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토론회, 막대한 '사회적 비용' 제2공항 대안으로 '현 공항 보조활주로 확장' 제시
'오버 브릿지' 구조물 연장...현 소음피해 2만2000호 중 8000호 피해 줄어들 수 있어

극심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주 제2공항 건설 대신 현 제주국제공항의 남북 보조활주로를 확장시켜 '이륙 전용'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은 24일 오후 2시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제2공항의 대안을 말한다'는 주제로 제2공항 대안모색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 ⓒ제주의소리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 ⓒ제주의소리

이날 토론회는 박찬식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공동대표의 발제에 이어,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 정영신 도청앞 천막촌 연구자 공방 박사(서울대아시아연구소 사회학 박사), 홍명환 제주도의회 의원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소음진동전문가인 박영환 회장은 기존 제주공항의 남북활주로를 해안가로 연장해 활용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안했다. 박 회장은 "기존의 동서활주로에서 이·착륙이 모두 이뤄지던 것 중 이륙 항공기의 90% 정도를 남북활주로로 돌리면 항공기 수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4일 열린 제주 제2공항 대안모색 토론회에서 남북으로 연결된 현 제주국제국항 보조활주로를 해안으로 연장해 '이륙 전용'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개진됐다. 사진 속 노란 원이 연장 활주로. 사진=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24일 열린 제주 제2공항 대안모색 토론회에서 남북으로 연결된 현 제주국제국항 보조활주로를 해안으로 연장해 '이륙 전용'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개진됐다. 사진 속 노란 원이 연장 활주로. 사진=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그는 "착륙하는 비행기는 기존의 동서활주로를 사용해야 한다. 착륙에 실패했을 시 비행기가 바로 떠야하는데, 비행기의 방향이 시내쪽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위험할 수 있다"며 "이륙 항공기를 바닷가쪽으로 날리고, 방음조치를 하게 되면 소음피해도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해안가 활주로는 '오버브릿지' 구조물로 연장해 옥상은 활주로로, 지상부는 쇼핑몰과 마리나리조트,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고, 지하부는 수중 전망대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며 "아이디어만 잘 만들면 공항에 투입되는 비용 문제도 거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소음으로 인한 인근지역 피해와 관련해 "소음 등고선을 그려보면 제주공항의 기존 피해 가옥은 2만2000가옥인데, 비행기 획수와 방향만 조절하면 8000여 가구의 소음피해가 줄어들 수 있다"며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느리더라도 이해하고 간다면 가능한 방안"이라고 당부했다.

24일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주최로 열린 '제주 제2공항 대안 모색 정책토론회'. ⓒ제주의소리
24일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주최로 열린 '제주 제2공항 대안 모색 정책토론회'. ⓒ제주의소리

홍명환 의원은 제주 제2공항 타당성 조사에서의 비용편익(B/C) 분석의 문제를 꺼내들었다.

홍 의원은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의 경우 공사비용에 접근교통망 비용이 포함됐는데, 제주 제2공항 인프라 용역에는 6개의 도로망이 추가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비용이 누락돼 있다"며 "예비타당성 용역에서 제2공항 건설 비용으로 4조8000억원으로 측정했는데, 도로개설 비용이 포함됐다면 비용편익이 뚝 떨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백조로 14.7km 연장에 2675억원, 서성로 9.8km에 2616억원, 제성로 19.5km에 4514억원, 남조로 확장 15.2km에 2599억원, 서귀포시-제2공항 연계 도로에 3805억원 등 약 1조5577억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함에도 해당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홍 의원은 "제2공항 갈등 문제는 현 제주공항 확충 등의 재검증과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보조활주로 확장 방안 등도 고려해야 할 대상"이라며 "이 경우 비용은 5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으로도 가능하다. 투자해도 안된다면 그때 제2공항을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주최로 열린 '제주 제2공항 대안 모색 정책토론회'. ⓒ제주의소리
24일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주최로 열린 '제주 제2공항 대안 모색 정책토론회'. ⓒ제주의소리

정영신 박사는 "2017년 제주관광공사가 발주해 제주대학교에서 수행한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객이 1990만명 이상이 넘어가면 제주도민들 전체가 치러야 할 비용이 더 늘어난다고 연구됐다. 여유있게 잡아도 2270만명을 초과하면 제주사회 비용이 늘어난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관광객 2000만명은 공항 이용객이 3700만명 정도 되는 규모다. 이 정도 규모의 관광객을 운용하는 방향으로 현재의 공항관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 박사는 "어제(23일) 성산에서 국토부가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서를 열었다. 국토부 용역진이 발표한 시간은 38분, 거기에 대해 주민들과 도민들의 질의응답에 대답한 시간은 고작 16분이었다"며 "제주도민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제2공항 보고회가 고작 16분간의 대답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국토부가 제주도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그 짧은 시간에 담겨있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앞서 발제에 나선 박찬식 대표는 "현 제주공항의 낙후된 관제시설을 개선하고 인력 충원, 고속탈출 유도로 신설, 계류장·주기장 증설 등 '1단계 단기 확충방안'이 이뤄질 경우 미래 항공수요의 수용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며 "관광객 수가 증가할 시 제주공항 보조활주로를 연장하거나 근접 평행활주로를 추가하는 방안을 통해 대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현 공항 확장의 장점으로 △주민 강제 이주 최소화 △대규모 농지 보존 △환경훼손 최소화 △국민혈세 절감 △보조활주로 연장·이륙전용 사용시 소음 피해 축소 △육상 이동비용 절감 등을 내세우며 "교통체증, 지역 불균형 심화 등 우려되는 문제는 지역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현 제주공항 인근에 거주하는 용담2동 주민들이 '현 국제공항 확장 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한때 소동이 벌어지는 등 일부 파행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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