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0년 전 감정평가 국과수 연구원 2명 증인 신문...증거 동일성은 한계 ‘증명력’ 쟁점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보육교사 살인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내세운 10년 전 폐쇄회로(CC)TV와 미세섬유 증거 입증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51)씨를 상대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공소사실 유지를 위해 공판검사 대신 수사검사인 강력팀 이환우 검사와 당초 수사를 지휘하다 올해 초 서울동부지검으로 이동한 류승진 검사를 투입했다.

박씨는 서울 모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4명을 선임해 대응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박씨는 검찰측이 제시한 자료들을 주시하며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으로 재판에 임했다. 

공판의 쟁점은 검찰이 증거물로 제시한 범행 동선의 CCTV 영상과 피해 여성이 몸과 피고인의 택시에서 발견된 섬유조각에 대한 증명력 여부였다.

검찰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2009년 2월 범행 당시 감정평가서를 작성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영상디지털 분석 전문가와 법생화학 분석 전문가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영상디지털 분석 전문가의 증인신문을 통해 검찰은 범행 당시 피고인의 택시가 시신과 유류품 등이 발견된 지점, 휴대전화가 꺼진 지점 등 4곳의 CCTV에서 목격됐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촬영된 지점은 여성이 차를 타고 통과해야 할 용해로 삼거리, 피해자의 주거지로 향하는 애월농협유통센터, 장전리 모 펜션, 그리고 유류품이 발견된 아라동 모 아파트 앞이다.

당시 피고인의 택시는 천장에 노란색 캡이 달린 흰색 NF소나타였다. CCTV 화질이 떨어져 색상과 번호판 식별이 불가능했지만 검찰은 디지털 분석을 통해 차량의 유사성을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측은 NF소나타 차량에 대한 유추는 가능할 수 있어도 차량이 흰색인지 회색인지 명확히 판단할 수 없고 주변 빛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경우의 수를 언급했다.

증인은 흰색과 회색 차량을 구분하기 위해 당시 촬영된 흰색 트럭 영상의 특성을 교차 분석했다며 검찰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주변 빛에 의한 흰색 차량만의 반응성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분석 결과는 유사성일 뿐 피고인의 택시와 영상 속 차량이 동일 차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경우의 수는 인정했다.  
    
법생화학 분석 전문가의 증인신문에서는 미세증거가 핵심이었다. 검찰은 피해자의 몸에서 확보한 섬유조각, 택시에서 발견한 동물의 털을 내세워 두 사람의 접촉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과수 분석 결과 피해여성의 몸에서 피해자가 입고 있던 의류와 비슷한 섬유조각이 나왔다. 택시에서는 여성이 입고 있던 무스탕 내피의 동물 털과 유사한 섬유조각이 발견됐다.

검찰은 이를 두 사람 간 접촉을 추정할 수 있는 간접 증거로 제시했다. 반면 변호인측은 공산품인 의류의 섬유조각간 유사성이 높아 피고인을 특정 짓는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맞받았다.

변호인은 미세증거에 대한 증명력의 한계를 부각시기 위해 다음 공판에서 국과수의 또 다른 연구원을 추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당시 제3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도 증인으로 내세웠다.

검찰도 이에 맞서 미세증거 전문가를 상대로 재차 증인신문에 나서기로 했다. 재판부가 증인신청을 받아들이면서 16일 4차 공판에서도 간접 증거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박씨는 2009년 2월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신의 택시에 탑승한 이모(당시 27세)씨를 성폭행 하려다 살해하고 애월읍 고내리의 배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올해 1월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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