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13) 팥죽

상가(喪家)에 사돈이 쑤어 온 팥죽

어르신이 운명하신 지 한 시간여 지나면 고인이 즐겨 입던 옷(적삼)을 가지고 지붕에 올라가 북쪽하늘을 향해 고인의 이름과 나이를 부르며 고복(皐復, 초혼)의식을 치른다. 단어의 뜻처럼 ‘언덕을 넘어가는 고인의 혼을 다시 돌아오도록 부르는’ 의식이다. 그리고는 관을 만드는 조관(造棺)과 입관(入棺)을 치르고 나서야 상복을 입고 성복제를 지낸다. 

물론 장례의식의 많은 부분이 육지의 그것과 흡사하지만, 제주에서 접하는 상가(喪家)에서 차이를 느낀 부분을 고르자면, 우선 손님을 대접하는 음식이었다. 육지의 장례식장 음식이라면 단연 육개장을 꼽을 수 있다. 허한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는 소고기와 고사리를 넣어 푹 끊여 내는 육개장 말이다. 그런데 제주의 상가에서는 성게미역국이 이를 대신하고 있었고, 수육과 순대와 두부, 게다가 ‘팥죽’까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워낙 결혼식과 같은 큰 잔치와 손님 대접할 일에는 항상 등장하는 돼지고기와 순대, 그리고 간장에 찍어 먹는 모두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팥죽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음식이었다.

여기 저기에 물어보니 예로부터 조관일에 사돈집에서 팥죽을 쑤어서 오기도 하였고, 팥으로만 죽을 쑤면 너무 붉은 색이 나와 꺼려하므로 찹쌀과 팥을 섞어서 만드는 것이 관행이라는 설명이다. 

팥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팥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팥이 갖는 해독효과에 기인해서 악귀의 침입을 막아 온전한 장례를 준비하려는 토속신앙적인 전설도 일리가 있다. 애통한 마음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고인의 상을 준비하는 상주와 그 가족들을 위해 사돈이 쑤어 오는 가족간의 사랑과 배려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대목이었다. 팥죽의 등장 배경이 어디에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은 상주와 온 가족이 고인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정성 다해 준비하고, 조문객에 감사하는 마음가짐에 있다는 점이다. 

투자에 존재하는 위험을 줄이는 방안(리스크 헷지 방안)

금융에 있어서 위험을 없애거나 줄이는 행위를 헷지(hedge)라고 한다. 예를 들어 국내 수출업자가 원자재를 구매해 납품하려면 3개월이 걸린다고 하자. 이 때 입금 받게 될 수출대금은 미국 달러 100만불이 있다고 상상해본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100원인데, 3개월 후에 미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이익(환차익)이 발생하지만, 혹시라도 환율이 내려가면 손해(환손실)을 본다. 이 수출업자가 내부적인 원가 분석을 해본 결과, 환율이 1050원 이상에서만 유지된다면 영업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한국에 지사를 설립해 운영 중인 미국 소재 다국적기업이 있다. 한국 자회사가 발생한 영업 이익 중 일부를 3개월 뒤에 미국 본사로 배당을 할 계획이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내려간다면 달러로 환산한 배당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환율 하락을 기대한다. 

그래서 두 기업은 3개월 후에 100만불을 1달러당 1050원의 환율에 거래하기로 계약을 한다. 지금 환율은 1100원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적 수요 또는 환율에 대한 서로 다른 전망에 따라 이러한 계약체결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국내 수출업자는 환율 하락 위험으로부터 영업 이익을 방어할 수 있고, 미국의 다국적 기업도 현재 환율보다 낮은 환율로 환차익을 확정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계약을 선도환거래(Foreign exchange forward)라고 칭하며, 포워드(forward)라는 단어 뜻 그대로 미래의 특정 시점에 특정 환율(가격)에 서로 거래하기로 사전 합의한 사적 계약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통화 종류와 거래 규모, 만기 등의 조건이 상이하므로, 선도환거래 상대방을 찾기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에서는 이러한 선도환계약을 통해 환 헷지 수단을 제공하며, 여기에는 약간의 거래 비용이 발생하고, 만기 시에 정산 이행의무가 있기 때문에 신용(담보) 또는 증거금이라고 하는 최소예치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만기와 거래단위를 미리 정한 통화 선물시장(FX futures market)이 운영 중이며, 증권회사는 선물거래 약정을 통해 선물시장에서의 매수/매도를 중개하기도 한다. 

위험 헷지 방안으로 안정적인 초과수익을 달성하는 상품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부분은, 환 헷지 수단을 잘 활용하면 절대적 수익이라고 부르는 알파(α)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보여드릴 상품은 최근 미국 금리인상으로 한미 양국간 금리 역전 현상이 존재하며 현물 환율보다 선물 환율이 낮은 상황(백워데이션)을 역으로 활용한 미 달러로 투자하는 채권형 상품이다. (다시 말씀 드리자면, 미 달러를 보유하고 있어야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국내 AAA등급의 채권에 투자하면서 달러 스왑 거래를 통해 추가수익을 실현해 만기 3개월 기준 연 2.50%수준의 수익을 제공한다. (참고로 최근 미국달러 예금금리는 3개월 만기 기준 연 1.75%~1.85% 수준임) 투자자는 미 달러로 계좌만 신규 가입하면 끝나고, 나머지 절차는 전문 운용 회사가 진행한다. 운용 회사는 모집된 자금으로 미 달러 통화 스왑 계약을 통해 제3자에게 달러를 빌려주고 환프리미엄 수익을 받는다. 또한 펀드 내 자금으로 국내 AAA 등급의 우량채권을 매수해 채권투자 수익을 실현한다. 그리고 운용회사는 만기 시에 수익금을 지급하고 해당 펀드는 청산한다.

이렇게 미 달러 통화 스왑과 국내 우량채권 투자해 매우 안정적으로 운용함에도 불구하고, 정기예금 금리보다 +0.65%~0.75% 높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실은 이러한 운용 방식은 기존 기관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투자 운용방식인데,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펀드로 구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권석은? 

현재 KEB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 내 제주인터내셔널PB센터를 이끌고 있는 프라이빗뱅커이다. 미 일리노이대학 경영대학원 MBA 출신으로 세계적인 IT서비스기업인 아이비엠에서 기술영업대표와 컨설턴트를 지냈다. KEB하나은행 입행 후 거액자산가들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과 자문업무를 수행했고, 부자들의 투자방법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기 위해 부자보고서를 발간했다. 금융업의 집사라고 불리우는 프라이빗뱅커(Private Banker) 업무는 금융자산 관리 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기업재무관리까지를 포함한다. 가업승계와 증여를 통해 절세전략을 세우는 등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부터 세계배낭여행과 국제교류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해 본 여행가이며, 2001년 가을 이후 제주의 매력에 빠져 사진기 하나를 달랑 메고 계절마다 제주를 찾았던 제주 애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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