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철 교수 언론분석은 ‘이분법적 사고’가 불러온 ‘오류’이다

쇼핑아울렛 좌초위기가 제주지역 신문사들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한 편파보도에도 한 원인이 있다는 제주대 교영철 교수(언론홍보학과)의 언론재단 세미나 발표 내용은 타당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왜?” 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고 교수는 이번 세미나 발표에서 쇼핑아울렛을 보도한 제민, 제주, 한라일보 보도태도를 분석했다고는 하지만 그 분석내용을 놓고만 볼 때는 갖가지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사회에서 가장 큰 현안으로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쇼핑아울렛과 또한 언론사의 보도태도를 심층 분석했다는 점은 몸 사리기에 급급한 제주지역 학계를 비추어 볼 때 진일보한 평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현안에 대한 언론보도 태도를 너무 비판적으로 접근한 나머지 지방언론의 보도를 제주도와 개발센터, 그리고 상인과 시민단체 양자 사이에서 후자의 입장만을 대변했다고 이법적으로 규정한 것은, 고 교수 본인의 연구 분석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이번 발표내용 또한 개발센터의 입장에 치우친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불러올 소지가 다분히 있다는 점은 지적해야 할 대목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고 교수가 분석한 팩트를 중심으로 지방신문 3사의 보도와 이를 분석한 고 교수의 입장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언론사의 핵심 비껴가기 지적은 타당했다“

<보도량과 관심도> 쇼핑아울렛 관련기사 보도량에서 볼 때는 제주일보가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다. 기사여부는 해당 언론사의 당일의 기사량과 밸류 등에 따라 그날 그날 결정되기 기사 꼭지수만으로 어떻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일단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보도 유형> 고 교수는 224건꼭지의 기사를 쓸 정도 제주사회의 핫 이슈로 떠오른 쇼핑아울렛에 대해 사설과 칼럼, 그리고 해설/분석기사를 21건밖에 안 쓴 것으로 분석했으나 실제적으로는 기획/특집기사까지 포함시켜 41건으로 보는 게 필자 입장에서는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이중에서 사설이 7건 밖에 안됐다는 것은 의미 있게 해석돼야 할 대목이다. 7건의 사설도 그 시점이 쇼핑아울렛 초기에 쓴 것 또는 쇼핑아울렛 반대 분위기가 도민사회에서 대세로 굳어질 무렵에 나왔다는 점은 찬반양론이 격렬했던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핵심을 비껴나갔다는 고 교수의 주장은 타당하다.

<보도의 관점> 고 교수는 보도관점에 대해 ‘어떤 측면을 중요시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사내용을 중심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즉 각 신문들이 쇼핑아울렛 유치사업계획의 내용과 방향 등 본질적인 것을 강조했는지, 아니면 절차적인 문제나 사업진행과 관련된 사건들(기자회견, 항의집회, 성명서, 결의대회, 설명회, 간담회, 공청회 등)에 관한 것을 강조했는지를 조사했다.

"뉴스의 본질은 그날의 소식을 전달하는데 있다“

여기에서부터 다소 논란이 야기될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고 교수는 쇼핑아울렛 사업계획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 ‘본질적’이란 표현을 썼다. 그리고는 ‘아니면’이란 반어법으로 기자회견과 항의집회 등 절차적인 문제나 사업진행과 관련된 사건 들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전자가 본질적이라면 후자는 비본질적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는 보도 꼭지수를 비교했다.

고 교수는 사업계획 내용과 관련한 기사보다 이를 둘러싼 사건에 관한 기사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사업계획 내용기사는 105건인 반면,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는 108건이라는 것이다. 전체 220꼭지 중 3꼭지가 과연 ‘더’ 많은 것일까?

숫자계산은 그렇다 치고 뉴스는 항상 그날 그날 발생한 새로운 소식을 전해야 한다는 기본명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 교수가 말하는 쇼핑아울렛 유치사업의 계획과 내용, 방향 등은 시차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결국 변하는 않는 내용인 셈이다. 즉 한번 발표한 것을 언론에서는 중언부언할 수 없는, 며칠이 지나버리면 ‘신문(新聞)’이 아니 ‘구문(舊聞)’이 돼 버리는 것이다.

반면 5월이후 상인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발생한 각종 시위나 결의대회, 기자회견 등은 새로운 소식이자 기본적인 팩트가 살아 있는 뉴스인 셈이다. 시위나 결의대회가 잘잘못을 떠나 다루지 않는다면 이는 언론의 직무유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또 하나의 사실은 뉴스는 어떠한 행위가 일어난 ’시점’을 기준으로 쓰여 진다는 점이다.
이는 올 5월 이전까지 제주도나 개발센터에서 밝힌 쇼핑아울렛 사업계획을 집중 보도했다고 해서 언론이 이를 강조했다고 할 수 없고, 왜냐하면 이 시기에는 상인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 내용이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다.

거꾸로 5월 이후 특히 6월부터 상인과 시민단체의 반발기사가 집중적으로 보도됐다고 해서 이들의 행위를 집중 보도했다고 평가할 수 없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정부의 세만금 간척사업과 핵폐기물 처리장과 관련한 일련의 보도를 보면 자명해 진다. 몇 개월전부터 언론은 이들 두 사업에 대한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시시각각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언론을 두고 ‘본질적’인 것은 외면하고 지엽적인 것만 다루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는가? 정부의 사업내용과 관련한 내용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 다뤘고 지금까지 별다는 입장차이가 없는 반면, 반대행위는 시시각각 변하는 살아있는 뉴스이기 때문이다.

“‘표제 주체’를 입장대변으로 본다면 이는 치명적 오류"

<행위 주체> 신문제목을 달면서 누구를 주어로 사용했느냐는 점이다. 고 교수는 이에 대해 표제행위 주체 분석이 해당 신문이 누구의 입장을 반영하는가를 할 수 있는 지표라고 말했다. 또 각 신문이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려고 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신문제목의 ‘주어’ 표현을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는 형식으로 몰고 가는 고 교수의 관점은 언론분석에 있어 결코 범하지 말아야 할 ‘치명적인 오류’하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고 교수는 자신의 관점을 근거로 ‘상인 및 시민단체(31.4%)’ ‘신문사 자체 판단과 의미부여(26.4%)’ 제주도(10.9%)‘ ’개발센터(10.9%)‘ 순이라고 분석했다. 즉 지방 3사가 이같은 순으로 그들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것이다.

너무 지나친 비약이고 황당한 적용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 제목이라는 것은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행위의 주체’를 객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주어’에 불과한 것이다.

15일자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표제행위의 주체’를 보면 금새 알 수 있다. 조선일보는 1면 톱으로 <한국군 내년2월 파병요청>이란 제목에다 부제로 <롤리스 부차관보,“치안군 희망...모술 배치될 수도”>를 달았다. 그렇다면 이 날자 조선일보는 롤리스 부차관보의 입장을 대변한 것인가? 아니다. 롤리스 부차관보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도했을 뿐이다.

역시 15일자 경향신문 1면 톱은 두 줄 제목으로 <노, 언론상대 중지신청...법원 ‘요건미흡’재판 계속>을 붙였다. 행위의 주체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러나 이 기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한 게 아니라 노 대통령이 언론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화해차원에서 그만두려고 중지신청을 냈으나 대통령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입장대변이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의 미숙함을 지적하는 기사인 셈이다.

일반적인 기사제목에 입장은 없다. 단 하나 입장이나 의지가 있다면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의미를 부여한 제목이 바로 그 것일 수는 있다.

<표제에 나타난 보도태도> 이 역시 마찬가지다.
제목을 놓고 언론사의 보도태도를 결정짓는 것은 무리이다. 표제의 행위주체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제목은 해당기사의 핵심, 그리고 행위주체의 주의 주장을 가장 단순 명료하게 표현하는 수단이다.

고 교수는 그러나 이 같은 분석결과를 놓고 부정적(비판적) 표제가 긍정적(지지) 표제보다 2배 이상 많아서 신문들이 쇼핑아울렛 유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많이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제주일보는 쇼핑아울렛 유치를 격렬반대(왜냐하면 비판은 50%이고 지지는 11%뿐이다) 한 언론사이고, 한라일보는 한때는 찬성했다가 또 다른 한때는 반대한 카멜레온 언론사인가?

물론 언론사가 제목을 달 때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의 기술 또는 요령을 부리는 경우가 있음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조중동’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제민, 제주, 한라의 제목을 단정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생략돼 버린 ‘취재원 분석’

<주요 취재원> 표제에 나타난 주체와 표제를 놓고 입장을 대변한다고 밝히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은 이 항목에서 스스로 잘 보여주고 있다.

소위 취재원이라는 것은 기사를 작성함에 있어 ‘정보 창구’인 셈이다. 즉 누구로부터 어떤 내용의 정보를 얻어 기사를 작성하는가의 문제가 바로 취재원이다. 때문에 오히려 취재원이 누구인가에 따라 기사작성이 방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왜냐하면 취재원은 자신들의 주장만을 전달하려고 하지 불리한 정보는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3사의 취재원은 제주도(도지사)와 개발센터,그리고 중앙정부(국회의원)가 절반을 넘는 58.5%(중앙정부를 제외하면 48.2%)로 상인/시민단체 40.2% 보다 훨씬 높다.

그렇다면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3사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함에 있어 상인과 시민단체보다 제주도와 개발센터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어 보도하고 있다는 게 아닌가. 이는 바로 앞에서 본 두 항목(표제 주체와 보도태로)에 대한 고 교수의 분석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는 셈이다.

그러나 고 교수는 이 항목에 대해서는 통계자료로만 언급할 뿐 앞서처럼 구체적인 분석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하지 않고 그대로 넘어갔다.

개발센터에 대한 고 교수의 훈수는 '백미’

<결론> 고 교수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① “쇼핑아울렛 유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야기된 파장에 대해서는 공론화시키지 못하고 상인과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볼 의지도 없이 그들의 주장만을 다루는 겉핥기식 보도가 주류를 이뤘다.”

② 쇼핑아울렛은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표밭을 의식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상인단체의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한데 대해 이를 지적하지는 못할망정 이들의 주장을 홍보하는 사례가 많았다.

③쇼핑아울렛이 가연 선도프로젝트가 될 수 있는지, 장단점과 이를 유치하지 않을 경우 제주발전에 미치는 장단점에 대해 객관적인 비교가 없었다.비록 지역상인들이 주요 광고주이고 독자라고 할지라도 상인들의 대변자처럼 이들의 입장만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언론의 공적기구라는 측면에서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이 같은 결론에 이르면 고 교수가 이번 세미나에서 무엇을 주장하고 강조하고 싶어하는 지 대강 결론은 난다.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주는 것은 ‘개발센터측의 문제점’ 지적이 단연 백미이다.

고 교수는 “쇼핑아울렛이 계획자체에도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홍보상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홍보수칙대로 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쇼핑아울렛 개념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도민반응을 수렴해 사업계획에 반영하고 이를 토대로 체계적인 홍보를 실시했더라면 현재처럼 사태가 악화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개발센터를 따끔하게 꾸짓는 동시에 훈수했다.

서두에서도 말한 것 처럼 고 교수의 이번 분석은 향후 언론보도에 있어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편향에 치우친 고 교수의 이번 분석은 그 편향성으로 인해 또 다른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재홍의 미디어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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