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기에 더욱 빛난 제주도립무용단의 몸짓
기본이기에 더욱 빛난 제주도립무용단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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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주도립무용단 제52회 정기공연 <찬란>
26일 제주도립무용단의 52회 정기공연 '찬란'의 무대 인사 장면. ⓒ제주의소리
26일 제주도립무용단의 52회 정기공연 '찬란'의 무대 인사 장면. ⓒ제주의소리

'Back to the basic.'

26일 단 하루, 제주도립무용단(상임안무자 김혜림)의 52번째 정기공연 <찬란>을 요약하면 ‘기본으로 돌아갔다.’ 그것은 공연 구성, 의상, 소품뿐만 아니라 취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기본으로 향한다.

도립무용단은 <찬란>에서 한(恨), 태(態), 류(流), 흥(興)이란 네 가지 한국 전통 춤의 요소를 내세워 12가지 춤을 선보였다.

바라법고, 살풀이, 태평성대, 아박무, 부채춤, 동래학춤, 강강수월래, 단선무, 진도북춤, 설장고, 판굿상모, 오고무. 공통점이라면 모두 한국 전통 춤이다. 더불어 적지 않은 춤사위는 찾아가는 공연 식으로 평소에도 해온 고정 레퍼토리(repertory)다.

한동안 도립무용단의 정기공연은 <만덕>, <홍랑>, <자청비> 등 창작이 주를 이뤘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까지 도립무용단의 전통 무용은 주로 대외적인 공식 행사나 찾아가는 공연에서 선보였다. 말 그대로 정해진 순서, 레퍼토리다. 무대의 경중을 따지는 자체가 야박하게 보일 수 있으나,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와는 무게감에서 차이 나기 마련이다.

그런 전통 춤을 이번 공연에서 전면에 세웠다. 단, 예전 방식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김혜림 안무자는 단원들과 지난 무용단 활동 자료를 찾아 살펴봤고, 자신만의 방식과 변화를 입혔다. 남성 무용수들의 힘 있는 춤으로 탈바꿈한 아박무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시도하지 않았던 춤도 추가했다. 부산지방 무형문화재 제3호 동래학춤, 우도농악의 가락과 기예가 어우러진 김병섭류 설장고, 전라남도 지도 지역에서 유래한 박병천류 진도북춤이다.

눈에 띄는 점은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성훈(동래학춤 보유자), 성윤선(설장고), 염현주(진도북춤) 명무는 도립무용단원들을 특별 지도했다.

춤은 전문가 지도에 더해, 새 의상과 소품으로 한 층 빛났다. 도립무용단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12가지 춤 의상을 새로 제작했다. 의상은 넉넉치 않은 예산에도 유명 디자이너 정구호 씨에게 맡겨 제작했는데, 김혜림 안무자와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장구, 부채 같은 중요한 소품 역시 구입했고 음악도 상당수 새 곡으로 바꿨다. 국악 일변도가 아닌 작품에 따라 서양 악기도 삽입해 효과를 배가 시키는 유연함을 보였다.

이렇게 완성한 <찬란>은 한국 전통 춤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멋진 무대로 꾸며졌다. 특히 ‘색(色)’을 핵심 주제로 정해 볼거리를 키웠다.

금빛 바라가 눈부신 바라법고, 흑백의 정제된 조화 살풀이, 권위를 상징하는 검은색에 녹색·적색이 감싸는 태평성대, 분홍과 백색이 어우러진 화려함의 극치 부채춤, 힘과 절제가 푸른 빛깔에 녹아든 동래학춤, 단순함 속에 놀라운 흐름이 담긴 강강수월래, 연둣빛 물결에 힘찬 에너지를 뿜어낸 진도북춤 등 공연 내내 무용수들의 몸짓과 색의 향연은 객석을 사로잡았다.

바라법고부터 살풀이 등 차분한 초반부를 지나 부채춤부터 강강수월래, 진도북춤, 오고무까지 흥겨운 순서로 이어가면서 관객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길다란 직사각형 백색 무대 배경은 단순하지만 춤을 주목시키는 역할에 충실했다. 배경에 춤 그림자가 비치는 연출은 단순하지만 춤을 다른 느낌으로 보여주면서 인상 깊었다.

다만, 능숙한 춤과 새로 시도하는 춤을 비교할 때 짜임새나 자연스러움에 있어 다소 차이를 보였다.

<찬란>은 도립무용단의 기본을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기 충분하다. 기본 레퍼토리를 개선했고 그에 맞는 의상과 소품도 개선했다. “앞으로 10년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는 안무자의 소감은 현재가 아닌 몇 년 앞을 위한 판단으로 읽혀진다. 

<찬란>은 전통 무용 공연임에도 객석 상당수가 가득 차는 성황을 보였다. 복지관, 노인회 등과 접촉해 모객에 나선 문화예술진흥원(원장 현행복)의 ‘맞춤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또한, 단원을 포함한 도립무용단, 나아가 문화예술진흥원과의 관계에 있어 확고하게 자기 자리를 찾은 김혜림 안무자의 존재감도 느껴졌다.

지난해 12월 도립무용단의 <자청비 오름에 부는 바람> 리뷰에서 기자는 “안무자 창작 여건이 100% 발휘될 도립무용단의 다음 공연을 기다린다”고 남겼다. <찬란>의 완성도나 객석 반응을 보면 충분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직은 100%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은 내년으로 다가오는 도립무용단의 30년, 그 이후를 준비하는 ‘한 번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종의 기초 재건축에 가깝다. 다가올 11월 공연을 시작으로 안무자의 창작 여건이 온전히 살아나는 작품이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아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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