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6. 도민의 생명수라면서 정책은?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새벽 물허벅을 지어매고 수 킬로미터를 걸어 물을 나르던 고단한 삶이 있었다. 마을에 수도가 들어서던 날 아이들은 신기한 광경에 강아지마냥 좋아했고, 이제 어른이 된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냉장고 문을 열고 생수를 마신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물을 이용했던 세대가 공존할 만큼 물이용의 역사는 빠르게 변화해 왔다.

생활환경 악화로 물관리 정책 적신호

화산섬이라 물이 너무나 귀했던 제주도는 이제 지하수 개발로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국 최고 수준의 상수도가 보급되었고, 각종 개발사업은 물론 1차산업에도 지하수가 공급되고 있다. 지금 수준으로만 관리하면 지하수를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활환경분야에 빨간불이 하나 둘씩 늘어가면서 제주의 지속가능한 물관리 정책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현재 제주도의 1인당 1일 급수량은 652ℓ로 전국 평균 급수량 335ℓ의 두 배에 이른다. 정수장에서 생산된 물이 중간에 새지 않고 가정의 수도까지 도달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유수율은 제주도는 44.5%로 전국 평균 유수율 84.3% 보다 두 배가량 낮다. 결국 누수 되는 물이 많다는 얘기다. 용수공급 체계도 연계성이 부족해서 높은 보급률에도 불구하고 가뭄 때면 일부 지역은 물 부족으로 제한급수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늘어난 인구와 관광객으로 용수 수요량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 부족 및 국지성 집중 강우 현상 등 제주지역 강우 유형의 변화는 전반적으로 지하수 함양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도민 생명수 지하수 위협요인 늘어나

지하수를 생성할 수 있는 환경적 조건도 악화되었다. 빗물이 자연스럽게 땅으로 스며들어야 하지만 투수층은 줄고, 불투수층 면적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각종 택지개발로 도시지역이 확대되고, 대규모 관광개발사업도 여기저기 늘어나면서 빗물의 지하수 함양 여건은 나빠졌다. 곶자왈 지역처럼 투수성 높은 지역마저 관광개발, 채석장 등으로 허가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불투수층으로 변화하는 개발사업은 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지하수 함양을 돕기 위한 노력보다 빗물을 사업지구에서 쉽게 배출하는 방식으로만 계획되고 있다.

지하수 함양조건의 악화와 더불어 기존에 함양된 지하수의 수질을 위협하는 요인들도 증가했다. 화학비료 사용이 늘고, 축산분뇨 관리에 허점이 보이면서 지하수 오염 우려가 커졌다. 중산간 지역까지 농지 개간이 늘어났고, 양돈 액비가 중산간 초지 등에 뿌려지고 있지만 지하수 수질을 염두에 둔 관리정책은 부재하다. 양돈장이 밀집한 서부지역 지하수의 수질조사에서 질산성질소가 먹는 물 기준을 초과한 결과도 지하수의 수질관리정책을 우려하게 한다.

물이용의 관리정책에 있어서 지하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양상도 문제다. 대체수자원 개발로 지하수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정책은 있지만 아직까지 진척은 미흡해 보인다. 특히 지하수 관정수가 절대적인 농업분야에서 대체수자원 이용이 더디다. 빗물 및 용천수, 하수 재처리수 등을 농업용수로 이용하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적극적인 물 보전관리 정책 필요

물정책의 기본인 수돗물 정책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다. 절수설비 설치 확대와 설치가 의무화된 공중시설의 관리 강화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추진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수돗물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점은 제주도가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 중에 하나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주지역 수돗물 음용률은 예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몇 해 전 수자원본부가 도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음용수로 무엇을 마시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40%는 삼다수를 선택했고, 수돗물을 그냥 마신다는 답변은 20% 정도에 그쳤다. 나머지는 정수기 또는 수돗물을 끓여 마신다는 답변이었다. 우수한 수질의 수돗물이지만 음용률을 높이기 위한 행정의 정책 추진은 소극적이다.

지하수는 도민의 생명수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었지만 생명수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정책은 그 인식의 수준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다. 중산간 지역의 지하수 신규개발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정작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원인자부담 방식으로 신규개발을 허용해 주는 이중 잣대를 취하고 있다. 최근 각종 개발과 함께 관광객 증가에 따른 용수 수요량이 늘어나면서 수자원 보전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절실해졌다. 제주특별법에서 규정한 제주도에 부존하는 지하수는 공공의 자원이라는 원칙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제주도의 적극적인 물관리 정책이 요구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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