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덕의 삶을 대변하듯 물이 귀한 마을의 산물
설덕의 삶을 대변하듯 물이 귀한 마을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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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의 산물] 119. 용당리 엄나물

용이 나왔다는 전설이 있는 용당리의 옛 이름은 용소 또는 용못이다. 그래서 용당(龍塘)은 한자 뜻 그대로 용못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은 1956년 한경면이 출범하면서 용수리에서 분리되었다.
 

이 마을은 현무암층의 암반지대와 설덕(돌들이 엉가정기 쌓이고 잡초와 나무가 우거진 곳이란 뜻을 가진 제주어)으로 이루어져, 넓은 들판이 없어 군데군데 빌레(너럭바위의 제주어) 사이사이에 밭을 일구고 살았던 척박한 마을이었다. 
 

장마나 비가 왔을 때 현무암 사이로 물이 모두 빠져나가 바다 쪽에서는 산물이 있으나 마을 가까운 곳에는 식수가 없어 봉천수에 의존해서 살았던 마을이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는 논은 있어도 물이 없어 하늘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가뭄 시에는 광정동산에서 기우제를 올리고 7~8월 여름 곡식 수확을 눈앞에 두고 태풍이 들어 닥치면 올해 농사도 "솥을 씻었 쪄(밥해 먹을 곡식이 없다란 의미)" 라며 긴 한숨을 지었다고 한다. 

이렇게 물이 귀한 마을에도 엄나물이란 산물이 솟아나고 있다. 엄나물은 음나무의 개두릅나무라고도 부르는데, 산물근처에 음나무가 많았던 것 같다.

ⓒ제주의소리
엄나물(좌)과 조개못(우).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엄나물은 마을에서 바닷가 방향인 신창리와 경계를 형성하고 있는 조개밭 근처에서 솟아나는 산물로 이 일대는 작은 못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못을 조개못이라 하고 있다. 이 산물은 두 군데서 용출되는데, 돌담을 둘러 보호시설을 만든 곳의 물은 식수용으로 여자전용이었으며, 못 같은 웅덩이에서 솟아나는 물인 조개못은 남자전용으로 목욕하거나 우마용 물로 사용하였다. 

엄나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엄나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조개못.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조개못.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지금 산물 주변은 갈대밭으로 작은 습지를 형성하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마을 가까이에 있는 물은 용못에 빗물을 받은 봉천수로 수질이 안 좋았으나 엄나물은 생수로 물맛이 좋고 깨끗해서 마을에서 3리 가령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 물을 식수로 선호했다고 한다. 그래서 물을 뜨는 일은 이른 새벽에 허벅을 지고 길을 나서야 하는 힘든 노동이었다고 한다. 

엄나물 내부.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엄나물 내부.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지금 이 산물은 용출되는 곳의 옛 돌담 살려서 그 위에 높게 돌담을 쌓아 올린 형태로 개수되어 원형의 일부를 보전하고 있으며, 목욕을 하거나 우마용으로 사용했던 원형의 웅덩이인 작은 못은 예전 그대로 보전하고 있다. 지금 산물 일대에 한경풍력단지가 조성되어 있어서 갈대밭 넘어 풍차가 돌아가는 소리만 무성하다.

엄나물 용출지점.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엄나물 용출지점.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을 위한 조그만 바람이라면 보전하기 위해 돌담으로 치장한 것은 좋으나 엄나물이라는 안내판을 세운다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설촌의 역사와 척박한 땅인 설덕의 삶을 대변하듯 산물이 간직한 심미성을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고병련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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