 가량 떨어진 금등포구 건너편 바닷가에 자리 잡았다. ‘물이 날아왔다’는 뜻의 산물로 금등리 산물 중에 제일 깨끗하고 맛이 좋다고 소문났다. 이유는 주변에 용의 형상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용이 날아와 솟는 물로서 용의 기운을 받는다고 알려진다.

이 물은 바위 밑에서 분출하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고 전해 내려온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집안이 편안하도록 ‘무사안일제’를 지낼 때 이 산물을 길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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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래수.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한 개의 물통으로 식수통만 있다. 지금 바닥은 제주판석으로 포장했는데, 태풍 등 파도에 의해 축조된 돌담이 허물어져 있어 몇 년째 방치되어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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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일부 파손된 비래수.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금등리는 제주의 바다 밭을 이해하고 자연 체험 어장에서 바다 생물을 관찰하며 바다의 환경과 바다 사랑을 느끼고 실천하는 ‘너른 바당밭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체험 활동 중 하나가 용천수에서 손, 발 씻기이다.

이처럼 마을 사람들은 너럭바위를 뜻하는 '한개'에서 솟는 산물을 마을 지킨 귀한 생명수라고 자부심 있게 여긴다.

# 고병련(高柄鍊)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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