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15) 상(喪)

# 고인에게 올리는 마지막 예의, 일포제(日晡祭)

제주 근무를 시작하게 되면서 가깝게 지내던 제주 출신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다. 

“제가 외지사람으로서 다양한 고객 분들을 만나고 여러 관계를 맺게 될 터인데, 유념해야 할 것이 있는지요?” 

그 선배의 몇 가지 예시 중에 1순위가 바로 ‘일포제에 대한 이해’였다. 일포제란 출상 전날 고인과 마지막 이별을 하는 의미로 드리게 되는 제사인데, 이 날 조문을 가는 것이 예의에 맞는다는 조언이었다. 

좀 더 부연한다면, 일포제는 주로 신시(申時, 오후 3시~5시) 또는 저녁 무렵에 드리게 되며, 마지막 이별 직전의 중요한 의식으로 치르는 만큼 대부분의 상주와 친지가 모두 모이게 된다. 따라서 이날 자연스럽게 조문객들의 발걸음도 이어지며, 거리를 마다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달려 온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도 여기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삼일장을 기준으로 장례 준비 과정을 살펴보자. 고인의 운명 시점을 기준으로 첫째 날은 염을 하고, 관을 만들고, 상복을 만들어 입고, 묘소를 정비하면서 자연스레 직계 가족 위주로 참여한다. 또한 부고(訃告)를 작성하고, 친인척과 주요 인사들에게 발송할 뿐 아니라, 둘째 날로 예정한 입관식, 일포제 등 주요 행사에 참석할 조문객들을 맞을 음식과 답례품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현대에 들어서는 주로 병원이나 장례식장에 장례 전반을 위탁해 진행하기에 언제라도 조문을 가도 무방하다. 바쁜 생활 패턴으로 굳이 일포제날만 조문을 받는 풍습이 자취를 잃어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고인의 명복을 기리는 마음이라면 조문의 때가 언제인지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 지역에서의 일포제라는 풍습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좀 더 온전한 마음으로 충실히 준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지역 사회 전체가 유사한 의식 절차를 따름으로써 효율적인 역할 분담과 장례 준비도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첫째 날은 온 가족이 장례 준비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시간으로 사용하는 한편, 조문객을 맞고 고인과의 마지막 이별절차인 일포제에 참여하는 일정으로 집중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내가 준비하는 나의 장례절차...상조서비스, 상조보험, 상조신탁

1. 상조서비스

일반적으로 장례 절차를 돕는 서비스로 상조 회사의 상조 서비스가 많이 알려져 있다. 이는 가족의 장례 절차 부담을 덜기 위해 특정 회사의 상품을 미리 가입하고, 매월 선불식 할부금 형태로 납부하다가 장례 발생 시에 전문 인력을 포함한 비품, 서비스 등을 지원받는 서비스다. 

따라서 사전에 특정 회사가 제공할 서비스의 세부 요건을 협의해야 하며, 이를 계약서에 명시하고 그에 준하는 계약 금액을 확정해 월 납입금을 납부한다. 만약 월 납입금의 일부만 납입한 시점에 장례가 발생하게 되면 나머지 잔여 금액을 납부해야만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자녀가 가입해 납부하다가 부모의 상을 당하게 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가입했던 상조 회사의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 납입 금액에 대해 보장하는 제도가 없는 아쉬움이 있다. 

이 대목에서 상조란 단어의 뜻을 살펴보아야 좀 더 이해가 된다. 장례를 돕는다는 의미의 상조(喪助)가 아닌 상조(相助)로서 ‘서로 돕는다’는 의미이다. 

2. 상조 보험

두 번째로 소개드릴 개념은 상조 보험인데, 이는 보험 회사가 상조 서비스사와 업무 제휴를 통해서 판매하는 일종의 특약 상품이다. 

기본적으로 보험 회사가 월 납입금을 받아 운용하고, 피보험자의 사망 시에 지급하는 상조 지원금 또는 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이다. 따라서 납입 금액은 보험 회사가 운용 관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다만, 중도 해지 시 원금 미만으로 환급될 수 있다.

이 경우, 보험사에서는 상조 서비스를 소개해주기는 하나 해당 상조 서비스에 바로 가입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보험 회사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해당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경우에 한해서, 제휴된 상조 업체에서 전문 인력이 나와서 행사를 진행해주는 형태다.

3. 상조신탁

원래 신탁(信託)이라는 투자 기구는 사람의 언어, 말까지도 맡길 수 있는 포괄적인 금융 상품이다. 이를 활용해 유언(遺言)의 내용을 금융 회사에 위탁해(맡겨서) 계약자의 사망 시에 유언장의 내용을 대리인인 금융 회사가 대신 집행하는 개념의 유언 대용 신탁이라는 상품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상품은 이러한 유언 대용 신탁을 상조 서비스에 결합한 상조 신탁이다. 가입자를 수익자로 가입하면서 귀속 권리자를 미리 지정하면, 은행은 가입자 사망 시에 별도로 유산 분할 협의를 거치지 않고도 신속하게 귀속 권리자에게 신탁된 금전 재산을 지급할 수 있다. 

여기에 장례 절차를 처리할 수 있는 상조 서비스를 선택하면, 장례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을 귀속 권리자에게 지급하는 개념이다. 일시 예치형으로 가입 시 최저 500만원~최대 5000만원까지 가입할 수도 있고, 월납형으로 가입 시 최저금액은 1만원까지 낮아진다. 연령과 서비스 수준을 감안한다면 가입자의 부담이 크지 않다. 

이는 신탁 업자(은행, 증권)가 상조 서비스 회사와 제휴하여 장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볼 때 상조 서비스와 상조 보험과 유사하지만, 아래와 같은 장점이 있다.

먼저, 총 예치 금액으로 소정의 이자를 받을 수 있고, 본인 사망 시에는 장례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둘째, 고객이 납입한 금액을 은행이 보관해 관리하다가, 상조 서비스가 실행되는 시점에 상조 서비스 회사로 지불하게 되므로, 상조 회사의 재무 상태와 무관하게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장례 비용을 사용하고 남은 자산은 별도의 상속 협의 없이 귀속 권리자에게 자동 승계해 신속하게 지급한다.

제주 상가(喪家)를 방문할 때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일포제날은 무엇이고, 장례를 온전히 준비하는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일포제의 의미와 배경을 살펴봤다. 더 나아가 고인과의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상조 서비스 관련된 금융 상품도 설명했다. 

현대의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되새길 것은 일포제가 조문하기에 적절한 시기라 할지라도, 고인을 기리는 마음이라면 언제든지 조문에 임하는 것이 오늘 날의 미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손권석은? 

현재 KEB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 내 제주인터내셔널PB센터를 이끌고 있는 프라이빗뱅커이다. 미 일리노이대학 경영대학원 MBA 출신으로 세계적인 IT서비스기업인 아이비엠에서 기술영업대표와 컨설턴트를 지냈다. KEB하나은행 입행 후 거액자산가들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과 자문업무를 수행했고, 부자들의 투자방법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기 위해 부자보고서를 발간했다. 금융업의 집사라고 불리우는 프라이빗뱅커(Private Banker) 업무는 금융자산 관리 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기업재무관리까지를 포함한다. 가업승계와 증여를 통해 절세전략을 세우는 등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부터 세계배낭여행과 국제교류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해 본 여행가이며, 2001년 가을 이후 제주의 매력에 빠져 사진기 하나를 달랑 메고 계절마다 제주를 찾았던 제주 애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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