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원희룡 지사, 의료법 위반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녹지, 법무법인 태평양 통해 취소처분 취소소송 제기할 듯

4개월간 제주사회 뿐만 아니라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국내 1호 외국인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는 결국 취소됐다.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 절차 당시부터 예상돼 있던 결과다. 남은 건 제주도와 녹지그룹(태평양)간 치열한 법정 공방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7일 외국의료기관 녹지국제병원 청문조서와 청문주재자의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5일 원희룡 지사는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를 뒤집고,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내국인 제한 조건부 개설허가'를 내주면서, 전국에서 비판 여론이 제기됐다.

당시 원 지사의 결정은 도민사회 뿐만 아니라,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라는 이슈로 전국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와 보건의료노조, 전국 시민단체는 '원희룡 지사 퇴진'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정작 개설허가를 받은 '녹지병원' 측도 뒤통수를 맞았다며 반발했다. '내국인 제한'이라는 조건부를 내건 '부관'이 문제가 됐다. 녹지는 제주도를 상대로 '조건부 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사실상 녹지 측은 조건부 개원 허가 이후 3개월의 개설허가 준비기간 동안 전혀 개원을 준비하지 않고, 소송을 준비한 셈이다. 국내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법무대리인으로 선임하고 본격적인 소송 준비에 이미 들어갔다.

지난 3월26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에서도 녹지 대리인인 태평양은 청문 자체보다 이후 이어질 '소송전'을 대비한 듯한 자세를 보였다.

당시 녹지측 대리인 태평양은 "녹지는 778억원을 들여 병원을 준공했고, 2017년 8월28일 개설허가 신청 당시 녹지병원은 진료에 필요한 시설.장비.인력을 갖춰다"며 "개설허가의 모든 요건을 갖췄음에도 제주도는 15개월 동안 위법하게 허가절차를 지연했다"고 제주도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태평양은 "제주도가 공론조사에 들어가면서 70여명이 사직했고, 투자 당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내국인 진료제한을 붙였고, 이로 인해 의료진 및 의료인력, 관련 전문업체와 업무협약이 이뤄지지 않아 개원이 어려운 객관적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녹지그룹은 제주도와 JDC의 강제적인 투자요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투자계약한 외국인 투자자라며, 이 사건 처분은 외국 투자자의 적법한 투자기대 원칙을 위반한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제주도와 JDC가 녹지병원에 투자를 안하면 헬스케어타운 2단계 토지매매 계약을 할 수 없다며 지연시켰다면서, 녹지가 2014년 당초 계획에 없던 병원투자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 투자 자체가 제주도와 JDC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태평양은 "녹지는 제주도의 요청에 의해 투자한 800억원 이상을 손해 본 것으로 한중 투자협정에 따라 보호되는 녹지의 신뢰를 위반한 것"이라며 "무기한 연장과 조건부 허가에 따른 이 처분은 비판여론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청문을 겨냥한 게 아니라 이후 손해배상소송을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17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처분 결정 발표에서 사실상 소송에 대비한 입장과 논리를 제시했다.

원 지사는 "지난해 12월5일 조건부 허가 이후 제주도는 개원에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의해 나가자고 녹지측에 수차례 제안했지만 녹지측은 제안을 거부하다가 기한이 임박해서야 개원시한 연장을 요청했다"며 "개원 준비 노력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요청은 그간 보여온 태도와 모순된 행위로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당초 녹지국제병원은 개원에 필요한 의료진을 모두 채용했다고 밝혀왔지만 청문과정에서 의료진 채용이나 결원에 대한 신규채용 노력을 증빙할만한 자료가 요청됐을 때 제대로 제출하지 못했다"고 녹지 측 주장을 반박했다.

또 원 지사는 "녹지측은 외국인을 주된 고객으로 하겠다고 사업계획을 제시했기 때문에 '내국인 진료' 여부는  개원에 있어서 반드시 본질적이거나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결국 이를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병원을 개원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모순된 태도로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처분을 내림에 따라 녹지측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조건부 개설허가 취소소송'은 법원에서 '각하'될 것으로 보인다.

녹지측은 당장 제주도의 개설허가 취소 처분에 대한 집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본안으로 제주도를 상대로 한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도가 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녹지측에서 허가취소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녹지 측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소송에서 제주도가 패소한다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제주도 관계자는 "법원이 녹지 측의 주장을 인용하면 제주도가 조건부로 허가하기 전인 12월5일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다"며 "원점에서 다시 녹지 측에서 허가신청을 다시 하게 된다면 제주도는 반복금지원칙에 따라 조건부 부관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답변했다.

즉, 법원이 허가취소 처분 취소소송에서 녹지 측 손을 들어줄 경우 '내국인 제한'을 조건부 부관으로 제시한 제주도의 결정이 무력화돼 '영리병원 개설 허가' 문제가 또다시 전국적 이슈로 떠오르게 된다.

앞으로의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영리병원 운명이 최종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을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내림에 따라 논란은 수면밑으로 가라앉았지만, '2라운드'로 예고된 법원의 판단에 따라 녹지국제병원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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