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7) 제주공항 활용 불가능? 원 지사의 거짓말!

제주제2공항 문제가 여전히 난제다. 논란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제2공항 후보지 선정의 근거가 된 사전타당성 용역의 불공정성이 쟁점화 된 후 성산 후보지 결정의 명분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공항 인프라 확충의 대안으로 제시한 제2공항 건설 타당성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 오히려 제2공항의 대안으로 현 제주공항 활용 가능성이 여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소되지 않은 부실·조작·은폐 의혹들

현재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공정성과 정당성을 상실한 후보지 선정이라는 지적에 국토부는 제대로 된 해명이 없다. 특히 사전타당성 용역과정에서 제주공항 확충방안을 연구한 외국 전문기관의 보고서 공개 요구에 국토부는 거짓말을 반복하며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토부의 과업지시에 따라 진행된 또 다른 외국 전문기관의 자문결과 제주공항의 남북 보조 활주로를 확충하면 항공기 운항횟수를 현재보다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사전타당성 용역진은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두봉을 깎거나 대규모 해양매립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계획이고, 소음 피해도 감소되는 계획안이었다. 하지만 국토부와 용역진은 최종보고서에 이러한 사실을 모두 누락시켰다. 
 
제2공항 입지선정타당성 재조사용역 검토위원회의 활동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첫째, 성산 후보지와 경쟁했던 다른 후보지는 평가 과정에 활주로의 위치와 방향을 임의로 변경하여 소음 및 환경성 평가 등에서 점수가 낮아지도록 해 탈락시킨 점은 누가 봐도 불공정한 평가였다. 

둘째, 2012년 용역에서 검토한 결과 최적 조건의 후보지로 선정된 곳이 있었지만 사전타당성 용역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이곳을 후보지에서 배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공역 평가에서 성산 후보지는 군공역과 중첩되고 있어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 평가에서는 중첩되지 않는 것으로 하여 높은 점수를 주고, 성산 후보지보다 더 멀리 있는 후보지는 군공역과 중첩된다며 감점을 주기도 했다. 

넷째, 안개일수 평가에서 정석 후보지를 제외한 다른 후보지들은 10년 간 기상데이터의 안개일수 합계에서 10을 나누어 연평균을 구했다. 반면 성산 후보지는 10년 간 기상데이터가 없어서 7년 간 기상데이터를 확보했는데, 연평균 안개일수를 구하려면 7년 간 안개일수 합계에서 7을 나누어야 하지만 용역진은 10으로 나누어 성산 후보지의 안개일수 평가점수를 고의적으로 조작 또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한항공 소유의 정석 후보지는 안개일수에 비, 이슬비, 눈, 우박, 황사 등 안개 외의 시정 저해요인도 안개일수에 포함해 평가기준의 불공정성을 더했다.

이 외에도 성산 후보지의 장애물 평가에 따른 오름 절취문제가 누락되었고, 성산 후보지의 경우 천연동굴이 다수 분포하고 있지만 과업지시서에 포함된 지반조사를 생략했다. 성산 후보지 인근에 위치한 성산포 철새도래지와 하도리 철새도래지 평가도 제외됐다. 버드스트라이크 위험에 따른 항공안전 문제와 조류 서식지의 보전문제가 누락된 것이다. 

비용편익 분석에 있어서도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의 분석결과보다 10배 가까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지가상승과 제2공항 연계도로 공사비까지 고려하면 사업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주공항 활용 불가능? 원 지사의 거짓말!

이처럼 성산지역을 제2공항 후보지로 선정하게 된 사전타당성 용역은 온갖 부실과 은폐, 조작 의혹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입지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주공항을 활용하는 방안으로도 충분히 여객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결론이 있었지만 국토부는 아직까지도 이를 숨기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제주도는 도두봉의 오름 절취와 대규모 해양매립이 불가피하다는 터무니없는 얘기로 도민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국토부가 제주공항의 활용가능성을 철저히 배제한 채 무리한 확장계획만을 제시한 안을 갖고서 제주공항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원희룡 지사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현재 제2공항의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고의적인 거짓 주장을 하고 나섰다. 제주공항의 남북활주로를 확장할 경우 도두하수처리장과 중첩이 되어 하수처리장을 철거해야 하고, 지역민원 때문에 다른 곳의 부지확보도 어려워 하수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거짓말까지 한 것이다. 도두에 있는 제주하수처리장은 원 지사가 주장한 남북활주로와 인접한 것이 아니라 서쪽으로 약 1.2㎞ 떨어져 있어 남북활주로의 연장에는 큰 문제가 없다. 

 또한 원 지사는 남북활주로를 북쪽으로 500m 확장할 수는 있지만 그 확장으로는 현재 제주공항 이용량을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이 국토부가 검토하여 결론을 낸 사항이라는 거짓말도 한다. 이는 이미 사전타당성 용역진이 외국 전문기관에 자문한 결과 향후 공항이용량까지도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는 답을 얻은 사항이다.

제2공항 대안 모색으로 갈등 해결해야

제2공항의 문제를 올바로 보고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도민여론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응하려는 원 지사의 무리한 행보와 함께 제2공항 찬성세력들의 노골적인 도발도 눈에 뛴다. 피해지역 주민의 고통과 아픔은 뒤로 한 채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제2공항 건설로 소위 수혜지역으로 불리는 곳의 관변조직들이 나서서 제2공항의 조속한 시행을 외치고 있고, 건설업계에서도 제2공항을 개발 호재로 삼으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관광업계 역시 제2공항 건설로 관광객 증가에 따른 효과를 기대한다. 심지어 원 지사의 팬클럽과 지지단체들이 집단적으로 제2공항 건설 촉구 집회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과잉관광과 관광개발의 양적팽창으로 인해 도민의 생활환경은 물론이고, 사회·경제적으로 부작용이 커져가고 있지만 여전히 제2공항 건설이 제주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빠져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민들은 제2공항의 문제를 직시한다. 제2공항 후보지 발표 이후 4년째 지역의 중심 현안이 되면서 도민들의 관심도 늘어났고, 제2공항의 문제를 우리 공동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도민사회에서는 후보지 선정 과정의 불공정 문제는 물론이고 제2공항의 대안도 토론거리로 회자되고 있다. 제2공항 문제 해결을 위한 도민사회의 논의가 무르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국토부와 더불어민주당 간 당정협의회 합의에서 ‘제주도가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해 도민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겨졌다. 하지만 제일 먼저 환영논평을 낸 제주도는 국토부에 전달하기 위한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다. 당정협의회의 합의를 근거로 제주도의회가 원 지사에게 도민공론화 조사를 요청했지만 원 지사는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도민 대부분이 제2공항 건설을 원한다는 주장을 해 오던 원 지사가 공론화 조사를 거부한 이유는 본인도 도민여론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제2공항 후보지 선정 과정의 불공정성이 확연히 드러난 상황에서 제2공항 건설계획의 강행추진은 도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더 큰 반발과 비판에 직면할 뿐이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 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사업은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로부터 강한 저항에 부딪혀 왔고 그 과정에서 무산되거나 정상추진이 어렵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 도민들은 제2공항 건설계획의 강행이 아니라 현재의 갈등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 모색을 요구하고 있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